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로 시작해 가요로 돌아가는 길. 멀리돌아가지만 뻘짓은 아닌
어릴 때 재즈음악에 관심이 있어서 음대수업 중에 재즈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뭐 거의 교양수준의 과목이고, 음악적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 수업이었다. 사실상 별 내용도 없었지만 음대 교수님이 강의중에 했던 말 중 다음 두 말이 기억난다.
"다른 음악이 면과 선으로 이루어져있다면, 재즈는 점과 같습니다. 그 순간에만 존재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것이죠"
재즈가 점과 같다. 꽤 정확한 것 같다. 잘 짜여져 계획대로 연주하는 클래식이나 일반 음악에 비해 재즈는 그 시작부터가 즉흥성에 기반한 음악이다. 대부분의 재즈 명반들도 몇 연주자가 레코딩 스튜디오에 모여서 그냥 한번에 즉흥적으로 후려서 만들어진 판들이 많다. 레코딩 스튜디오 사용료 아껴서 좋았겠다.
그리고 더 마음에 들었던 말은,
"음악의 끝은 가요입니다. 음악이라는 것 자체가 소리의 즐거움인데, 결국 우리를 가장 즐겁게 해주는 것은 가요니까요" . 의도했든 안했든 이 말에 감명과 모멸감을 같이 느꼈다. "니들은 재즈란게 무슨 대단히 고상한 것 처럼 생각하지만, 절대 그런게 아니란다 바보들아" 라고 교수님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클래식도, 재즈도, 지금은 복잡스럽게 존재할지 모르지만 유행하던 당시에는 다 가요였다.
나는 평론가라는 직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물론 나도 감상평을 쓰지만, 그런 일을 직업으로 삼고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사실 우리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면 그냥 자신의 사고의 틀에서 '느낄' 뿐이지, 분석하진 않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재미없거나 후진 작품이 누구에게는 뛰어난 작품이 되는 것. 그게 예술의 아름다움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글을 써야한다면, 온갖 잡다한 예술의 역사와 그런 작품의 분류에 있어서 어쩌고 저쩌고, 작품과는 상관없는 아는척만 잔뜩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아는척을 알아듣거나 알아듣는다고 착각하는 관객의 허영심을 채워줄 뿐인 그런 글들이 된다.
음악의 끝은 가요이고, 영화의 끝은 90년대 홍콩영화이다. 모두를 즐겁게 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