뀪뀪뀪뀪뀪뀪뀪뀪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by 제이니

한글은 뭐랄까, 과학적인 것은 모르겠으나 표현력에 있어서는 인류역사상 최강의 글자이다. 덕분에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크고, 덕분에 폰트제작자들이 등골이 휜다. 한자를 쓰는 일본어보다 만들어야 할 폰트 수가 더 많은 것이 한글이다. 일본의 상용한자 수는 600자에 불과하지만, 한글의 현실적인 조합의 수는 2000개를 가볍게 넘어가버리기 때문이다. 자음 모음 숫자 뭐 이런거 다 합쳐봐야 몇백개 되지도 않는 영어를 비롯한 서양의 언어들이 수 많은 무료폰트가 있는데 비해, 한글은 쓸만한 무료폰트가 그다지 많지 않다. 폰트가지고 소송이 이렇게 많이 나는 나라도 별로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한글폰트는 돈주고 써도 비싼 것이 아님을 아는게 좋다. 나는 개고생하며 한글 폰트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요새는 많이 줄었지만, 전에는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한국어가 가장 표현력이 뛰어나다 라고 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한글이 문자중에 가장 우수한 것은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한국어가 표현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것에는 언제나 동의하지 않았고, 지금도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어는 표현력이 그다지 좋은 언어가 아닌편이다. 언어의 표현력은 언어의 역사, 그리고 고유한 명사의 숫자에 비례하는데, 한국어가 외국어들에 비해 딱히 강점이 없다. 세종대왕이 만드시고, 사람들이 그 때부터 널리썼다면 아마 한국어가 세상에서 가장 표현력이 좋은 언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한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100년이나 되었을까. 그조차 일본때문에 더 늦어졌다.



한글은 굉장히 수학적인 언어이다. 조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 많은 글자들. 설령 한국어에서 사용되지 않는 발음도 아마 새로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문자가 없는 민족이 자신들 모어의 발음을 가장 비슷하게 만들어낼 수 있을테니까. 물론 글자만 한글이지 뭐 뿕빩뽕컬리 같이 쓰겠지만.


하지만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공학적(?) 아름다움은 언제나 내적 복잡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 복잡성을 이해하면 너무 훌륭한 도구가 되지만, 그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용하기 매우 힘들다. 이렇게 되는 대표적인 분야가 컴퓨터이다. 애시당초 한글같은 언어로 컴퓨터가 설계되었다면 모를까 (아마 비트수가 딸려서 컴퓨터가 더 늦게 나타났을수도있다), 지금도 한글을 비롯한 언어들은 유니코드가 나오기 전 까지 컴퓨터 엔지니어링에 큰 걸림돌이 되어왔다. 컴퓨터를 쓴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글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을 볼 때마다 참 뭐랄까, 그렇다. 뭐 그래도 한국어 키보드가 훨씬 편하다, 프랑스어 키보드에 비하면. 프랑스 이 똘아이들은 자국민 아니면 키보드부터 쓰기 힘들다. 나라가 세계의 표준에서 멀어지면, 대부분 망한다. 한국도 갈라파고스화덕에 소프트웨어가 엉망이지 않나. 프랑스나 일본도 비슷하다. 오히려 폐쇄적인 중국이 표준을 훨씬 더 잘 준수한다.




뀪뀪뀪뀪뀪뀪뀪뀪.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과학이 내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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