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우리 영혼은

당신, 거기 지금 추워요?

by 나살린


#책소개

#25-3 소설


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저/ 김재성 역/ 뮤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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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을 하루에 비유한다면, 노년의 시간은 밤이 될 것이다.

강렬한 태양이 물속으로 가라앉은 그 시간,

빛이 스러지면 소리는 더 선명하게 들려온다.


홀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배우자를 잃고 혼자가 된 애디와 루이스

둘 다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70대다.

어느 날 애디는 루이스를 찾아와 당황스런 제안을 한다.

저녁에 같이 잠을 자자는 것이다. 손만 잡고

노년에게 불면의 밤이 가장 힘들다.


p10

“ 잠을 좀 자보려고 수면제를 먹거나 늦게까지 책을 읽는데 그러면 다음 날 하루 종일 몸이 천근이에요. 나 자신에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아무 쓸모가 없게 돼버리는 거죠.”


이 제안을 루이스가 받아들이면서 이 둘의 특별한 밤은 시작된다.

두 사람에게 도란도란 이야기가 있는 신화적 시공간이 생긴 것이다.

루이스가 바람을 피우면서 가족들 간에 생긴 버림의 공포

애디가 어린 딸을 교통사고로 잃으면서 가족들 간에 생긴 통증의 사슬

과거의 밝았던 날들의 공포와 통증이 현재의 어두움 속으로 녹아내렸다.


마을에는 이 둘에 대한 소문이 번져나간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개의치 않기로 한다.

그러나 가족이 개입되면 또 일이 달라진다.

상황은 애디가 어린 손자 제이미를 돌보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애디의 아들 진이 두 사람의 관계를 남 부끄러운 일로 규정하면서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결국 헤어지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헤어질 수는 없다.

둘의 바람은 그저


p159

“난 그냥 하루하루 일상에 주의를 기울이며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밤에는 당신과 함께 잠들고요. 그래요,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죠. 우리 나이에 이런 게 아직 남아 있으리라는 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아무 변화도 흥분도 없이 모든 게 막을 내려버린 게 아니었다는, 몸도 영혼도 말라비틀어져버린 게 아니었다는 걸 말이에요.”


예전처럼 다시 만나지는 못하지만, 둘은 전화로 대화를 이어가기로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생애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황폐히 말라갈 수는 없다.


p194

"처음 시작했을 때 같군요. 처음으로 돌아가 시작하는 것 같아요. 거기서 당신이 테이프를 끊고, 다만 이젠 조심하는 것만 다른가요?

어쩌면 계속인 건지도 몰라요. 그녀가 말했다. 아직도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원하는 만큼 이어지는 만큼은요.

오늘 밤에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요?

그녀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 너머는 칠흑이었다.

당신, 거기 지금 추워요?"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 한시도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노년의 삶도 다른 시기의 삶과 경중이 다르지 않을 진 데

우리는 암묵적으로 많은 것을 제한하고 있다.


어린 시절 할머니 무릎 아래 누워 옛 이야기를 들었던 그 몽환적인 밤을 잊지 못한다.

모든 것이 이야기로 꽉 차 있던 신화적 밤이었다.

빛이 스러지고 소리가 선명해지고 이야기로 꽉 찬 그런 밤이

나의 노년에 다시 찾아오길 바라면서,

그 밤을 만든 애디와 루이스의 용기와 우정에 경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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