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king dogs never bite
우리 주변에 트럼프 같은 사람들은 종종 있죠. 목소리 크고, 자기 자존심과 정당성만 채우면 만족하는 사람들. 하지만 겉으로 뭔가 주장하는데에는 사실 뒤로 바라는 것은 따로 있는 사람들. 세상 천지에 널렸습니다. 이런사람들의 특징은 '우겨서 내가 이기면 장땡, 안되어도 내 자존심과 만족감은 챙길 수 있으니 손해는 아님' 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을 상대하는 법은 한가지 뿐입니다. '어 그래그래' 하다가 몰래 뒤통수 쳐버리는 것 이죠. 이런 사람들은 보통 뒤통수 맞으면 똥볼을 차든지 무시합니다. 반대로 이런 사람들에게 먼저 알아서 기거나 섣불리 대응하는 행동은 '나 잡아 잡수세요' 하고 내미는 격 입니다. 전자는 일본, 후자는 캐나다입니다. 트럼프같은 사람들은 일본같은 나라를 먼저 뜯어먹고 자기나라 국민에게 자랑합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런 거니까요. '내가 저놈한테 돈 받아서 니들한테 돌려주는 거니까 나를 더 좋아해줘' 뭐 이런 생각이랄까. 그리고 캐나다 같은 나라는 욕받이로 쓰면서 본인의 인기를 높입니다. 캐나다 뭐 뜯어먹을만큼 대단한 나라 아니에요.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 이라는 아주 오래된 책을 오래전에 읽어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뭐 그냥 그저그런 책인데요,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상대방에게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면 최대로 뽑아먹을 수 있다" 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무리한 요구를 받아내기도 했죠. 이건 그냥 트럼프가 원래 부자고 아빠도 힘이 세고 해서 그럴 수 있었던 것이지 트럼프가 무슨 대단한 협상가라 그런 것은 아닙니다. 트럼프 아버지는 엄청 센 사람입니다, 아들이 쇼맨이라 더 알려졌을 뿐이지.
트럼프는 부동산 개발업을 주로 했기 때문에, 협상 대상자는 대부분 지역 공무원들이었고 이 사람들은 트럼프의 언론플레이나 무리한 요구에 대응 자체를 하기가 힘든 포지션에 있었습니다. 그러니 시종일관 지역 언론이나 개발을 원하는 정치인들의 입김 속에서 트럼프에게 최대한 양보를 해 줄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트럼프가 사인간 거래에서 거래의 기술을 십분 발휘해 승리한 적은 별로 없습니다. 거의 언제나 공무원과 지역 정치인을 팼죠. 뛰어난 사람입니다만, 이게 거래의 기술? 아니죠. 좋은 전략임은 인정합니다만 그가 한국인이었으면 아마 한번 실수에 자살당했을 겁니다. 미국은 땅이 넓고 지역정치인들은 제각각 원하는 바가 다르죠. 여기서 안해주면 딴데 가면 됩니다.
그나마 트럼프는 카지노 파산이후에는 전략을 수정해서 '쇼맨' 으로 거듭납니다. 트럼프 타워라고 붙은 전세계의 빌딩들은 트럼프가 이름만 라이센스해서 지은 것이고, 트럼프랑은 별로 상관이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한국 이촌동인지 용산에 있는 트럼프타워도 마찬가집니다. 이건 트럼프가 망하기 직전에 대우건설, 아마도 김우중 전회장이 선의로 도와준 인연으로 짓게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 기업에게 가장 어려웠을 때 도움을 받은 트럼프가 한국을 머니머신이라면서 돈 뜯어가려고 하는게 좀 재미있습니다.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은 원래 그런거니까.
그래서 트럼프는 최근 수십년동안은 쇼비즈니스맨이었지, 실제 전통적 사업을 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해도 별로 성과도 안 좋았고요. 전부다 본인 이름만 팔아왔습니다. 그러니 정치를 하는것도 당연하죠. 수십년 전 트럼프가 민주당에 있을 때 부터, 트럼프는 정계에 엄청 기웃거렸습니다. 원래 힐러리클린턴과 트럼프가 절친이었다니까요. 원래 극우 인사들 대부분은 진보정권에서 시작합니다. 한국도 있죠, 뭐 백골단 김민전씨라든가 임종득씨라든가 하는 분들 전부 시작은 진보캠프였습니다. 뭐 콩고물 안 떨어지니까 옮긴 사람들이죠. 트럼프라고 뭐 다를 것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트럼프가 사업가 출신이라 비즈니스나 경제를 잘 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많이 한심해 보이고요. 물론 쇼 비즈니스는 잘 압니다. 쇼를 잘하니까요. 아마 재산도 엄청 많을 겁니다. 세상에서 제일 많이 남는 장사가 이름파는 장사니까요. 비용이 안들잖아요.
트럼프는 대표적인 포퓰리스트인데요, 포퓰리스트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모든 정치인은 포퓰리스트고, 민주주의는 당연히 일정부분의 포퓰리즘이 있어야 합니다. 포퓰리즘이 나쁘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는 엘리트만의 것이니, 너희들은 닥치고 주는 빵이나 쳐먹어' 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인식 때문에 미국 민주당이 사람들의 지지를 잃어버리고 있기도 하죠. 어디까지나 인식이 그런 것이고, 사실과는 다릅니다. 저런 인식의 끝판왕은 한국에는 국민의 힘, 필리핀에는 필리핀 연방당이 있습니다. 포퓰리즘은 없으나, 민주주의도 아닌.
트럼프는 머리가 매우 좋은 사람이고 포퓰리스트지만, 자신의 체면을 자신의 조국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남들이 못한 것을 나는 한다' 이런거 엄청 좋아합니다. 그래서 깜냥도 안되는 북한 김정은하고는 괜히 친분만 강조하면서 쇼를 하고, 쇼가 끝나면 아무것도 안줍니다. 반면 어느정도 사이즈가 되는 이란은 기존에 대화했던 미국 대통령들이 많으니, 잘 해봐야 본전이라 그냥 무시합니다. 얻을 이미지가 없기 때문이죠.
러시아의 푸틴은 미국 정계에서는 혐오하는 독재자지만, 트럼프에게는 '나만이 푸틴의 친구' 일 수 있는 독특한 쇼 이미지를 제공합니다. 여기저기 아무하고나 악수하고 다니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는 트럼프에게 있어서는 아무 가치 없는 동유럽의 돌덩이에 불과합니다. 트럼프의 대외 메시지는 딱 이런 공식을 따라갑니다. '나만 그의 친구이므로, 그와 우세하거나 동등하게 대화할 수 있다' 라는 좀 유아적인 에고죠. 물론 대외 정책은 대외 메세지와 다르게 나갑니다. 친구는 뜯어 먹어야 제맛이지, 곧 러시아도 뜯어먹으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내 친구 설득해서, 이만큼 돈 갖구왔어 국민들아' 라고 할겁니다. 그렇지만 안보이는 큰 이익을 양보하고 현금 몇다발 가져오는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내돈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푸틴, 오르반, 네타냐후같은 독재자들이 트럼프를 사랑하는 거죠. 일본도 그런걸 아니까 대머리아저씨가 금발미남 트럼프에게 알아서 안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주는 것보다 가져가는게 많은 사람을 좋아하는 정치인은 지구상에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내란 사태로 인해 국정지도자가 공백인 상황은, 한국에는 나쁜일은 아닙니다. 어차피 트럼프는 임기 초반에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습니다. 본인 할 말만 다 하고, 팰 것만 계속 패죠. 한국은 팰 상대가 없으니 패 봤자 본인 이미지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됩니다. '죽은 권력과는 대화하지 않는다' 라는 트럼프의 신조는 곧 죽은 권력이나 대행 같은 아무 가치 없는 돌덩이같은 것들은 팰 가치조차 없는 것인거죠. 오히려, 정권교체가 되면 트럼프는 쉽게 상대를 패지 못합니다. 트럼프는 사람을 준비해서 팹니다. 미국 대선에서도 행적이 알려진 바이든은 미리 조사가 가능하니 신나게 예정대로 팼지만, 카말라 해리스는 거의 못팼습니다. 이기기는 했지만요. 아마 윤석열씨가 계속 그 자리에 있었으면, 정말 미친듯이 팼을 겁니다. 팰 꺼리가 많으니까요, 게다가 바이든한테 거의 굴종외교로 다 갖다바쳤으니 얼마나 괘씸하겠습니까. 바치려면 자기한테 바쳐야지 왜 바이든한테 바쳐. 그리고 윤석열씨 성향상 트럼프한테 쳐 맞으면, 말하지도 않은 것까지 다 갖다 바칠 스타일입니다. 최상목 같은 사람이야 뭐 팰 가치도 없으니 당연히 안 팹니다. 최상목 대행 하에서 한국은 미국 정부에 전화 한통 못 넣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수호세력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왜 전화 한통도 못하나 몰라.
트럼프는 이렇게 '쇼맨' 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모든 것을 이미지화 해 '인기' 를 추구합니다. 권력 쟁취나 유지에 있어서는 매우 큰 능력이죠. 그래서 대안우파 사람들이 트럼프를 맹종하는 것 이기도 합니다. 어떤 의제도 '인기'로 돌파하는 능력이 대안우파 또는 극우에게는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인기없는 극우사상같은건 개도 안쳐다봅니다. 대안우파들도 그 것을 알기 때문에, 트럼프야말로 21세기에 하늘에서 내려준 신선같은 인간으로 생각하는 것이죠.
극우사상을 쇼 비즈니스로 승화시켜 인기로 바꾸는 천재적 인물! 트럼프대통령입니다. 히틀러를 비롯한 극우가 본인들의 사상을 정책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대중인기 뿐입니다. 초등학교 산수정도 하는 사람들이면, 그런 사상이 객관적으로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기 때문이죠. 따라서, 얼기설기 말은 되는 것처럼 꾸며서 기존의 이벤트와 섞어 선동을 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가 좋습니다. 이런 방법은 쇼 비즈니스의 기본이죠, 영화의 핍진성이라든지 악마의 편집이라든지. 진실과는 다르지만 진실로 믿게 하는 것. 그것이 쇼 비즈니스입니다.
그래도 쇼 만으로 정치를 할 수는 없으니, 정책 모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두 명을 고르죠, 자신과 비슷하고 인기가 매우 좋았던 레이건 대통령과, 관세와 확장정책으로 미국 도금시대를 열었던 맥킨리 대통령. 트럼프대통령의 국내정치행보는 레이건과 매우 비슷하고, 대외정책은 맥킨리 대통령과 매우 유사합니다. 뭐 본인이 그들을 따라한다고 대놓고 이야기하기도 했고요. 근데 그 이상, 또는 본인만의 정책은 별로 없습니다. 불법체류자문제 외에는 트럼프만의 무언가가 없죠.
트럼프의 선동형 정치는 끊임없이 재료를 바꿔주어야 합니다. 같은 관세라도 캐나다 때리다가 유럽때리고, 중국 때리고 돌려가면서 때려야 효과가 크니까요. 불법체류문제도 별 실익도없는 출생시민권 제한 명령 했다가, 추방 했다가, 계속 돌립니다. 보는사람들은 정신머리가 없죠. 이벤트에 휩쓸려 대응하다가 끌려가게 됩니다. 장작은 타오르고 국민들은 '트럼프' 에 관심을 가지게 되죠. 트럼프는 임기내내 이 짓을 할 겁니다. 그래서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트럼프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어차피 관세야 몇달 때려맞으면 그게 뉴 노멀이 됩니다. 그리고 의제는 바뀌고요. 그러면 상대국에서 시차를 두고 대응책을 마련하면 됩니다. 수출보조금을 주든지, 맞관세를 놓든지. 하지만 이미 소진된 재료를 트럼프가 다시 가지고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한국 너네 관세 25%' 라고 했는데, 한국에서 곧바로 '우리도 25%관세다' 이러면 트럼프는 땡큐 하면서 불붙은 장작에 기름을 부어버릴 겁니다. 그게 트럼프에게는 가장 최적의 선택지니까요. 우리말 안듣는 놈 때려잡는걸 국민들이 얼마나 좋아합니까. 하지만 두어달 뒤에 몰래 수출보조금을 줘서 관세효과를 사라지게 하고 비관세장벽을 몇개 더 설치하면, 트럼프는 별로 신경 안쓸겁니다. 이미 꺼진 불, 다른거 하는게 이익이니까요. 임기는 짧고 깔 건 많다. 트럼피즘입니다. 그 뒤에 정상화 시키면 그만입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값이 정권을 창출한다면,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정권을 창출합니다. 관세를 높여놓고 인플레이션을 관리하겠다는 생각은 기름으로 불을 끄겠다는 생각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트럼프는 전쟁을 싫어합니다. 자기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 주목을 받아야 되는데, 어디서 전쟁이 터지면 사람들 관심이 그쪽에 쏠리고, 본인은 일만 늘어나거든요. 국경강화하고 불체자 체포하고 드릴링해야 하는데, 그 돈을 딴나라 전쟁에 써 봤자 세계의 이목은 젤렌스키같은 코미디언에 쏠리는게 너무 짜증나는 겁니다. 무슨 세계 평화 이런거 관심없습니다 트럼프는. 그냥 포커스가 자신에게서 벗어나는게 짜증나는 겁니다. 그러니 되도않는 휴전협정 시켜서 전쟁의 이목을 자신에게 돌리고, 그 뒤의 협정진행은 되든말든 방치 해 두죠. 그러다 휴전이 깨지면 "내가 열심히 휴전시켜줬더니, 니들 왜 그래" 하면서 또 장작을 태울겁니다.
트럼프가 아들 부시대통령보다 나은 점이 이런 점이긴 합니다. 아들 부시는 전쟁광은 아니지만, 전쟁특수나 전쟁산업에는 관심이 엄청 많아서 끝없이 확전을 추구했거든요. 트럼프는 전쟁산업엔 관심없습니다, 본인의 인기만이 관심사죠. 인류역사상 최강의 에고충이랄까.
모든 국가가 평등하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입니다. 불알친구사이에서도 발언권이 차이가 나는데, 국가간 발언권차이가 없을 수가 있겠습니까. 미국은 20/21세기 최강국이고 이상적 세계관을 가지고 함부로 동등하게 대화하려고 하면 안됩니다. 회사에서는 아무리 합리적이고 사람좋은 윗사람이라도, 기어오른다 싶으면 안보이게라도 후려갈기는게 사회입니다. 조직에서 힘센사람의 비합리적인 지시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 예' 하고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질문하거나 주제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 입니다. 자존심 세운다고 막말을 할 필요도 없고, 성급하게 우회로를 파서 다른 구실을 줄 필요도 없습니다. 적절한 시간과 희미해진 이벤트 뒤의 조용한 뒤통수전략이 가장 유효합니다. 이재명씨의 '대만에 셰셰하고, 중국에 셰셰하면 된다' 라는 말이 그런 것 입니다. 굴종외교는 '내가 이거 줄께 내 체면 차려줘' 하면서 반도체/자동차 산업을 가져다 바치고도 뒤통수 맞는 것입니다. '너도 옳고, 그도 옳지만 내가 가장 옳다' 라는 후흑의 정신으로 상대국들을 상대하며 국민의 이익을 높이는려는 것은 굴종외교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게 외교의 기본이죠. 이재명씨의 저런 발언을 굴종이니 어쩌니 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조차 모르는, 외교를 포기한 모습에 가깝죠. 저렇게 굴종외교니 어쩌고 지랄하다가 사단난 게 병자호란입니다. 그렇다고 뭐 인조나 양반들이 잡혀갔나요? 애꿎은 백성들만 잡혀가고 죽임당했죠. 국민은 니들의 굴욕감을 막아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란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위태롭지 아니하다는 손자병법의 말 처럼, 표면에 보이는 트럼프의 막말과 미친것 같은 행동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면, 트럼프는 무서운 상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기존 정치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트럼프야말로 더 쉬운 상대에 가깝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이 곧 미국이 원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독재자들이 좋아하는 것 이기도 하죠. 트럼프만 상대하면 되니까.
우리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불안함 또는 공포를 느낍니다. 모르는 사람, 이상한 사람, 외국인 등에 대해 일단 긴장부터 하게 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모두 리스크니까요. 하지만 두렵거나 불편하다고 해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면, 그 다음은 없습니다. 무력한 대응 뿐이죠. 바이마르 공화국이 히틀러와 괴벨스의 선동에 그렇게 무너졌습니다. 무력한 대응, 그리고 새로운 선동, 다시 무력한 대응, 새로운 선동, 그리고 대응조차 못하게 되었죠. 무언가에의 두려움은 그것을 직시할 때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