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제로, 용돈은 플러스
유튜브는 여기로
https://www.youtube.com/watch?v=faRQGMIf9qQ&t=6s
냉동실을 열어보니 냉동떡과 삶아서 소분해 놓은 나물 등이 있다.
식탁 위에는 지인이 준 양주가 있고 문밖에는 팔려고 내놓은 중고 책이 있다.
모두 내 주위에 있는 맥시멀리스트가 준 것이다.
물론 내 수고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머니의 냉장고는 주기적으로 정리를 해주면서 남는 음식이나 재료를 싸 온다.
양주는 이제는 내게 필요 없어진 스키복이나 물품 등을 주고 지인에게 얻어 온 것이고,
책은 버릴 책들 중에서 골라 온 것이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초기에는 집에 물건을 버리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다 보니 물건을 쌓아놓는 사람에 대한 불만도 같이 커졌다.
행복하자고 시작한 미니멀라이프가 새로운 불화의 싹이 된 것이다.
또한 내 집 깨끗하자고 쓸 만한 물건을 버리는 것은 또 다른 낭비 같았다.
결국 다시 필요해서 사들이는 것도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작전을 바꾸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주위 맥시멀리스트들 최대한 활용해 보기로,
다음은 내가 활용하는 방법이다.
첫 번째는 그릇이다.
어머니 가 분가 기념으로 그릇세트 2벌을 주셨다.
내가 20대 초반이었을 때부터 사놓은 것이라, 디자인은 구식이지만 튼튼하고 크기와 종류는 엄청 다양하다. 내 생애 그릇 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 벌은 잘 쓰고 있다.
또한 필요한 그릇은 주위 맥시멀리스트들 집을 정리를 도와주면서 얻어온다.
이건 최근에 화병이 필요하던 차에 지인의 창고 구석에 있는 녀석이다.
주인도 존재를 몰랐던 물건이다.
두 번째는 나물과 야채다.
어머니 취미가 나물채취와 말리기여서 우리 집 작은 창고에는 나물이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이 나물들을 활용할 방법들을 전수받거나 개발했다.
나물밥, 고사리 조기찜, 나물찌개 등,
나물을 활용해 보니 소박한 식단에 딱 적합한 재료들이다.
또한 맥시멀리스트들은 식재료를 농수산물시장이나 대형 할인 마트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식재료는 언제나 넘치거나 썩어간다.
이를 조금 처리해 주면 된다.
세 번째는 떡이다.
어머니 냉장고에는 항상 냉동떡이 있다.
명절 떡이나 모임에서 받아오는 것들을 모두 냉동시킨 것이다.
이것을 정기적으로 가져와서 간식으로 먹는다.
노모가 있는 집 냉동고에는 대부분 떡 한 덩어리 이상은 들어있다.
프라이팬이나 와플기계만 있으면 훌륭한 간식거리가 된다.
네 번째는 책이다.
맥시멀리스트 중에는 집에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들의 책을 중고서점에 팔고 있다. 인터넷 서점에 바로 팔면 정말 얼마 안 준다.
그러나 인터넷 서점에 직접 책을 올려서 직거래를 하면 훨씬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다.
처음에는 내 책 중에 더 이상 읽지 않는 책을 주로 팔았는데 지금은 책 처리 때문에 고민하는 지인들의 책도 팔아주고 있다.
새해 다짐으로 독서를 하려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1월에는 제법 수익이 높다.
백수에겐 무척 달콤하다.
그렇다고 책을 모두 내 집으로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
지인의 집에서 택배기사가 물건을 가져가도록 설정만 해두면 된다.
다섯 번째는 낡은 물건을 수리하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에 다녀온 후 내 캐리어 바퀴가 하나 고장이 났다.
바퀴 하나 때문에 캐리어를 버릴 수는 없다.
그래서 알아보니 바퀴와 바퀴 축만 따로 판다.
또 베란다에 낡은 앵글 선반을 부속품 몇 개 사서 새로운 앵글로 만들었다.
버리지 않고 새로 사지도 않고 나만의 스타일로 리뉴얼한 것이다.
맥시멀리스트들은 인심이 후한 분들이 많다.
특히 내 주위의 맥시멀리스트들은 타인을 더 많이 품어주고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나누어주시는 분들이다.
나는 그들의 정리를 도와주고 그들은 나에게 생활용품을 나누어준다.
그들 덕에 나의 백수 생활이 그리 초라하지 않다.
나는 맥시멀리스트에 기대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