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100년채권

100년 생존과는 상관없다.

by 제이니

구글이 얼마전에 만기 100년짜리 채권을 영국에서 발행해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한국의 엉성한 언론들은 100년짜리니까 손자때 가서야 갚는다 어쩐다 하고 있어 웃음을 선사해주고 있다.


100년짜리 채권을 왜 발행하는지도, 그걸 왜 사는지도 보통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단순히 금리가 높아서? 100년물들은 20~30년물에 비해 크게 금리가 높지 않다. 100년짜리 수요는 거의 대부분 중장기 부채가 엄청 많아서 자산 부채 듀레이션 갭을 맞추기 힘든 보험사, 특히 재보험사/재재보험사들이다. 일반 투자자 수요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그래서 로이드같은 재/재재보험 네트웍이나 관련 재보험사들이 몰려있는 영국에서 발행을 하게 된 것이다.


보통 보험사들은, 장기보험을 예로들면 만기가 30~50년에 육박하기 때문에, 평균 듀레이션 (평균 만기라고 생각하는게 편하다) 이 높은데, 실제 채권시장에 풀리는 물건들은 10~30년이 대부분이라, 보험 1억어치 팔때마다 장기물 채권을 2억씩 사야한다. 이러면 돈이 빵꾸가 나니까, 최대한 비슷한 만기로 금액맞춰 사든지 재보험사에 일정부분 팔아버리거나 한다. 투기적 성향이 강한 곳은 저금리 단기물로 조달해 장기물을 사 평균 자산 부채 듀레이션을 맞추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여기 100년물이 나와주면, 부채 평균듀레이션을 부채 명목금액의 2~3분의 1로 확 줄이면서도 금리리스크는 확 줄여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보험사들이 장기물에 목매다가 100년물이 나오면 미친듯이 사가는 것이다.


채권은 갚고 못갚고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신용도에 따라 가격등락이 생기면서 조정되어가는 상품이다. 따라서 딱 100년뒤에 가서 원금달라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1년이든 10년이든 뒤에 적절한 가격 (내려갔을수도 있고 올라갔을수도 있다) 에 매각할 수 만 있으면된다. 지금은 6%정도에 발행한걸 샀지만, 시중금리가 내려가면 1프로만 내려가도 듀레이션이 크니 채권가격이 폭등을 하게 된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가거나 구글상태가 안좋아지면 채권가격이 떨어진다. 이것은 점프하는 것 처럼 보여도 사실 10~20년정도는 꾸준히 움직이기 때문에, 채권에 투자한 보험사나 투자회사의 장부에서는 천천히(?) 움직이므로, 비중이 크지 않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없다.



구글은 그럼 금리가 높은 100년채를 굳이 왜 발행했을까. 채권(부채)과 주식(자본)의 차이는 "돈을 반드시 돌려받을 수 있는가" 의 차이이다. 채권은 법적으로 원금을 돌려줘야하고, 주식은 법적으로 원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 그런데 100년채권은 과연 부채인가 자본인가? 내 생각에 채권의 만기가 50년이 넘어가면, 그 채권은 더 이상 채권이 아니다. 그래서 영구채 같은 경우, 은행이 발행하게되면 은행의 자기자본개선효과가 생기게 되어있다. 영구채는 말그대로 거의(?) 갚을필요없는 채권이다. 조건에 따라 갚아야하기 때문에 자본과는 다르지만, 거의 자본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구글은 보험사들의 그러한 상황을 노리고, 조달비용이 비싼 주식시장보다 조달비용도 싸고 실제로는 자본하고 다를 바 없는 100년채권을 발행해버린 것이다. 어차피 갚을 필요가 없지 않나. 이자만 내면되는데 주주들에게 배당주는 것과 다를바도 없다. 게다가 채권단은 회사가 정상일 때는 힘이 없으니, 지분희석효과도 없고 경영권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대규모 주식발행을 하게 되면 가끔 일어나는 이사회 자리 요구같은 것도 없다. 구글로서는 그냥 꽁돈 생기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구글은 연간 아직도 20%씩 성장하는 회사이다. 6% 금리같은건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이제 빅테크들이 "우리 주식 더이상 안팔아" 라고 선언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아는체하고 싶은게 아니라, 저런 경제이벤트를 단순히 "손자 때 갚는 채권" 이라든지 "손자가 갚을 빚" 같이 무슨 해외토픽처럼 취급하는 경제전문기자라는 사람들 때문이다. 뭘 아는게 하나도 없으면서, 모든 이슈가 그저 다 싱기방기한 일인양 떠들기만 하는 작자들 때문에 국민의 경제이해도가 올라가지를 않는 것 같다. 수십년째 그러니, 투자를 하면 다 쏠려서 하다가 다 망하고, 그 투자시장을 강한 규제로 아예 못하게 막아버리고. 이딴짓들을 하니까 한국이 경제규모에 비해 금융시장이 정말 베트남수준(보단 좀 낫지만)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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