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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전쟁이 일어나는 단순한 이유

뚜들겨 맞아보기 전엔 아픈지 알 수 없다.

by 제이니

복싱이나 격투기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복싱경기나 격투기 경기를 보면서 '기술' 이니 '체력' 이니 하는 단어들을 쓰면서 경기를 평가합니다. 선수가 잘하면 그 선수의 마음을 안다듯이 칭송하고, 패배하면 기술이 부족하다느니 머리가 나쁘다느니 하면서 평가절하 하기도 하죠.


하지만, 복싱이나 격투기의 스파링을 단 1라운드라도 해 본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평가하지 못합니다.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죠. 막상 링에 올라서 상대방과 펀치 몇 방을 주고 받으면 드는 생각은, "아, 너무 아프다, 빨리 내려가고싶다" 일겁니다. 싸움의 기본은 사실 맷집입니다. 그리고 맷집은 맞아보고, 그게 얼마나 아픈지 알아야 생기기 시작하죠. 피가튀고 눈이 부어보면 압니다, 아 랭킹 최하위의 선수들도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런 쓸데 없는 짓을 할 필요가 없구나' 라는 걸.



전쟁이 얼마나 아프고, 죽을 것 같을지는 책만 읽어도 어느정도 상상은 합니다. 하지만 전쟁을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니라면 느낄 수 는 없습니다. 느낀다고 착각할 뿐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군대에 많이 다녀오니까, 모의 전투 정도는 경험합니다. 근데 그 전투훈련조차도, 제대로 하면 일반인은 한두시간 내에 기절합니다. 하지만 그냥 힘들 뿐입니다 훈련은, 죽음의 공포나 팔다리가 떨어지고 사방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총을 맞아도 마일즈기어에서 나오는 삐삐소리만 들릴 뿐이죠. 군대가 전투훈련을 한다고, 민간인들이 공습을 당하며 지하벙커에 숨어서 언제 폭탄이 떨어질 지 모르는 상황을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 내 벙커 위에 폭탄이 떨어지면 어둠속에서 죽을 걱정같은 것은 없죠.


전쟁에서의 병사나 민간인은 모두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13미터 위의 외줄에서 아무 보호장비 없이 한 발로 서 있는 상태에 있습니다. 죽음은 편하죠, 사는게 공포인 것입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세대는 이제 모두 사라졌습니다. 전쟁을 직접 기억하는 세대도, 그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뼈저리게 느낀 세대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큰 희생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몸속으로 느끼는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들로 부터 직접 전쟁을 보고 배운 2세들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전쟁 후 복구가 어느정도 된 상태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자녀들이 기성세대가 되어가고 있고, 전쟁은 추상적인 개념이자 일종의 레토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전쟁과 상관없는 세대가 주역으로 등장하며, 세계는 다시 극우화의 바람이 붑니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하고, 전쟁때문에 만들어 둔 각종 법과 규칙들을 무시하며 선동하는 극우들입니다. 자신만이 옳고 나머지들은 어쨌든 적폐라며 법과 규칙을 무시합니다. 그들의 아버지세대들이 법과 규칙은 이용만 하면 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죠.


민주주의란 그렇습니다. 법치를 주장하지만, 실상은 법에 지정된 의무든 권리 자체를 '자유롭게 이용' 하고만 싶어하게 됩니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타락합니다. 그리고 그런 허울뿐인 법조차도 무시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죠. 스스로 통제장치를 날려버린 국가들은 폭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선동에 의해 이룩한 권력은 그 과정 때문에 유연할 수가 없습니다. 언행이 유연하지 못한데 국가간 외교가 부드러울 수 없겠죠. 부드럽지 못한 외교, 그것이 전쟁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민주주의는 붕괴했습니다. 수준낮은 목사들의 선동과, 엘리트 교육을 받은 정치인들의 낮부끄러운 헌법파괴행동들을 보면서, 아 미국도 한국도 모두 민주주의가 붕괴되었구나 라는 것을 느낍니다. 민주주의는 한번 붕괴하면 회복할 수 없습니다. 전쟁이 유일한 방법이고, 사실 큰 전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파시즘 한국의 끝은 끽해야 이탈리아의 말로를 따라갈 것입니다. 여러분의 자녀들은 파시스트들에 의해 이용될 것이고, 계급화된 사회에서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욱 평등하다' 라는 소리를 듣고 살게될 지 모릅니다.


그러한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면, 연대해 싸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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