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 이 글은 2019년 1월 30일 울산저널에 기고한 글입니다.
책 속 주인공은 영원히 살지만, 책을 쓴 작가는 필연적으로 죽는다. 그런 시기가 다가온 노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이 평생 읽어온 책들에게 마음을 다하여 “안녕” 이라고 말하고 싶어 『읽는 인간』을 쓴다. 그는 자신이 책과 혈관으로 이어져 있다고 느끼며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책 읽기와 글쓰기에 평생을 매진한 사람 그리고 그것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사람의 혈관 속엔 어떤 책들이 흐르고 있는지, 또 책은 어떤 방식으로 그의 혈관에 유입이 되었는지 궁금해지는 고백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에겐 필연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적 질문들이 따라다닌다. ‘왜 읽는가?’, ‘무엇을 읽을 것인가?’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 책을 통해 오에는 어떤 대답을 하고 있는가.
왜 읽는가?
오에의 인생에 등장한 첫 번째 책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다. 9살 때 그는 헉의 다짐대로 평생을 살아가자고 결심한다. “All right, then, I’ll go to hell(그래 좋다. 나는 지옥으로 가겠다.)” 이후의 그의 책 읽기는 마치 지옥 불을 건너는 정신적 영웅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에게 책은 단지 대상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중요한 인생행로를 결정하는 데 나침반 역할을 한다. 그는 독서를 통해 인생을 만들어가고 나아가 새로이 길을 내면서 그전에 생각했던 과정과 다른 방향으로 탈선도 하며 자신의 나아갈 길을 결정해왔다고 말한다. 왜 읽는가? 그의 삶이 그 이유다.
무엇을 읽을 것인가?
오에는 삶에 기틀을 마련해준 네 권의 책을 소개한다. 와타나베 가즈오의 <프랑스 르네상스 단장>, 애드거 엘런포의 <포시집>, 엘리엇의 <J.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 오든의 <1929>.
<프랑스 르네상스 단장>에서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한다. <포시집>은 문학 언어에 대한 새로운 감각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 <J.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 와 오든의 <1929>를 읽으며 아름답고 매력 있는 현대 문장의 전형을 보고, 소설의 미래를 보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엔 책이 책을 불러들이고 책이 불러들이는 사람을 기다렸다. 그러면 정말 그런 책들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스승으로 나타났다. 무엇을 읽을 것인가? 먼저 읽고 책이 불러오는 책과 사람을 기다려보자.
어떻게 읽을 것인가?
오에는 재독을 권한다. 책을 처음 읽을 때는 미로를 헤매는 읽기가 되고, 한 번 더 읽을 때에야 방향을 지닌 탐구적인 읽기가 된다는 것이다. 번역본인 경우, 번역본과 원본을 꼼꼼히 대조해가며 읽고 마지막은 원문만을 읽어 내야 그 책의 진가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3년에 한번 씩 저자를 바꿔가며 심도 있는 독서를 할 것을 권한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정성을 다해 읽고 또 읽어보자.
오에의 책 읽기는 정성이 가득하다. 어휘 하나 운율 하나까지 숙고하며 읽는 그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그는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근거로 ‘오에 겐자부로’ 자신을 들고 있다. 공주를 구하기 위해 지옥 불을 건너 용과 싸우는 정신적 영웅이 있다면 바로 오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정성을 다한 책 읽기는 그 만큼 수확물도 크다. 그의 책 읽기는 소설쓰기로 이어졌고 노벨 문학상이라는 명예로 가는 다리가 되었다. 오에 겐자부로는 ‘책을 읽는 인간’ 이기보다는 ‘책이 된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