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인간관계?

어떤 사람들은 적당히라는 것을 모르는가 보다.

by 제이니

인터넷이나 게임등의 서브컬처가 등장하고 전파되기 이전에 사람들은 모든것을 사람들과 함께 해야했다. 그게 어쩔 수 없었다. 장기라도 한판 두려면 사람들하고 둬야했고, 공부도 선생님이랑 얘기해가며 해야했고, 그나마 책은 혼자 읽었겠지만 책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수 많은 인간관계와 그에의한 사건과 사고, 갈등과 해소뿐이었다. 사이가 나빠져도 다시 만나야했고, 화해를 하든 칼부림을 하든 뭐든 사람끼리 하기는 해야했던 시절이 있었다.


초기 인터넷이나 PC 통신시절에는 정기모임등이나 번개모임등의 오프라인 모임이 거의 필수였다. 결국 온라인도 오프라인 인간관계의 연장에서 존재했었고, 정모도 안하는데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인터넷이 보급되고 순수하게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친목질이야말로 커뮤니티를 망가뜨리는 주범이라며 정모라든지 하는 오프모임들이 사라진 것 같다. 틀린말은 아니지만, 커뮤니티가 왜 망하면 안되는지 나는 잘은 모르겠다. 그냥 망했다 다시 생기면 그만인데.


여튼 2000년대 초반부터,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만나기싫어도 집에서 혼자 할 게 많고, 예전에는 너드들이나 하던 인터넷을 그냥 전 국민이 다 하다보니, 별의별 이상한 놈들도 많고, 위화감 느끼게하는 부자들도 보이고. 인터넷세계가 더 인간혐오만을 부추겨 온 것이다. 라때는 이라고 하긴 싫지만, 그때는 안철수도 정상을 넘어 위인이었다.



인간은 할 수 있으면 그것이 도덕적이든 아니든, 도움이 되든 안되든,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냥 한다. 사람이 만나기 싫으면 만나지 않을 수 있는 시대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다보니 비자발적 인간관계 단절도 생기고,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이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공기처럼 많던 인간관계가 이제는 굳이 물가에 찾아가서 마시는 물 같아졌다고 해야하나.


인간관계가 어려워진 사람들이 많으니, 클릭수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은 "인간관계 불필요하다", "살아보니 가족빼면 다 필요없다' 주제로 엄청나게 컨텐츠가 쏟아져나오는 것 같다. 인간관계가 어려운 사람들은 그런 자료나 영상을 보면서 안도하며 문밖으로 나갈 생각을 접어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면, 인간은 그렇게 하지 않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은 관계속에서 살지 않으면 금방 시들어 버리고, 그렇게 시들면 다시 원상복구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영화에서나 기적같이 찾아온 인연에 의해 삶의 기쁨을 뭐 다시 알고 어쩌고 하지, 실전 라이프에서는 당신이 1000억대 부자든 가난하든 간에, 인간관계가 사라지는 순간 이전으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어쩌겠나, 그게 인생인데.




젊을 때는 이상한 사람을 '손절' 해도 된다. 인간관계가 빠르게 맺어지고 없어지기도 하니까. 그런데 '손절' 하는 버릇이 들면, 별것 아닌일에도 사람을 손절하게 되는데, 이런 손절파 사람들은 주변에 자기가 누구를 손절했다고 떠들고 다니기 마련이다. 마치 자신이 대단히 쿨한사람인양. 그런데 당신이 사람을 '손절' 했다는 것을 듣는 사람들은 당신의 손절이 이유가 합당하든 아니든간에, 당신은 맘에 안맞으면 그냥 한순간 손절치는 사람으로 각인되게 되고, 사람들은 당신을 떠나가게 된다.


친구란, 나보다 부족한 점이 있을수도 있고 나보다 뛰어난 점이 있을수도 있다. 당신도 타인의 눈에는 마찬가지이고, 가족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당신의 가치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고, 당신도 타인의 가치기준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가족을 사랑하며, 연인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은 인터넷만있으면 인간관계가 필요없다고 이야기 한다면, 생각해보자. 수 많은 유동닉들이 없거나 블로그의 누군가가 쓴 글이 없다면, 도대체 인터넷을 왜 하냐고. 인간관계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불편한 점만 쏙 뺀 인간관계의 단물만 필요하다고 자인하는 것이다. 그것은 현명한 것이나 쿨한 것이 아니라, 그냥 유아적이고 이기적인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그렇게 단절의 행복(?) 을 전파하던 거의 첫세대가 이제 노년기로 향하고 있으니 그들의 말년을 잘 지켜보기 바란다. 그다지 아름답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일어나는 일이니까. 아니 뭐 사실 일본만 봐도 이미 다 알 수 있다.



뭔가를 하는데 내 생각대로 너무 쉽게 되면, 그 일은 잘못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뭔가를 하는데 너무 힘들면 그게 제대로 된 길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나 실패하고, 뭐라도 맨날 힘들고 바보같이 하는 사람들은 간혹 성공하는 법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만큼 쉬운건 없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만큼 후회를 많이 남기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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