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벌새의 생존을 위한 도전

벌새와 나의 이야기-6

by 최리라
적을 경계하느라 고개를 이리저리 돌릴 때마다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은 목깃털이 분홍과 황금과 루비와 진홍으로 반짝거렸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새끼손가락만한 벌새에 홀려 해마다 피더를 내걸고 기다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은 살아있는 보석 그 자체였다. 벌새들 이름에 루비, 토파즈, 태양의 천사(sunangel), 불의 왕관(fire crown), 공작새, 요정 같은 단어가 많이 들어가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간혹 보이던 그 짜리몽땅한 수컷 루비가 점점 자주 피더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넥타를 먹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힘이 세진 건지 아니면 너무 배가 고팠는지, 그날 저녁에는 피더의 여왕 레나에게 "목에 불을 켜고" 덤볐다. 레나가 여러 번이나 날아올랐다가 수직하강하면서 날카로운 부리로 수컷의 등을 쪼아댔지만, 수컷은 평소와 달리 도망치지 않았다. 잠시 뒤로 물러나는 듯하다가 다시 피더로 날아와 넥타 구멍에 부리를 댔다. 레나는 멱살을 잡듯이 수컷의 뒷목덜미를 부리로 움켜물고 밑으로 끌어당기기까지 했다.


벌새들은 공중에서 전후좌우로 즉시 방향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새여서 맹렬히 싸우는 모습은 마치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들의 공중전을 보는 듯했다. 두 벌새는 사람처럼 몸을 꼿꼿이 세운 자세로 마주보며 나란히 하늘 위로 솟아오르거나, 머리를 땅으로 향한 채 곤두박질치듯이 떨어져내리기도 했다. 저러다 정말 바닥에 머리를 찧는 게 아닐까 싶을 즈음에 재빨리 몸을 틀어 다시 솟아올랐다. 수컷 루비는 비록 몸이 작았지만 그만큼 가볍고 날렵했다. 재빨리 암컷의 공격을 피하며 지붕 위로 날아올랐다가 전속력으로 하강하며 암컷의 눈을 쪼으려 했다. 어둠이 내리는 시각인데도 수컷의 목은 햇빛을 받은 스팽글처럼 반짝였다. 암컷에게 보내는 공격 신호였다. 비상경고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오는 경찰차처럼 말이다. 싸움이 너무 격렬해지다보니 내가 유리창에 바짝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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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도 지치지 않고 공격했지만 공격은 차차 약해져 방어로 바뀌었고 수세에 몰리자 결국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암컷을 물리친 수컷 루비는 혼자서 맘껏 넥타를 들이켰다. 과연 레나는 다시 돌아와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인지, 그날 밤 윈터베리 속 자신의 침소에서 잠을 잘 것인지 궁금했다. 아직 레나에게 깊은 정을 들이지 않은 게 정말 다행스러웠다. 혹자는 이 장면이 전투가 아니라 짝짓기였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지만 짝짓기할 때 수컷이 보여준다는 'U'자형 마초디스플레이라기보다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싸우는' 개싸움에 가까웠다.


그날 밤 오랫동안 잠이 오지 않아서 뒤척이다가 새벽이 되어서 겨우 두 시간 가량 눈을 붙였다. 아침에도 눈을 뜨니 개운하지 않았지만 벌새를 보고 싶어서 눈을 비비며 2층 침실에서 1층 부엌으로 내려갔다. 나만의 파파라치 구멍으로 내다봤더니 레나가 있어야 할 토마토 지지대 상단에 떡 하니 수컷 루비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보통 레나는 아침햇살이 눈부셔서 햇살을 등진 채 앉아 있곤 했는데, 이 수컷은 반대로 햇살을 향하여 앉아 있었다. 적을 경계하느라 고개를 이리저리 돌릴 때마다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은 목깃털이 분홍과 황금과 루비와 진홍으로 반짝거렸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새끼손가락만한 벌새에 홀려 해마다 피더를 내걸고 기다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은 살아있는 보석 그 자체였다. 벌새들 이름에 루비, 토파즈, 태양의 천사(sunangel), 불의 왕관(fire crown), 공작새, 요정 같은 단어가 많이 들어가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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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이 많고 힘이 없어서 늘 레나에게 밀려나던 그 수컷이 이제는 완전히 왕좌를 차지한 것이다. 레나로 보이는 암컷과 다른 암컷들이 계속 날아와서 피더에 얼쩡거리자, 수컷 루비는 부리를 최대한 벌려 "저리 가! 이건 내 거야!"라는 듯 꽥꽥 거리며 위협했다. 그렇게 해도 안 되면 로켓처럼 튀어올라 적을 쫒아버렸다. 그러다 다시 평화가 찾아오면 한참 동안 토마토 지지대 위에서 여유롭게 털을 고르고 볼일을 보고, 주위를 살피고, 아침 스트레칭을 하고, 간간이 식사를 하면서 아침을 즐겼다. 내가 창 안에서 비디오를 찍든지 스틸 사진을 찍든지 전혀 개의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끔씩 창 안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2F2A0450-1.jpg 끊임없이 나타나는 도전자들에게 "저리 가!"라고 외치는 존 스노우


나는 이 수컷 벌새에게, 얼마 전 7번째 시즌을 시작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GoT)'의 주인공 '존 스노우'의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레나의 이름도 '왕좌의 게임'과 연관이 있으니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어야 했다.) 그는 스타크 가문의 서자라는 작고 미미한 존재로 출발하여 온갖 시련과 모험을 겪으며 지배자로 성장해가는 '존 스노우'와 어딘가 느낌이 비슷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이 수컷 벌새가 전날 밤 레나와 싸우던 그 벌새는 아닐 수도 있고, 그 벌새라 하더라도 이전에 찾아오던 나약한 소년 벌새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날아온 새로운 수컷일 수도 있었다. 나의 추측과 가설이 맞는지 틀렸는지는 앞으로 시간이 증명해줄 것이다.


새벽 이슬에 목욕하고 나온 듯 깨끗하고 아름다운 깃털에 총명한 눈망울을 가진 '존 스노우'는 '수컷 루비 한번 실컷 봤으면 좋겠다'던 나의 소원을 이루어준 고마운 존재였다. 왕좌를 지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저 정도의 패기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나의 생각에 화답이라도 하듯 존 스노우는 이제 가슴의 깃털을 한껏 부풀려 아까보다 두 배나 커진 모습을 보여주더니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그의 통치가 오늘 단 하루만으로 끝나면 또 어떠하리. 이제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여 만드는 판타지 드라마 '왕좌의 게임'보다 내 뒤뜰에서 매일 매일 벌어지는 벌새들의 드라마가 더 흥미진진했다.


2F2A1388-gg-1.jpg 온몸의 깃털을 세우고 몸속의 공기 주머니를 부풀리면 몸집이 두 배로 커보인다.


삶을 위협하는 존재들과 공존하는 법


대부분의 세상 일이 그러하듯이 직접 겪어보면 상황은 생각한 것보다 10배 이상 복잡하고 정교하다.

'벌새 피더에 설탕물을 넣어서 걸어두면 벌새가 와서 먹겠지'라는 생각만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벌새들은 매일 매일 새로운 문제들을 내게 던져주고 해답을 찾으라고 요구했다. 나는 점점 무보수로 일하는 벌새들의 집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저 매일 아침 피더에 설탕물을 채워넣는 행위만으로 평화롭게 벌새를 바라보고 즐길 수 있었다면, 나는 곧 벌새에게 싫증이 났을지도 모른다.


자연 상태에서라면 꽃들의 꿀샘은 꽃자루 안쪽 깊숙한 곳(암술, 수술이나 꽃받침 부위)에 위치하며, 꿀을 먹으려고 오는 곤충들이 꽃가루를 묻혀서 수분해주기를 기다린다. 벌새는 꽃모양을 크게 가리지 않지만 꿀이 많이 든 꽃을 선호하고, 나팔꽃이나 사루비아, 바늘꽃처럼 길쭉해서 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꽃에서도 쉽게 꿀을 먹는다. 심지어 어떤 헬리코니아꽃(Heliconia tortuosa)은 오로지 특정 벌새만 먹을 수 있도록 진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대한 수분을 잘 시켜줄 수 있는 대상을 선택하는 건 식물 자신인 것이다. 벌새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다른 경쟁자가 먹기 전에 갓 피어난 꽃에서 꿀을 먹는다. 다른 경쟁자(벌새, 나비, 벌, 개미, 파리 등)가 거쳐간 꽃은 빈 물통이나 마찬가지이다. 반면,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서 저녁에 꿀을 품은 채 꽃잎을 닫아버리려는 꽃도 찾아내서 좁은 틈새로 기다란 부리를 집어넣어 꿀을 먹는다. 우리 눈에는 활짝 피어 있는 꽃이어서 꿀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누군가 거쳐간 빈 꽃일 수도 있고, 시들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꿀을 담고 있는 꽃도 있는데, 벌새들은 귀신같이 구별한다.


2F2A4062.JPG 벌새 피더에 달라붙어 표면에 묻은 당분을 먹는 하늘색 곤충


꽃이 담고 있는 소량의 신선한 넥타만 먹고 생존하려면 벌새들은 하루에 1-2천개 꽃을 찾아다녀야 하는데, 사람이 내걸어둔 피더가 있다면 그만큼 적게 노력해도 많은 넥타를 먹을 수 있으니 휴식할 틈이 생기고 생존률도 높아진다. 문제는 사람들이 꽃모양을 흉내내어 만든 인공 피더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통 아래쪽에 벌새가 부리를 넣을 수 있는 구멍을 뚫어둔 세로형 피더는 물을 담아두었을 때처럼 물줄기가 새나오지는 않지만, 끈끈한 설탕물이 구멍쪽에 동그랗게 맺혀 있다가 조금씩 흘러내릴 수밖에 없다. 물론 벌새들이 부리를 집어넣었다가 꺼냈다가 하면서 표면장력이 깨어져 설탕물이 흐르기도 한다. 조금 더 비싼 피더는 아래쪽 구멍에서 살짝 위쪽으로 휘어진 관을 연결하고, 수술 모양의 관 주변으로 플라스틱 꽃잎 장식을 달아 하늘을 향해 꽃이 핀 효과를 낸다. 처음엔 단순한 벌새 유인책이겠거니 했는데, 벌새를 관찰하다보니 이 작은 피더를 만든 사람들이 얼마나 고심했는지 흔적이 보였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벌새를 좋아하진 않지만, 벌새 애호의 역사는 꽤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수술 모양의 관이 위쪽을 향한다고 해서 넥타가 전혀 흘러내리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벌새들은 생각보다 깔끔하게 먹는 편이 아니고 기다란 혀로 넥타를 퍼올리면서 사방에 설탕물을 튀기는 모양이었다.


캡처.JPG 넥타를 노리는 건 벌새뿐만이 아니다. 중앙에 몰린 건 꿀벌들이고 오른쪽의 커다란 벌이 말벌이다.


문제는 이렇게 흘러내린 설탕물에 다른 곤충들이 꼬인다는 점이었다. 무식한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인간만큼(특히 미국인들)이나 벌새들도 설탕을 좋아하고, 벌새들만큼이나 다른 새, 개, 벌, 나비, 나방, 파리, 개미도 당분을 좋아한다. 그래서 벌새 피더를 보면 가끔 작은 새도 부리를 대고, 벌과 나비도 붕붕거린다. 징그럽게 생긴 말벌은 특히 반갑지 않은 손님인데, 벌새들이 말벌에 쏘이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더에 말벌이 붙어 있으면 벌새들은 말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다른 방향에서 넥타를 먹는다. 말벌은 그래도 불개미에 비하면 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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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개미들은 일단 벌새 피더로부터 방울방울 떨어져내린 바닥의 넥타에 모여들어 포식을 한다. 그 중 한두 마리 전령 개미들은 자기들의 소굴로 돌아가서 다른 개미들을 불러오는 역할을 할 것이다. 미리 식사를 마친 불개미들은 넥타의 근원인 피더 자체를 차지할 궁리를 하고, 곧 빠른 걸음으로 머나먼 원정을 시작한다. 일단 바닥과 맞닿은 벌새 스탠드의 지지대를 타고 올라 스탠드 기둥을 따라 일렬로 등반을 시작한다. 대열은 결국 벌새 스탠드가 걸린 고리에 도달하고, 곧이어 벌새 피더에 도착하여 벌새가 부리를 대고 먹는 작은 넥타 구멍 속으로 들어간다. 불개미들은 넥타 오아시스에 도달하면 손에 손잡고 발에 발잡고 표면장력을 이용하여 설탕물 위에 뜨기 시작한다. 일렬로 들어오던 불개미들은 앞서간 불개미들의 몸을 징검다리 삼아 가장자리로 움직이면서 점점 더 얇고 납작한 동전 모양의 뗏목을 만든다. 내가 발견했을 당시에는 설탕물 위에 커다란 동전 모양으로 떠서 넥타를 먹고 있었는데, 꼬챙이로 건드리니까 두 세개로 나뉘었다. 물갈퀴도 없는 불개미들이 이런 일을 하다니! 나는 특히 불개미에게 물리면 알러지 반응이 심하게 올라오는 체질이어서 공포에 사로잡혔다.


캡처-fireants float.JPG 서로의 다리를 연결하여 물 위에 떠 있는 불개미들.


그해 허리케인 하비가 텍사스를 강타했을 무렵에도 불개미가 화제가 되었다. 모든 것이 물에 잠겼는데 곳곳에 거대한 넓이의 불개미 뗏목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불개미들은 서로의 다리를 연결하여 함께 떠있는 상태로 마른 땅을 만날 때까지 떠다녔던 것이다. 그들은 서로 교대를 하면서 떠 있기 때문에 아래쪽의 개미도 위쪽으로 올라가 숨을 쉴 틈이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자신을 희생한 아래쪽 불개미들이 만들어낸 섬 위에서 여왕개미와 애벌레들까지도 익사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잔인하게도 해충 스프레이를 가져가서 스탠드 아래쪽에 뿌리곤 했지만, 효과는 잠깐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스프레이를 맞으면 죽는다기보다는 잠시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나 움직이는 것 같았다. 다만, 아무리 강인한 불개미들이라도 잠수 시간이 길어지는 세로형 넥타통 속까지는 잘 스며들지 못했고, 얇고 납작한 모양에 위쪽에 구멍이 뚫린 가로형 넥타통에만 집단적으로 침투했다. 벌새들은 아주 작은 곤충도 먹이로 삼지만, 불개미만큼은 먹지 않는다고 했다. (참, 벌새들은 넥타만 먹는 게 아니라 작은 곤충을 먹음으로써 단백질도 보충해야 한다) 아마 불개미의 몸속에 독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뿐만아니라, 다수의 불개미들이 넥타를 점령하면 넥타를 오염시키고, 가끔은 벌새의 부리 위로도 타고 오를 수 있기 때문에 벌새들이 싫어한다고 했다. 개미들이 점령한 피더를 보면 벌새들은 말없이 그곳을 포기하고 떠나버린다고 했다. 만약 내가 뿌려둔 해충스프레이를 몸에 묻힌 개미가 거기까지 왔다면, 유해한 성분이 넥타에 스며들어서 벌새에게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 그것이 내가 다시 세로형 넥타통을 내어 걸기 시작한 또다른 이유였다.


불개미를 좀더 근원적으로 차단해 보겠다고 끓는 물을 불개미 구멍에 부어보기도 했지만, 그들은 단 하루만에 무너진 곳을 보수하고 더 큰 저택을 지어버렸다. 불개미를 박멸하려고 더 독한 약을 뿌렸다가는 결국 벌새도 나도 같이 공멸할 수 있을 테니, 불개미를 없애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했다. 불개미로 태어난 그 생명체들도 자기 종을 보호하고 새끼를 지키려고 그렇게 악랄해진 것이니, 결국 이해하며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 사실은 나보다도 벌새들이 더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말벌이나 불개미 집단을 발견하면, 그냥 조용히 그곳을 피하는 것이다. 벌새는 개미보다 크지만 집단을 이루지 않고 각자도생하는 생명체이기에, 집단의 힘을 발휘하는 개미들 앞에 무릎을 꿇는 수밖에 없다. 이렇듯 어디가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들은 반드시 존재하는 법이고, 늦기 전에 그것을 감지할 수 있다면 살아날 확률은 높아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벌새 애호가들은 불개미들만큼이나 집요한 사람들이어서 아래 그림과 같은 벌새피더를 고안하기도 했다. 인간들이 옛날 성 주변에 방어용 해자(moat)를 만들어두었던 것을 본따서 피더 상단에 작은 벌새용 해자를 달아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위쪽 고리를 타고 내려오는 개미들이 저 깊이의 물을 잠수하다가 익사할 것이다. 그러나 이건 인간의 얕은 생각이거나 생각없는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상술로 끝날 확률이 크다. '아쿠아맨' 불개미 같은 독종 불개미가 없어도 불개미들은 이 해자라는 장애물을 쉽게 통과할 것이 분명하다. 해자의 수면에서 서로의 몸을 연결하여 다리를 만든 다음 아래쪽 고리까지 기어내려가면 되니까 말이다.


캡처-antsmoat.JPG 인간이 성 주변에 만들어두던 해자를 본따서 고안한 벌새 해자 구조. (이런 장치를 상단에 달아둔 특수 피더가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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