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의 행복찾기 과정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유일한 답은 "나는 행복하다" 라고 결심하는 것이다. 이유를 가져다 붙일 필요도 없고, 자신이 가진 것을 곱씹으면서 뿌듯해 할 필요가 없다. 그냥 나는 행복하다라고 결심하는 순간 행복한 사람이 된다. 나같이 비관적이고 의심 많은 사람조차 "행복"을 결심한 순간 행복해진다. 수학적으로도 완벽한 정의이다. 수학에서의 "정의(Definition)" 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공간(Space) 를 만들어내게 된다. 나의 행복 공간은 내가 행복하다는 정의에 의해 즉시 생성된다.
젊었을때 통장 잔고 0원에서 시작해서 열심히 일도 하고 여기저기 투자해서 1억쯤 모았을 때는, 아 돈버는것게 즐겁고 미래에 풍요로워질 생각을 하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더 열심히 일해서 한 10억쯤 모았을 때 부터인가, 뭔가 이룩한 것 같기도 한데 허전한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돈이 그렇듯이 그 다음부터는 생각보다 빨리 늘어난다. 그런데 재산이 늘어나고, 관리해야 할 자산들이 늘어나니까 피곤해지고, 종합소득세를 낼 무렵부터는 세상만사 귀찮고, 온 정신이 내 돈 어떻게 불리느냐도 아니고, 그냥 어떻게 지키느냐만 골몰하게 되었다. 돈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못 느끼고, 수십억이 쌓여도 나는 길거리 햄버거에 콜라하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대단한 부자는 아니고, 그냥 관리할 정도였는데도 그모냥이었다. 돈을 빡세게 모으다보면, 사람이 돈에 굉장히 인색해진다. 만나는 사람들도 주식이니 부동산이야기만 잔뜩 하고, 누가 어디 투자해서 대박났더라 이런 이야기만 몇년 쯤 듣다보니 아 돈은 별로 행복과 상관이 없구나. 다만 쓸데없는 불행을 막아주는 정도구나. 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쨌든 사람은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행복이 즐거움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그래서 취미활동을 엄청나게 많이 했고, 독서도 연간 100권씩은 했던 적이 있다. 등산, 캠핑, 골프, 요트세일링, 자전거, 마라톤, 헬스에 연초에 정해둔 100군데 레스토랑 다니기까지, 미친듯이 노트에 기록해가면서 취미활동을 몇년 했다. 모두 재미있었지만, 몇년 뒤에는 한두가지를 제외하고는 전부 그만 두었다. 즐겁기는 한데 여전히 행복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 찾아서 하느라 주말에도 새벽같이 일어나서 등산이나 골프하고, 오후에 시간이 남으면 자전거를 타든지 세일링을 하는 미친짓들을 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면 하고싶은 것 다 하는 인생, 그냥 회사다니면서 퇴근후에 동료들과 맥주나 한잔 하는 것이 훨씬 정신건강상 이로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 때 셰익스피어를 희곡 몇개를 읽은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아무리 해도 채워지지 않던 행복에 대한 갈망을 혹시 수 많은 친구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종사업종 및 기타업종의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많나며 재미있는 이야기도 듣고, 같이 술도 마시고 골프도 치고 등산도 다니는 생활을 몇 년 해 본 적이 있다. 친구는 친구를 데려오고,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전화번호에 수천명의 사람이 쌓여가면서, 캘린더에는 기억도 나지 않는 3~4개월치 점심/저녁약속이 가득 찬 채로 몇년을 지내고나니, 아 이것도 사람할 짓이 못되는구나 싶어서 어느순간 이런 약속들을 자제하게 되었다. 인간의 굴레는 빠져나오기가 취미보다 어려워서, 캘린더에 점심/저녁 약속이 다 사라지고, 혼자가 맥도날드 런치세트를 먹게되기까지는 거의 반년 이상이 걸렸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새로운 정보를 듣는다고 해서 사람은 결코 행복해지지 않는다. 이렇게 만난 사람들은 인생에 도움이 된 적이 거의 없다. 그래도 길가다 아는 사람이랑 인사하는 것은 뭐 크게 기분나쁜일은 아니지만.
그러다가 나는 어느 햇볕 좋은 날 거실바닥에 누워서 햇볕을 쬐고, 가족들은 식탁에서 이야기하면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아 행복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늙고 눈은 침침하고, 이제는 좀 놀면 다음날 일어나지도 못한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나는 행복하다" 라고 결심한 순간부터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고, 그 다음부터는 불행하지 않았으며, 나의 행복공간 내에 고통스러운 것들이 들어오면, 총력을 다해 제거했다. 그것이 설령 가족이라 하더라도.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고, 가족이 딸린 관계로 무소유같은 것은 실천하지 못하겠으나, 돈이나 인맥을 만들다보니 "없는 것이 있는 것이고, 있는 것이 없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내가 가진 것이 없으면 세상이 내 것이고 내가 가진 것이 많으면 그 안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니 세상을 버리게 되는 것 같다. 20대에 철학책들을 읽으면서 피상적으로 느끼던 것들을 나는 상상력이 부족해 수십년이나 걸려 깨달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돈을 모으기 시작했던 그 때부터 이것을 알았다면, 나는 수십년간 행복했을 텐데 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물론 사람은 대부분 겪어봐야 알게 되는 존재이고, 나라고 특출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그 때로 돌아가도 비슷한 짓들을 되풀이 하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사람들은 같은 결과라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 우리 애들도 그렇고.
사랑이란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행복 또한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