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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살린 Jan 05. 2019

법고전[변명]03. 거리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1

소크라테스의 변명

   거리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1.

탈레스, 피타고라스, 헤라클레이토스 등으로 대표되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이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등의 자연의 문제에 관심을 집중했다면, 그 이후 나타난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는 인간이 그런 자연을 인식할 수 있는지 등의 인간의 문제로 관심을 옮겼다. 그때까지 자연 철학자들이 제시한 자연에 관한 설명이 일관성이 없었으며, 그 해석을 조화시킬 방법도 없었기에 자연스레 ‘인간이 과연 보편적 진리를 발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로 초점이 이동한 것이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에서는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려면 민회와 법정에서 유창한 언변으로 타인을 설득하는 것이 필수였다. 소피스트들이 이 필요에 화답하며,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을 설득하는 기술인 수사학을 교육함으로써 아테네 사회에 크게 기여했다. 그들에 대한 평판은 처음에는 우호적이었으나 그들이 주장하는 상대주의와 회의주의는 점차 그들을 의심스럽게 만들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악한 것도 선한 것이 될 수 있고, 절대적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또한 그들이 수사학을 가르치면서 돈을 받았던 것도 나쁜 평판의 원인이 되었다. 소크라테스도 소피스트에게 교육을 받았으나 돈이 없어 단기간에 끝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소크라테스를 소피스트로 오해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자였다.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소피스트들은 확실하고 믿을만한 지식이 존재하지 않다고 보는 회의주의자였으며, 모든 논리는 반대편에 서서 논지를 진행할 수 있다는 상대주의자였다. 반면 소크라테스는 확고부동한 진리를 추구했으며,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을 상호 연관시키려 했다.          



2.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470년 아테네가 가장 풍요로울 때 태어나 황금기에 성장하여 기원전 399년 아테네가 멸망하기 직전 70세에 죽었다. 소크라테스에 대해 동시대인들이 쓴 책인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회상』, 그리고 플라톤의 다수의 저작들이 현재까지 남아있다. 그들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굉장한 천재였으며, 건장한 체격을 가진 강인한 사람이었고, 오랫동안 한곳에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군 복무 시절 생각에 빠져 밤을 새우고 태양이 떠오를 때까지 한 곳에 서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종종 <다이몬>이라는 신비한 음성을 들었다고도 전해진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을 도덕 철학가로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델포이 신탁의 응답이었다. 친구 카에로폰이 델포이에 가서 소크라테스 보다 더 현명한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없다는 응답을 받았다. 소크라테스는 이 응답의 의미를 자신이 무지를 깨달았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현명한 사람이 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태도로 그는 진리와 지혜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3.

소크라테스가 자신이 쓴 저작이 없기에 과연 어디까지가 본인의 사상을 이야기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많다. 특히 플라톤의 저작의 경우 거의 대부분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말을 하고 있기에 어디까지가 소크라테스이고 어디까지가 플라톤인지에 대한 논란은 필히 따라다닌다. 플라톤의 작품은 크게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지는데, 전기 작품들이 소크라테스의 영향을 받아 저술된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에우리티프론』, 『크리톤』이 여기에 포함되는 작품들이다. 중기에 들어서면서 플라톤의 독자적인 사상인 이데아론이 형성되고 전개되는데 『파이돈』, 『향연』, 『국가』 등의 작품이 여기에 해당된다. 후기에는 존재론, 인식론, 우주론적 관심이 좀 더 확대되고 정치적 관심도 유지되는데 『법률』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4.

소크라테스는 지식의 체계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 인간의 내부를 탐구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내부는 아는 것을 행하는 것으로 이끄는 독특한 활동공간이다. 그는 이 활동을 <영혼 psyche>라는 개념을 만들어 표현했다. 영혼의 활동이란 우리가 무언가를 <인식> 할 수 있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행위를 이끌어내고 또 지배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인간은 가능한 영혼을 선하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5.

소크라테스는 인간은 확실한 지식을 가질 수 있으며 그 지식만이 도덕의 기초가 된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그의 첫 작업은 자기 자신과 동료들에게 ‘어떻게 인간이 믿을 수 있는 지식을 획득할 수 있는 가’를 제시해주어야 했다. 그는 믿을 만한 확실한 지식을 얻는 방법은 산파술인 <변증술>을 통해서라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할 수밖에 없고 최종단계에 와서 원래 의도했던 것을 명확하게 진술하게 된다고 믿었다. 어떤 사람이 불완전하고 그릇된 생각을 갖고 있을 때 그것을 점차적으로 교정해줌으로써 그 자신이 스스로 진리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기술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다 보면, 심리적으로 소크라테스에 우호적인 독자마저도 종종 일어나는 불쾌감에 당황스러워한다. 그러니 당대의 사람들이 가지는 반감과 불편은 훨씬 현실감 있고 강하게 다가왔으리라.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고 보았기에, 변증술을 통해 대화를 통한 사유 과정을 이끌어 내어 확실한 지식으로 인도하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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