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 그림일기 2
제라늄 옆구리 가지 하나를 잘라서 화분에 심었다. 신기하게도 잘 자랐다. 꽃대를 달고 왔는지 금방 꽃을 피웠다. 날이 따뜻해지자 가지를 내준 자리에 많은 잎들이 달리며 제라늄은 더욱 풍성해졌다.
두 살이 넘은 제라늄이 나무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쪽저쪽에서 새 가지가 자라면서 원줄기가 오래되어 나무처럼 굵어지는 목질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삽목을 할 때가 되었다.
제라늄은 에너지가 많은 식물이라고 한다. 물도 영양제도 자주 주어야 하고 봄이 되면 화분도 바꿔주어야 한다. 과습의 위험이 있는 큰 화분보다 작은 화분이 좋다. 물이 잘 빠지게 해야 하고 바람도 자주 쏘여 주어야 한다. 햇빛도 좋아하지만 강한 직광은 좋지 않다. 적절한 순치기와 삽목으로 많은 꽃을 긴 시간 볼 수 있는 것이 제라늄이다.
동네에 자전거를 빌려주며 간단한 자전거 손질을 해 주는 곳이 있다. 그 자전거 가게 입구에 제라늄이 있었는데 자전거 모양을 한 화분에 담겨 꽃이 피는 중이었다. 참 예뻤다. 오는 길에 화원에 들러 제라늄 분 하나를 사다가 심었다. 제라늄에 관한 공부도 좀 하면서 이번엔 잘 키워봐야지 했다. 그 제라늄이 지난여름 한 차례 고비를 넘기면서 삽목을 해도 될 만큼 잘 자랐다.
식물의 잎이나 눈 따위를 꺾거나 잘라 흙에 꽂아서 뿌리를 내리게 하여 완전한 개체로 자라게 하는 것을 삽목이라고 한다. 비교적 삽목이 쉬운 제라늄이고 목질화가 진행 중이어서 강전지를 하기로 했다. 삽목이 쉽다곤 하지만 가지를 전부 잘라내는 강전지는 자칫 원가지가 죽을 수도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가지를 모두 잘라내 새로 심으면서 제라늄을 늘이고 원가지의 새싹을 다시 틔우는 강전지는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원가지가 죽어야 새 가지들이 산다. 죽이는 것이 살리는 것임을 제라늄에게서 다시 배운다.
라이터로 가위날을 소독하고 싹둑싹둑 잘라내 물에 담갔다. 잘라낸 원 가지 끝에는 마데카솔 가루를 조금씩 뿌려주었다. 원래는 발근제라는 것을 발라주면 좋지만 없어서 마데카솔로 대신한다. 어쨌든 잘라냈으니 상처가 났고 상처엔 솔솔 마데카솔이니까.
물에 담가두고 뿌리를 내린 후 심어도 되지만 바로 흙에 심어도 되는 것이 제라늄이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화분에 굵은 마사토를 깔고 영양제를 섞은 배양토를 채웠다.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고 하나씩 심어놓고 보니 졸지에 제라늄 여러 개를 새로 얻어 부자가 되었다. 이틀 후 나가보니 잎이 살짝 말려 몸살을 하던 것이 모두 활짝 펴져 있다. 물과 양분을 잘 빨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니 삽목 성공이다. 누구에게 나눠줄까나.....
누군가는 제라늄이 키우기 쉽다는데 키우기 쉬운 건 사실 없는 것 같다. 키우기 쉽다고 해서 가져온 것들이 말라죽거나 그냥 죽거나 햇빛에 타 죽거나 영 자라지 않거나 했으니까. 개별적 특성을 알지 못했고 그만큼 관심이 없었다. 물만 주면 되겠지, 했다. 식물이라고 물만 주면 된다거나 무조건 햇빛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많이 무지했다. 작은 화분 하나를 대하는 사람의 태도가 그 식물을 살리고 죽인다. 식물 뿐일까.... 정말 키우기 쉬운 생명은 없다. 콩알만 한 다육이든 제라늄이든, 우리 집 개 투투든, 다 자란 아들놈이든 나의 좁은 마음이든....
어쨌든 간에 제라늄아,
너와 함께 나도 자라고 있단다.
잘 보살필테니 부디 잘 자라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