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살린 Apr 18. 2019

법고전[변명]07.『소크라테스의 변명』 읽기2

과거의 비판자들을 향한 항변

*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중 소크라테스



현재의 비판자들에 대한 항변               

 소크라테스를 고발한 공식 내용은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을 망치고, 국가가 믿는 신들을 믿지 않고 다른 새로운 신령스러운 것들을 믿음으로써 불의를 행하고 있다.” 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멜레토스를 상대로 이 고발에 대한 논박을 진행해 나간다. 소크라테스는 멜레토스의 비논리적인 면과 모순적인 면을 잡아내며 반박을 한다.           


1) 젊은이를 망쳤다.     

 먼저 “젊은이를 망친다는 고발” 에 대해 반박하며, 멜레토스가 중요한 문제를 경박하게 처리하고 젊은이 교육에 무관심함을 지적한다. 참고로 멜레토스는 ‘보살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는 그의 이름에 대한 역설이다. 멜레토스가 정의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조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문제에 대해 고발을 했으며, 혹여 잘못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불러 훈계해도 될 일을 자신을 법정에 세우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이 고발장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젊은이들을 망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아마 사면령으로 인해 과거의 일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멜레토스가 제기한 것에 성공적으로 반박하는 듯 했으나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25a~c

소크라테스 : 그렇다면 나를 빼놓고 아테네인들 전부가 그들을 아름답고 훌륭하게 만드는데, 나만 그들을 망치고 있는 것 같군요. 그런 뜻으로 말하는 건가요?     

멜레토스   : 바로 그걸 내가 힘주어 말하고 있는 겁니다.     

소크라테스 : 당신이 간파한 대로라면 난 정말 큰 불운에 처한 거군요. 그런데 나에게 대답해 주세요. 말(馬)들의 경우도 그렇다고 당신은 정말로 생각하나요? 인간들 전부가 그것들을 더 훌륭하게 만드는 반면, 망치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인가요? 아니면 그것과 정반대로, 더 훌륭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이거나 아주 소수, 즉 말 조련사들인 반면, 많은 사람들은 말들과 함께 있으면서 그것들을 다룰 경우 그것들을 망치는 건가요? 후자가 아닌가요, 멜레토스? 말들의 경우든 다른 모든 동물들의 경우든 말입니다. 분명히 그럴 겁니다. 당신과 아뉘토스가 아니라고 하든 그렇다고 하든 말입니다. 하기야 단 한 사람만이 젊은이들을 망치고 다른 사람들은 이득을 준다면 젊은이들에게는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겠죠. 하지만 멜레토스, 당신은 젊은이들에게 신경 써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걸 충분히 보여 주고 있고, 또 당신 자신의 무관심을 즉 당신은 나를 법정에 세운 사안들에 전혀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다는 걸 분명히 드러내 주고 있어요.          

 


소크라테스는 선을 아는 것이 곧 선을 행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진정한 행복을 이끌어내는 선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항상 도덕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덕적인 악은 앎의 부족으로 생긴 것이지, 죄 많은 생각이나 약한 의지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다음이 이러한 면을 드러내는 소크라테스의 발언이다.          



25c~d

소크라테스 : 자, 멜레토스, 제우스신이 보는 앞에서 우리에게 계속 말해보세요. 쓸 만한 시민들 사이에서 사는 게 더 좋은 가요, 아니면 사악한 시민들 사이에서 사는 게 더 좋은 가요? 이봐요, 대답해 봐요. 알다시피 전혀 어렵지 않은 걸 묻고 있으니까요. 사악한 사람들은 늘 자기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뭔가 나쁜 일을 하고, 훌륭한 사람들은 뭔가 훌륭한 일을 하는 것 아닌가요?     

멜레토스   : 물론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 : 그렇다면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서 이득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해를 입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나요? 대답하세요, 훌륭한 양반. 법도 대답하기를 명하니 말입니다. 해를 입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나요?     

멜레토스   : 물론 없습니다.     

소크라테스 : 자, 그럼 젊은이들을 망치고 더 사악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나를 여기 법정에 세울 때 당신은 내가 의도적으로 그런다고 본 건가요, 아니면 그럴 의도 없이 그런다고 본건가요?      

멜레토스   : 물론 의도적으로 그런다고 본 거죠.

소크라테스 : 뭐라고요, 멜레토스? 그 나이의 당신이 이 나이의 나보다 그토록 더 지혜로워서, 당신은 나쁜 사람들은 늘 자기들과 가장 이웃해 있는 사람들에게 나쁜 일을 하고 훌륭한 사람들은 훌륭한 일을 한다는 걸 알고 있는 반면, 나는 내가 함께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를 몹쓸 사람으로 만들면 그 사람에게서 뭔가 나쁜 일을 당할 위험에 처하게 되리라는 것조차 모를 만큼 심각한 무지 상태에 있다는 건가요? 그래서 이런 대단히 나쁜 일을 의도적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건가요?          



2) 신을 믿지 않는다.     

 소크라테스는 신을 믿지 않는다는 고발에 대해서 멜레토스의 고발이 자기 모순적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일견 이 반박은 성공한 것처럼 보이고 옳은 듯하다.           


27a

소크라테스 : 내가 보기에 이 사람은 자기 고발장에서 스스로 자기모순적인 말을 하는 것 같거든요. 마치 “소크라테스는 신들을 믿지 않으면서 신들을 믿음으로써 불의를 행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건 농담하는 사람이나 할 법한 말입니다.     


27c

소크라테스 : 어쨌거나 당신 말에 따르면 나는 적어도 신령스러운 것들은 믿고 있는 것이고 게다가 당신은 고발장에서 이것들에 대해 서약까지 했지요. 그런데 내가 신령스러운 것들을 믿고 있다면, 분명 내가 신령들 또한 믿고 있다는 것이 아주 필연적이지요, 그렇지 않나요? 물론 그렇지요. 대답을 안 하니 당신도 동의하는 걸로 치겠습니다. 그런데 신령들은 신들이거나 신들의 자식들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지 않나요?          

 


 고발장에는 ‘새로운 신’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소크라테스가 말한 ‘목소리’ 또는 ‘다이몬’을 가리키는 말인 듯하다. 이 ‘목소리’는 소크라테스가 철학적 사명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고발장에는 사면령이 공표된 기원전 403년 이전의 일을 포함시킬 수 없었으므로 이 ‘목소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그렇다면 ‘신을 믿지 않는다’라는 어떤 의미일까? 아테네는 다신교 사회이다. 다신교 사회는 다른 신을 경배하는 것에 관용을 가지고 있다. 아테네는 체계적인 종교 교리나 전문적인 사제 집단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기에 특정한 신을 믿지 않는다고 하여 기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신을 믿지 않는다’는 혐의는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의미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도 되지만, ‘신을 경배하지 않는다’도 될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신적인 것을 믿으므로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하였고, 그러므로 멜레토스의 기소는 자기모순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멜레토스의 의도가 ‘신을 경배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면, 그래도 소크라테스는 무죄일까? 『에우티프론』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자신에게 불경죄가 적용된 것은 신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묘사한 기존의 신화를 믿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렇다. 소크라테스는 신화를 전통적의 방식이 아닌 도덕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즉, 소크라테스는 일반 사람들이 신을 경배하듯, 경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멜레토스의 기소는 옳은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 부분에 대한 항변은 생략한 채, 전자의 이유 즉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에 대해서만 항변한다.           


3) 시민불복종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아킬레우스, 헤라클레스와 연결시키며 자신도 신의 총애를 받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배심원들의 분노를 샀다. 여기서 우리는 소크라테스가 새로운 영웅상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제시한 영웅은 아킬레우스나 헤라클레스처럼 전투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거나 도시 국가를 위해 맹목적으로 목숨을 바치는 사람이 아니라, 정의에 헌신하는 사람이다. 소크라테스가 가장 충정을 보이는 대상이 국가가 아닌 것이다. 철학이라는 자리를 지키도록 명령한 신에게 가장 큰 충정을 보인다. 그는 최고의 지휘관인 신의 명령에 복종해야 할 의무가 국가에 복종해야 할 의무와 갈등을 빚을 때마다 국가의 명령을 부수적인 위치에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놀라운 발언을 한다. 배심원들이 자신을 조건부 방면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신의 명령을 따라 지혜를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지속적으로 아테네 시민들에게 질문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일은 결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테네 시민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29d

소크라테스 : 자, 내가 말했던 대로 이런 조건을 달고 여러분이 나를 방면한다면, 나는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할 겁니다.

            “아테네인 여러분 나는 여러분을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여러분보다는 오히려 신에게 복종할 겁니다. 그래서 내가 숨 쉬고 있고 할 수 있는 한은 지혜 사랑하는 일, 여러분에게 권고하고 또 매번 내가 여러분 중 누구와 만나게 되든 그에게 명료하게 보여주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내가 입버릇처럼 말해 오던 대로 이렇게 말하면서 말입니다.     

            ‘가장 훌륭한 양반, 당신은 지혜와 힘에 있어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명성이 높은 국가인 아테네 사람이면서, 돈이 당신에게 최대한 많아지게 하는 일은, 그리고 명성과 명예는 돌보면서도 현명함과 진실은 그리고 영혼이 최대한 훌륭해지게 하는 일은 돌보지도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게 수치스럽지 않습니까?’라고 말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를 ‘굼 뜨고 깨워줄 필요가 있는 말’에 비유를 하고 자신은 그 말을 깨우는 ‘등에’로 비유한다. 자신은 신이 내려 준 사명인 ‘아테네의 등에’로서 지속적으로 아테네를 깨우고 설득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배심원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30d

소크라테스 : 아테네인 여러분, 지금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항변을 하고 있는 게 전혀 아닙니다. 어떤 이는 그렇게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오히려 나는 여러분을 위해서 즉 여러분이 나에게 유죄 표를 던짐으로 해서 신이 여러분에게 준 선물에 대해 뭔가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하려고 항변을 하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날 죽인다면 이런 유의 다른 사람을 쉽게 발견하지 못할 테니까요. 좀 우습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을 하자면, 그야말로, 마치 크고 혈통 좋지만 큰 덩치 때문에 꽤 굼뜨고, 어떤 등에가 있어서 일깨워 줄 필요가 있는 말과도 같은 국가에 신이 붙여 놓은 그런 사람 말입니다. 신은 나를 바로 그런 사람으로 국가에 붙여 놓은 거라고 난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 빠짐없이 찾아가 붙어 앉아 여러분 각자를 일깨워 주고 설득하고 꾸짖는 일을 결코 멈추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말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이 사람의 정수라고 보았다. 미덕을 추구하면 영혼은 완벽해지고 악을 행하면 영혼은 파멸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이 사람의 지적인 본질 및 도덕적인 본질과 연결되어 있으며, 의식을 지닌 인격체라고 생각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영혼을 다듬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는 그의 주장은 그리스 윤리학에 혁명을 일으켰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그리스 철학에는 이런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사고방식은 ‘친구들에게 이로운 일을 하고 적에게 해로운 일을 하는 것’이 정의라는 당시의 전통적인 정의론과는 배치되는 급진적인 사고였다. 여기에 소크라테스와 아테네와의 균열이 있다. 영혼을 강조한 소크라테스는 개인의 도덕적 자율성과 도시국가의 권위 사이의 갈등을 부추긴 면이 있다. 만약 많은 젊은이들이 양심을 중시하여 관습에 복종하기 보다는 영혼의 진실을 찾고, 전통적인 믿음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비판적인 사고를 한다면 아테네의 안정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평화시라면 국가를 새롭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위기시라면 위협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아테네 시민들의 고뇌가 엿보인다.      


 첫 번째 변론 마지막으로 동정에 호소하지 않겠다고 말을 한다. 그에게도 아이와 친척이 있지만 그들을 이용해 동정을 사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유는 그것이 아름답지도 정의롭지도 경건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첫 번째 항변 연설이 끝나고 소크라테스는 유죄 판결을 받는다. 설득에 실패한 것이다. 우리는 첫 번째 연설 도중 간간히 들여오는 소란에, 소크라테스가 설득에 실패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재판을 직접 본 사람들은 그날 재판장이 야유와 고함 등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었다고 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법고전[변명]06.『소크라테스의 변명』 읽기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