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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는 것은 무엇일까?

<정재호 원장의 상담 일기>



성형외과 외래에서 상담을 하려면, 현재 인기 있는 예쁜 연예인의 이름과 얼굴형 정도는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환자가 연예인의 얼굴을 예로 들며 질문했을 때 같이 호응해 주는 것이 상담자와 가까워질 수 있는 첫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환자에게 내가 원하는 모습을 열심히 설명하고 그 근거를 찾기 위한 공부를 많이 하고 그런 외모가 되도록 수술에 만전을 기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요사이는 내가 생각하는 모습을 설득하는 대신 환자의 얘기와 바라는 바를 더 많이 듣고 환자의 워너비 연예인 사진을 열심히 같이 보며 의논도 한다.
수술은 환자가 원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그럴수록 환자의 무의식적인 속내를 읽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때문에 환자의 마음속에 있는 외모 때문에 겪었던 괴로움이나 젊었을 때 예뻤다가 세월이 흘러 미워진 서러움, 남자 친구가 돌아선 슬픈 울분 등을 함께 느끼려고 노력하면서 수술의 방향을 잡는다.
어떤 분들은 의사보다도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 나도 모르는 시술명을 얘기하며 해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그걸 모르면 한물간 의사로 몰아세우기까지 한다.
그러나, 달을 봐야지 가리키는 손가락을 볼 문제가 아니다.  

예쁘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름다움은 어떻게 인식하는가?
예쁘다는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병원의 막내 직원은 블랙핑크의 제니가 제일 예쁘다고 말한다. 왜 예쁘냐고 물으면 설명은 못한다. 제니의 사진을 찾아보니 내가 보아도 예쁜데 왜 예쁜지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지는 못하겠다. 물론 비교 대상이 있다면 설명이 훨씬 쉽겠지만 그 또한 주관적인 판단이 될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의 바흐 무반주 첼로를 듣고 있다. 왜 카잘스인가? 그 많은 첼로 대가들 중에서 왜 유독 카잘스는 LP판의 소음을 감수하고서라도 듣고 싶게 좋은가? 다른 연주자와 카잘스는 내 뇌 속에서 어떻게 비교되어 인식되는가? 음악의 가치는 LP판 판매 수입으로 결정되는가···


한 시간 전쯤 젊은 중국인 환자 한 분이 눈과 코의 재수술 성형에 대해 상담하고 갔다. 우리 병원에서의 수술 여부를 판단해 보고 두 시간 후에 연락하겠다고 한다. 다른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 여러 조건을 비교해서 결정하는 것이 환자들이 거치는 일반적인 과정이다.

비교하기 위해 다른 병원으로 가는 환자를 보면서 새삼 오래된 질문이 떠올랐다. 

예쁘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어느 병원이 더 좋을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30년 가까이 수술실을 지키고 있으면서도 아직 답을 잘 모르겠다.


그저 오늘도 묵묵히 아름다움이라는 해답을 찾으려고 묻고 또 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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