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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하면 두 가지 언명을 떠 올린다. 하나는 너 자신을 알라 또 하나는 악법도 법이다.
첫 번째의 너 자신을 알라는 델포이 신전에 쓰인 말로 소크라테스의 말이 아니다. 그러면 다른 하나 '악법도 법이다'는 과연 소크라테스가 한 말일까? 소크라테스가 그렇게 말했다고 의심을 받는 작품이 바로 이 『크리톤』이다.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와 다른 태도로 논란이 되는 작품이다.
『변명』에서 소크라테스는 시민불복종의 태도를 보여준다. 배심원들이 그를 조건부 방면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신의 명령을 따라 지혜를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지속적으로 아테네 시민들에게 질문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과두정권이 지배했을 때, 레온을 잡아오라는 부당한 명령을 정의롭지 못하다 하여 거부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소크라테스는 정의롭지 못한 법은 지키지 않겠다는 단호한 시민불복종의 태도를 보여 준다.
이에 반해 『크리톤』에서는 국가의 명령을 어기고 탈옥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므로, 국법에 따라 사형을 받겠다는 권위주의적인 입장을 표명한다. 이 모순된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은 일본 학자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연구가 있다. 그 후에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면서 그 입장이 강화되고 보편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학자들은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는 내용의 논문과 책들을 발표했다. 권창은 강정인 김주일 등이 그들이다. 이후 악법도 법이라는 해석이 인권침해를 정당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 200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서 교육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면 소크라테스는 어떤 입장은 이었던 것일까? 두 가지로 요약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로 변명과 크리톤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훌륭하고, 아름답고, 정의롭게 사는 것’에 대해 끊임없는 탐구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소크라테스에게 국가의 명령보다 더 상위의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의 명령과 신의 명령이 상충한다면 기꺼이 신의 명령에 따를 것이라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일관된 원칙이다. 이런 맥락에서 『크리톤』의 후반부에 ‘법률’의 입을 빌려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리톤』에서는 『변명』과는 달리 법의 명령에 상충되는 신의 명령이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러므로 『변명』에서는 신의 명령에 어긋나는 법의 명령을 거부할 것이라는 단호함이 나올 수 있으나, 『크리톤』에서는 그런 단호함이 드러날 수 없다. 『변명』에서 다이몬의 무응답이 자신의 죽음이 좋은 죽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 것도 『크리톤』에서 소크라테스의 태도를 이해하는 데 주요 척도가 된다. 즉 죽음에 순응하는 것이 신의 명령이라는 것을 암암리에 전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의 태도는 모순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훌륭하고, 아름답고, 정의롭게 사는 것’이란 원칙에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발화 조건이 다른 두 작품에서 보여준 소크라테스의 다른 태도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 아닐까.
두 번째로 소크라테스는 법률을 일관되게 존중했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겪은 법정과정은 당시 아테네 법률상 합법적인 것이었다. 고소 재판 판결 사형에 이르는 모든 과정은 당시의 아테네 법률에 의거한 적합한 절차를 거쳤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그 절차에 따라 결과에 승복했다. 그가 지키려 했던 법은 평생 사랑했던 아테네 공동체를 위한 것이었으며 그것을 존중했다. 즉 그 법을 악법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가 불복종하려 했던 것은 그에 대한 적합한 판결을 내려주지 않은 배심원들의 평결이었다.
여기서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법을 악법으로 보지 않았기에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 한편으로 자신의 받은 불의에 대해 저항하고 타도하고자 하는 전복적 태도를 보여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결과에 승복했으며 사형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는 결코 악법의 희생물로 죽은 것이 아니라 인간의 희생물로 죽은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소크라테스의 언명으로 알려진 두 가지, 너 자신을 알라와 악법도 법이다는 둘 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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