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투 이야기
슬개골 탈구와 십자 인대 파열로 뒷다리를 수술한 것이 2023년 8월이었다. 수술 후 투투는 다시 걸었고 과도한 운동을 조심하며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 오른쪽 뒷다리를 핥기 시작했다. 결국 염증이 생겼고 병원에서는 핥는 원인을 수술 당시 박은 핀 때문이라고 보았다. 투투가 이물감을 느끼기 때문에 자꾸 핥는다는 것이었다. 수술한 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핀은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또 마취를 하고 피부를 절개하고 핀을 빼고 다시 절개한 피부를 봉합했다. 그러나 핀을 제거했음에도 투투의 핥음은 계속되었다. 빨갛게 부어오르고 염증이 더 심해졌다. 항생제를 보름이나 먹었는데 염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투투는 넥카라를 2개월째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 날 아침, 볼일을 보고 들어 온 투투는 민감한 태도로 눈치를 보며 으르렁댔다. 다리를 살펴보니 피부밖으로 푸른색 실이 노출되어 있었고 피가 났다. 도대체 저 푸른 실은 뭐지? 설마.... 빠져나온 실은 3년 전에 수술한 인공 인대였다. 투투도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는지 덜덜 떨었다. 서둘러 병원에 갔고 다시 마취와 절개를 한 후 실을 제거했다. 그것이 한 달 전이다. 투투는 3개월째 넥카라를 쓰고 있고 오른쪽 뒷다리엔 인대가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조만간 상태를 봐서 인공인대를 걸어주는 수술을 또 해야 한다고 했다. 너무나 속이 상했다. 절대로 끊어지지 않을 거라는 인공인대가 왜 피부 밖으로 빠져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병원에서도 처음 보는 케이스라고 했다. 한 살이 막 넘은 강아지가 슬개골 탈구와 십자인대 파열이 된 것도 흔치 않은 경우라고 했는데 수술한 인대가 밖으로 빠져버리다니, 도대체 마취를 몇 번이나 한 건지, 피부를 몇 번이나 절개하고 꿰맨 건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약은 또 얼마나 먹어야 하고 넥 카라는 또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건지.... 걸을 수는 있는지 심한 좌절감을 느꼈다.
시간이 흐르고 시커먼 피딱지가 덮여있던 다리에 고맙게도 다시 털이 나고 아물기 시작했다. 약을 잘 먹어 준 덕분에 염증도 확실히 가라앉았고 빨갛게 피와 진물이 흐르던 다리가 분홍빛으로 예뻐지고 있다. 걷는 것도 별 이상이 없다. 인대가 없는데 잘 걷는 것이 이상했다. 확인해 보니 인대가 복원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인대가 복원이 될 수도 있나? 여전히 미스터리 한 마음이지만 잘 걷는 것으로 보아 그 말은 사실인 듯싶다. 군데군데 딱지가 앉아서 그 딱지가 저절로 떨어져 상처가 나을 때까지 투투는 넥카라를 써야만 한다. 연일 매섭던 날이 풀렸고 따뜻해진 기온을 느꼈는지 투투는 산책을 가자고 졸라댔다.
방향을 갑자기 바꾸거나 달리는 것은 조심해야 하는데 잔디 마당을 보더니 뛰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줄을 풀어주고 싶지만 뛰면 안 된다. 할 수 없이 늙은 엄마가 줄을 잡고 뛰어주었다. 신나서 뛰는 투투. 투투에겐 뛰는 것이 아니지만 엄마는 숨이 턱까지 찼다. 엄마 살려! 헥헥헥! 뒤돌아 보던 투투가 다가와 주저앉은 엄마 얼굴을 핥아 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뛰자고 신호를 보내는 투투. 에구, 투투야, 엄마 힘들어.
산기슭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있고 응달진 곳엔 얼음이 박혀있는데 어디선가 냉이향이 나는 것만 같다. 줄을 잡은 엄마는 장갑을 끼고 있다가 벗었다. 손이 시리지 않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선 웃옷을 벗었다. 집으로 향한다는 것을 안 투투가 버티기에 들어갔다. 집에 안 가겠다는 것이다. 줄을 힘껏 당겨보지만 녀석 끄덕도 하지 않았다. 눈도 마주치지 않는 투투. 와! 이렇게 힘이 세다니! 두 손으로 힘껏 당겨도 꿈적하지 않았다.
"투투야, 산책 나온 지 1시간이 다 되어가. 더 걷는 건 무리야. 엄마도 힘들어. 집에 가자."
'싫어요. 안 갈래. 산책 더 해요!'
"안 된단다. 많이 걸었어. 집에 가서 이제 쉬어야 해. 말 듣자."
'놉! 안 갈 거야.'
"아휴, 이 녀석이...."
엄마와 투투는 한참을 대치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등산객이 보고 웃었다. 엄마 속도 모르고 날도 좋은데 더 산책을 하라고 간섭을 했다.
"좋아. 너 혼자 가. 엄마는 집에 갈 거야."
줄을 놓고 뒤돌아서는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투투가 뛰어왔다. 뛰지 말라니까!
개울에 놓인 다리를 건너자 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서 투투도 엄마도 놀랐다. 그 바람에 투투는 얌전히 집으로 올라왔다. 발을 닦고 간식을 먹은 투투가 갑자기 누워 지렁이춤을 춘다. 어라? 지렁이춤은 잔디 마당이거나 지렁이를 만나거나 하면 비벼대는 거 아니었니? 개들은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여기면 이렇게 지렁이춤을 춘다고 한다. 녀석 이른 봄바람을 맞더니 기분이 아주 좋았나 보다. 그래, 네가 좋으면 되얏다! 한참을 비벼대던 투투는 예쁜 표정으로 엄마를 쳐다보고 헤헤 웃더니 어느새 누워 잠이 들었다. 잠든 투투를 보면서 또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불안했다. 그러나 내일의 걱정은 내일로 미뤄두자. 오늘 투투는 잘 걸었고 행복에 겨워 지렁이춤까지 추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투투야, 이놈아,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