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과 열정으로 삽니다?

by 제이니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다보면, 뭔가 철학적이고 복잡할 것 같은 제목과 달리 이야기는 거의 우화풍으로, 결론도 그냥 "사람은 사랑으로 삽니다" 로 끝난다. 처음 톨스토이 작품을 읽었을 때, 그래서 약간 충격적이었다. 여튼 나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작품이 좋다. 물론 톨스토이는 사람은 사랑으로 삽니다 같은 삶을 살지는 않았다.



셰익스피어의 소넷을 읽으면, 앞번호작품들은 그냥 주제가 "니들 놀기만 하지말고 애 많이 낳아서 종족 유지해" 이다. 사랑의 아름다움 뭐 이딴건 그냥 18번쯤 가야된다. 셰익스피어 소넷 중에 가장 유명한게 18번인데, 우리도 예전에 노래방같은데 가면 나의 18번은 무엇인가, 이런 표현을 썼던 것 같다. 물론 노래 18번과 소넷 18번은 그냥 우연히 번호가 같을 뿐이다. 셰익스피어 아들 헴넷은 일찍 죽었다.



니체는 과거도 미래도 무의미하고, 타인의 가치평가도 무의미하니 오롯이 자기자신에게 집중해 살아나가야 한다고 한다. 물론 니체 자신은 그런 삶을 살았던 적이 없다. 평생 짝사랑이나 하며, 타인의 사랑을 갈구했을 뿐.



사람은 DNA 가 하라는 대로 하고 사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무언가 결정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DNA 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그에따른 결과를 받아들일 뿐이다. 지구의 거의 유일한 지배자는 DNA 이며, 여러 신들이란 그저 DNA 가 사람들에게 인식된 다양한 모습에 불과하다. DNA 가 생존하여 지구를 지배하게 된 유일한 방법은, 번식과 죽음이다.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그냥 오늘 하루를 살아내자니 DNA 의 노예가 된 것 같고. 하지만 여태까지 살아본 바로는 선택지중 가장 잔혹한 것이 보통 우리의 운명인 것이다. 우리는 그냥 산다.


인공지능과 사이버네틱스로 인간은 DNA 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인류가 특이점에 진입한 지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는 재미없는 질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고 나면, 그 질문은 다시 우리를 괴롭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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