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2025)

잘생겼는데 재미없는 남자친구.

by 제이니

누가그러길 "얼굴이 재미지". 그래 그렇다, 얼굴이 재미다. 이 작품은 잘 만들었다. 블랙코메디로는 잘 만들었는데, 기생충보다는 좀 더 대놓고 블랙코메디라 부자연스러운 것들이 많지만 그 또한 그 맛이니까.


해고는 살인인가? 해고가 살인이면 취업은 탄생인가? 지나치게 과장된 수사이다. 불안정한 비정규직에게 해고는 살인이 아니다. 매일같이 일어나는데 그게 살인이 될 수는 없다. 해고가 살인이 되는 경우는 철밥통같은 정규직에게만 해당되는 경우다. 살인에 필적할만큼 고통스러운 해고는 정규직에게만 일어난다. 반대로 말하면 정규직은 누군가는 매년 견디는 해고조차 견딜 수 없을 만큼 보호받고 안락하게 살아왔다는 것이다.


해고를 도끼로 비유하든지, 살인에 비유하든지 간에 그런 호사를 비정규직들은 느낄 수 없다. 애시당초 기득권의 언어인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개연성이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없어 비판받으리라 생각한다. 정규직 정도로 기득권이 된다는 만연한 생각도 우습지만, 그 정도 기득권을 잃었다고 연쇄살인마가 되어야하는 현실은 더 우습기 짝이 없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을 포함한 제지업계 경쟁자들은 진짜 종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냥 머릿속에서 종이만들 생각밖에 없는 종이덕후들인데, 그런사람들도차 해당업계 재취업이 극도로 힘들다. 오히려 종이에는 관심이 없는 종이회사의 임직원들이 모든 좋은 자리를 꿰차고 종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위에 군림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것이 정체된 자본주의의 모습이다.


이 작품은 현재세대를 대상으로 만든 작품인데, 영상은 80년대같은 느낌으로 찍은 것 같다. 뭔가 이국적인 80년대 한국의 모습이 2020년대를 그린 2020년대 작품속에서 보이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뛰어나다. 뛰어난 배우들을 모아놓았으니 연기가 다 뛰어난 것은 당연하겠지. 특히 최근 거지같은 배역만 맡던 손예진씨의 열연이 돋보인다. 근데 다들 연기가 너무 좋은데다가 영화자체도 연극이랑 비스므레 한 느낌을주니 영화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들 눈에는 최고의 명작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잘생긴 작품이기는 한데, 이 작품역시 감독특유의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 들이 지나치게 많다. 감독은 뭐랄까, 영화광인데 뛰어난 스킬을 연마해서 영화를 찍는 그런 사람 같다. 뭘 봐도 오마쥬가 너무 많아보이고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자신의 영화경험들을 관객에게 강요하는 느낌.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해석의 오리지널리티는 있는데, 근본적인 오리지널리티는 부족한. 항상 그런 경계선에 서 있는 감독 같다. 물론 이 정도면 세계적으로 훌륭한 감독인 것은 맞다.


영화인이나 영화광들은 좋아할만한 영화. 김기덕 감독이 죽은 뒤에, 김기덕 감독이 생각나게 하는 작품은 박찬욱 감독 작품 밖에 없는 것 같다. 이것은 그냥 개인적인 이야기다. 두 사람이 들으면 북한제 권총으로 나를 죽이려고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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