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구스타프 융 / 신근영 저
"칼 구스타프 융"
이라는 산은 여러 경로로 그 거대한 아우라를 느꼈지만, 막상 그 산을 오르려 하니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막막했다. 일단 지도부터 찾아봐야 했다. 그 지도의 일환으로 만난 책이 바로 이 책 ‘칼 구스타프 융, 언제나 다시금 새로워지는 삶’ 이다.
저자는 융의 사상을 알기 쉽게 비교의 좌표를 이용해 우리에게 설명한다. 프로이트 와 융의 비교와 니체와 히틀러의 비교를 통해서 융의 세계로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끈다. 처음 읽었을 땐, 이 정도면 융 에 대해 도전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래서 길을 나선 융 등반 길, 그러나 곧 나는 거대한 융의 숲에서 길을 잃었다. 일상적으로 쓰이던 용어는 융 속에서 새로운 용법으로 바뀌었고, 확고하고 고정된 길이 있을 거라는 환상은 그의 경험적 실용주의 앞에서 무너졌다. 콤플렉스, 원형, 집단무의식, 자아, 그림자, 아니마 /아니무스, 페르소나 이런 알려진 개념들은 그나마 쉬웠다. 이 개념들 간의 상호 관계, 현실에서의 드러남, 나의 현실에서의 적용, 상징의 해석 등에서는 앞을 가로막는 덤불이 놓여 있었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이 책을 읽어야 했다. 그런데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으나 이미 나는 처음 융을 접한 내가 아니었다. 그 사이 나의 헤맴은 내 속의 원형과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냈으며, 다른 집합적 시공간으로 나를 옮겨 놓았다. 다시 만난 이 책은 그 전에 발견하지 못한 큰 공간을 열어주었고 내가 멈춰 선 덤불을 헤치고 나갈 용기와 우회로를 알려주었다.
나는 이 저자만큼 융의 등반을 생동감있고 능동적으로 표현한 책을 아직까지는 못 봤다. 저자는 융이 멈춘 자리가 자신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융으로부터 배움을 통해 자신만의 커다란 집합적 시공간으로 나아가려 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제 작가가 끝맺은 마침표를 새로운 출발로 삼아 다시 한 번 융의 세계로 나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