어반 스케치와 산티아고 순례를 동시에 ㅠ산티아고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0여 년 전이다. 다니는 지역 도서관에 갔다가 '산티아고'란 제목과 함께 노란 조개껍데기 사진이 있는 책을 보게 되었다. 가톨릭 신자인 나는 야고보 성인 어쩌고 하는 소개문에 호기심이 생겼다. 예수님의 12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 성인의 순례길을 따라 성인의 유해가 있는 산티아고의 콤포스텔라 성당까지 가는 여정을 간단히 "산티아고"라고 지칭하는 것이었다.(산티아고는 라틴어로 이아고(Iago)인 '성 야고보'이다) 도서관에서 선 채로 읽다가 집에 와서 그 날 다 읽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이후 산티아고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었다. 대충 꼽아도 10권은 넘지 싶다. 그러면서 산티아고는 내게 동경으로 자리 잡았다. 큰아이 입시가 끝나면 가봐야지, 작은 아이 입시가 끝나면 가봐야지, 했던 것이 아직 가보지 못한 채 여전히 마음에만 품고 있다. 이번엔 남편이 퇴직하면 가야지,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산티아고는 또 멀어져 버렸다.
긴 연휴에 선택한 책은 또다시 산티아고다. 이번에는 나의 동경 두 가지- 산티아고 순례와 어반 스케치 -를 한꺼번에 다 이룬 작가의 책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발견하여 주저 없이 주문하였다. 그리고 불같이 일어나는 질투와 함께 책이 도착한 날로 다 읽었다. 799Km의 여정이 어반 스케치와 함께 실려 있다. 젊지 않은 나이에 산티아고를 걷고 어반 스케치까지 해 낸 작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누군가는 나의 소망을 이렇게 해내는구나, 싶어 부러웠고 한편으론 그가 나와 비슷한 연배란 생각이 들어 다시 투지가 생긴다.
소망을 실현한다거나 기회를 잡는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동안 아이들이 어려서,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아파서 등 여러 가지가 발목을 잡았었다. 그런 것들이 대부분 해소가 된 지금은 또 다른 걸림돌이 생겼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여전히 소망을 실현하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망을 품고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여행의 고수들은 말한다. 그냥 떠나라고. 꼼꼼히 준비해도 우리 삶은 여기저기 지뢰를 숨기고 있지 않은가.
다시 일상을 회복하여 그냥 떠날 수 있는 호기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다. 지금은 이 소망을 품어야 할 때이다.
" 반드시 한 치수 큰 신발을 준비해야 한다. " ( p.70)
"혼자 걸었지만 언제나 곁에 있었고 같이 걸었지만 혼자일 수 있었던 건
늘 서로에게 친밀하면서도 그만큼의 거리가 유지되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 ( p.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