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에는 대만과 한국만 투자하는가
돈을 빌려주고 받고 하다보면 느끼는 것이 "내 손에 있을 때는 내가 갑, 네 손에 있을 때는 네가 갑" 이라는 것 입니다. 돈을 빌려주기 전 까지는 온갖 아양을 다 떨던 사람들이, 돈을 빌리고 난 뒤에는 대부분 180도 태도가 돌변하고, 돈을 돌려받아야 할 때 즘 되면 무슨 자선이라도 베푸는 양 돈을 돌려주거나, 차일피일 미루다 안갚는 경우도 태반입니다.
그래서 기관투자자들은 돈을 빌려주기 전에 계약서에 온갖 조건들을 기입해 놓습니다만, 기관도 일단 돈을 빌려주고 나면 일반 개인과 상관없이 똑같이 을의 입장이 됩니다. 채권자들이 힘이 셀 것 같지만, 채무자가 배째면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채권자들입니다. 그래서 그나마 담보라도 확보하려고 하다보니, '돈이 없어 돈을 빌리는데 담보가 있을리가 있나' 라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기도 하죠.
한국 정부나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투자하기 전의 미국은 온갖 감언이설로 꼬드기지만, 투자한 뒤에는 "미국시장을 쉽게 얻었으니, 당신의 투자는 당연한 것" 이라고 합니다. 기존의 약속도 뒤집습니다. 한두번이 아니라서 새삼스럽지도 않습니다. 이미 IRA 를 뒤집겠다고 공언하는 지금, 다시 현대차의 31조원 투자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국내에서는 1조원도 투자하지 않는 기업들이, 한국보다 더 잘 살고 더 임금이 높고, 오히려 더 규제가 심한 미국에 투자들을 하고 있죠. 최저임금이 높아서, 규제가 심해서 한국에 투자를 못하겠다던 재벌들이 미국에는 수십조씩 투자를 하는 모습에 무엇이 진실인지, 저들이 과연 IMF 를 국민의 애국심으로 버텨온 기업들인지 궁금해집니다.
미국에의 투자가 그렇게 유리하다면, 왜 유럽이 미국에 투자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을까요.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겠죠. 한국의 재벌들에게는 왜 그러한 필요가 있을까요? 관세일까요? 물론 관세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한국이 위험하니 그냥 재산 빼돌리기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인으로부터 얻은 재산을 미국에 본인들이 소유한 '법인' 으로 가져가는 것이 해외투자니까요. 아시다시피 법인들은 누가 주인이건 간에 각각 개별 법인격을 가집니다. 법적으로 한국 본사와는 별개의 존재가 됩니다. 물론 자회사이고 지분으로 지배하기는 하지만, 설령 한국본사가 사라진다 해도 외국법인은 그대로 존속합니다. 따라서 자회사의 이익을 본사에 보내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죠. 본사의 이사회나 주주들이 요구하면 보내겠지만, 한국의 주주자본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만약 한국기업이 한국에 공장을 지으면, 한국인들이 월급을 받습니다. 한국 원료들을 사용해서 하청업체들이 매출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매출 전체가 한국으로 송금되어 달러가 들어옵니다. 이렇게 해서 원화가치가 올라가고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올라가게 됩니다. 하지만 공장이 미국에 있으면, 대부분의 인건비나 원가는 미국내에 지급되고, 거의 5~10% 도 안되는 순이익이 한국에 '배당금' 의 형태로 송금되게 됩니다. 상법을 알면 아시겠지만, 배당금은 이사회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배당을 안해도 됩니다. 그러면 한국의 기술력과 노하우, 그리고 한국에서 지출된 개발비등으로 만들어진 모든 매출이 미국에 남아있게 되는 것이죠. 죽쒀서 밥한톨 못건지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 원달러 환율이 이모냥인 겁니다. 바이든 때 부터, 한국정부에서 반강제로 떠밀다시피 해서 미국에 지어놓은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공장들이 돌아가며 기존 달러수급을 다 망쳐놨으니, 팔 달러가 없으니 환율이 올라가고 실질 외환보유고는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죠.
실제로 최근 5년간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정체 또는 하락입니다. 성장하는 국가에서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는 일은 없습니다. 명목상 경제성장률만큼은 증가해야 정상입니다. 5년간 10퍼센트는 증가했어야 할 외환보유고가 정체상태라는 것은, 실질 외환보유고가 10퍼센트 이상 하락했다는 것이고,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미국과 동맹이니 미국이 원하는 것을 해 주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현재 20세기초 이후 가장 강력한 고립주의 정책을 펴고 있고, 타국들의 전쟁을 전부 예측하고 있습니다. 거기 끼기 싫다는 것이고요, 근데 거기 안끼자니 미국이 필요한 물건들인 반도체나 배터리, 그리고 철강등은 자국에서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원합니다. 한국이나 대만이 전쟁에 휩싸이면, 미국 경제는 매우 힘들어질 수 있는데, 그 품목들이 반도체나 배터리인 것이죠. 그런데 그걸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되면 한국이나 대만에 신경이나 쓸까요? 한미동맹? 웃기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이미 다 줘버렸습니다. 대만은 그걸 알고 정부차원에서는 대미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은데, TSMC 나 폭스콘등은 스스로 대미투자를 하거나, 요청도 안받았는데 '대일투자' 까지 하고 있죠. 정부에서 이런걸 떠미는 건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합니다. 아 물론 물어보면 '난 안떠밀었어' 라고 하겠죠.
한국에서 한국인들이 피땀흘려 벌고 벌어준 대기업의 돈이 무차별적으로 미국에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재벌들은 잃을 것 하나도 없습니다. 법적으로도 자기돈 미국에 쓰겠다는데 문제 없겠죠. 하지만 대기업들은 한국인들이 일하고, 소비해주고 하면서 키워진 집단입니다. 국민을 생각하는 최소한의 마음이 있다면, 그 피땀서린 돈을 돌아오지 못할 미국에 퍼주는 행동은 안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한번 내 손을 떠난 돈은요, 내가 돌려받을 힘이 없으면 사라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