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살린 May 03. 2019

법고전[변명]09.『소크라테스의 변명』읽기 4

최종 판결 후 마지막 연설

4.  최종 판결 후 마지막 연설               

 이제 마지막 투표만이 남았다. 처음 투표에서는 무죄판결이 220표, 유죄판결이 280표였다. 그러나 두 번째 연설이 끝난 후에는 사면이 160표 사형이 340표가 나와 그 차이가 훨씬 벌어졌다. 그의 연설이 설득에 실패한 것이다. 아니 실패를 자처한 것이다. 아테네 시민들은 자신들을 설득하기 보다는 자신은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고, 나쁜 삶을 살기보다는 차라리 죽겠다고 말하는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호시절에는 그의 잔소리를 참을 수 있었으나, 아테네는 이젠 그런 관용을 베풀 여력이 없었다. 이제 소크라테스는 그들에게는 귀찮고 위험한 존재였던 것이다.           

    

사형선고를 한 배심원들을 향한 연설               

사형선고를 받은 소크라테스는 배심원들을 향해 연설을 한다. 사형 투표자에게, 그리고 무죄 투표자에게 차례로 인사를 한다. 이것이 통상적인 절차는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창작인지 실제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만일 실제로 연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 소란스러운 분위기에서는 그의 연설을 배심원들이 들었을 것 같지는 않다. 먼저 사형 투표자들에게 하는 연설에서, 사형 투표자들은 잠깐을 못 기다리고 곧 죽을 지혜로운 자를 죽였다는 오명과 비난을 자초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처형했다는 이유로 아테네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소크라테스 자신을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이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 자신의 논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배심원들이 원하는 대담함이나 뻔뻔스런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법정에서 자비를 호소하지 않았던 이유는 몰염치하게 죽음을 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 이후에도 논박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언한다. 소크라테스 자신이 지금까지 이 비판자들을 억제시켜왔으며, 그것을 벗어나는 길은 자신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39c

소크라테스 : 나는 벌써 인간들이 예언을 가장 잘 하기 마련인 때, 즉 막 죽게 될 시점에 와 있기도 하니까요. 나를 죽인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나를 죽일 때의 앙갚음보다, 제우스에 맹세코, 훨씬 더 혹독한 앙갚음이, 내 죽음 이후에 곧바로 여러분에게 닥칠 거라고 예언하는 바입니다. 여러분은 자기 삶에 논박을 견뎌내는 일에서 벗어나게 되리라고 생각하면서 이 일을 방금 해냈죠. 그런데 실은 여러분에게 그와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리라고 나는 단언합니다, 여러분을 논박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게 될 겁니다. 그들을 지금까지 내가 자제 시켜 왔는데, 여러분 자신은 눈치 못 채고 있었죠. 또 그들은 더 젊은 만큼이나 더 혹독할 것이고, 그래서 여러분 자신이 그만큼 더 짜증이 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사람들을 죽임으로써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올바르지 않게 살고 있다고 비난하는 걸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여러분은 아름답지 못한 생각을 품고 있는 거여서 하는 말입니다. 이렇게 벗어나는 일은 그리 가능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으며, 오히려 저렇게 벗어나는 일, 즉 남들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자신을 가능한 훌륭하게 되도록 다잡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쉽게 벗어나는 일이니까요.                



무죄 투표를 한 배심원들에게 한 연설               

이제 소크라테스는 무죄 투표자에게 눈을 돌려 연설을 한다. 그들에게 배심원들이나 ‘아테네 사람들’ 이라고 칭하는 대신 ‘재판관’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아마도 그들만이 정의로운 판결을 내린 사람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서두에서 그는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한 의미에 관해 친구간의 대화를 나누자고 말한다. 그의 무죄에 표를 던진 배심원들에게 자신에게 굉장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말을 한다. 이는 아침에 법정에 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신의 가호가 반대하지 않았으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나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그의 죽음은 좋은 죽음이라는 것이다. 그에게 죽음은 무로 가는 것이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만일 죽음이 무로 가는 것이라면, 꿈도 없는 깊은 잠을 잘 것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면, 훌륭한 사람은 살아 있든 죽은 후든 신이 돌보므로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말을 마치기 전에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고발한 세 사람이나 사형선고를 내린 배심원들에게 전혀 앙심을 품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의 아들들이 선보다 물질적 부를 중시하거든 소크라테스가 베푼 검토로써 똑같이 아들들을 괴롭히고 꾸짖어 주길 부탁한다. 그가 배심원들에게 요구한 것은 자신이 아테네의 아버지 역할을 했던 것처럼 자신의 아들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다. 자신을 다시 한 번 아테네의 영웅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길을 향해 가는 자신과 고발자들을 비교하며 어느 쪽이 좋을 것을 향해 가는 지는 신만이 안다는 최고의 철학적 수사로 마무리 한다 .          



41e

소크라테스 :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것만큼은 해 주길 부탁하는 바입니다. 내 아들들이 꽃다운 나이로 자라면, 여러분, 내가 여러분을 괴롭혔던 것과 똑같이 그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갚아주세요. 그들이 덕보다도 돈이나 다른 뭔가를 우선하여 돌보고 있다고 여러분에게 여겨진다면 말입니다. 또 그들이 아무것도 아니면서 스스로 한인물 한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여러분에게 하듯이 그들을 꾸짖어 주세요. 돌보아야 할 것들은 돌보지 않고, 아무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면서 스스로 한인물 한다 생각한다고 말입니다. 여러분이 이런 일들을 해주면 나 자신도 내 아들들도 여러분에게서 정의로운 일들을 겪는 셈이 될 겁니다.               



42a

소크라테스 : 아니 벌써 떠날 시간이 되었군요. 나는 죽으러, 여러분은 살러 갈 시간이. 우리 중 어느 쪽이 더 좋은 일을 향해 가고 있는지는 신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분명치 않습니다.               

* 명상... 최미선 작

매거진의 이전글 법고전[변명]08.『소크라테스의 변명』 읽기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