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은 국적이 아닙니다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여했던 영주권자 한국인인 유명 대학교 학생이 영주권이 취소되고, 추방의 위기에 있다고 합니다. 근데 이게 기사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미국 '영주권' 이 마치 준 시민인 것 같이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신기했습니다.
원래 사건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자들이 하마스 문양을 사용한 피켓등을 들고 시위했고, 경찰이 해산을 명령했음에도 거부하여 체포된 사건입니다. 미국 시민의 경우에 수정헌법 1조에의해 웬만한 표현의 자유는 존중됩니다. 하지만 영주권자는? 영주권자는 미국 시민이 아닙니다. 탈세나 강력범죄 등의 죄를 지은 경우 영주권은 거의 대부분 취소되고 영주권자는 추방됩니다. 게다가 미국 시민도 아닌 외국인인 '영주권자' 가 정치결사적 권리까지 미국에서 주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해당 영주권자 학생은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걸긴 했지만, 본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 입니다. 남의 나라에서 함부로 정치질 하는건 굉장히 위험합니다. 그것이 수정헌법 1조라 하더라도, 헌법은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나마 미국이니까 추방에서 끝나는거지, 한국이나 중국에서 저런 행위를 한다면? 국가보안법과 공안의 숨겨진 취조실이 기다립니다.
바이든 때는 그래도 용인했지만, 트럼프때는 용인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그건 바이든 정부가 관대했을 뿐이죠. 원래 어느나라든 적성국가 편을 들면 후려치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그게 외국인이면? 한국이었으면 국가재난급 난리가 났을 겁니다.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선동" 한다고.
영주권은 좀 특수한 비자에 불과하고, 비자라는 것은 그냥 체류자격이지 현지의 시민권이 아닙니다. 영주권자는 대부분의 경우 내국인에 준한 대우를 받지만, 내국인은 아닙니다. 특히 정치적 행위나 공무에 관련한 일에 있어서는 절대 그러한 대우를 받을 수 없습니다. 미국에 있는 영주권자들은 꽤 오랜시간 미국에 살아왔기 때문에, 그리고 사회적으로 시민권이나 영주권에 대한 차이를 거의 느끼고 살지 못하기 때문에 본인들이 '준 미국인' 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들이 좀 있는데, 미국에서 시민권과 영주권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어느정도 차별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민 1세대들은 대개 그 차이를 이해합니다만, 2세대들은 차이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평생 공부잘하며 살아왔는데 이민자라고 차별대우하니 얼마나 서럽겠습니까마는.
예를들어, 어떤사람이 한국의 정치 시위에 참여해서 "북한의 김정은을 찬양하라" 라고 하면, 이 사람이 한국인이라면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 갈 지언정 한국에 체류하거나 또 다른 정치활동에 대해 불이익을 받지 않지만, 그 사람이 만약에 중국국적자인 한국 영주권 보유자라면 곧바로 영주권이 취소되고 곧 추방될 것입니다. 뭐 한국시민이 그런말을 했다해도 감옥에가거나 최악의 경우 이적죄/소요죄 등으로 처벌 되겠죠. 당연한 것 아닌가요? 여기에 의문을 가지는 것 자체가 '주권' 개념에 대한 상당한 몰이해라고 생각됩니다. 그걸 받아다가 별 생각없이 '영주권이면 거의 시민 아니야?' 라고 생각하고 기사를 써제끼는 기레기님들도 좀 어처구니 없긴 합니다.
비자나 약간 좀 특수한 비자인 영주권 모두 '특혜' 의 개념으로 발급됩니다. 이건 어느나라든 마찬가지고요, 요건이 충족된다고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유승준씨의 비자를 아무리 법원에서 주라고 명령해도, 외교부나 정부에서 그러한 '특혜' 를 주기 싫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유승준씨는 아마 죽을때까지 못들어올 거고요. 그게 비자제도 입니다. 무슨 강행규정 따위 없습니다 비자의 세계에는.
다만 미국이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고, 다들 섞여 살다보니 시민권과 영주권의 차이가 좀 옅을 뿐이죠. 하지만 미국에서도 영주권자 수는 1280만명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체 인구의 3.7 퍼센트밖에 되지 않습니다. 영주권자 중 상당부분은 영주권 받은 뒤 5년 지나서 시민권을 신청하죠. 시민권도 웬만하면 잘 발급해 줍니다. 시민권 취득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국에 대한 충성 서약" 입니다. 이게 뭐 요식행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 대한 충성이 있는 사람만이 미국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라는 뜻으로 생각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학생은 성인이고, 어릴때부터 영주권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시민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한국인으로 가졌다는 것인데, 이러한 정체성으로 타국에서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 영주권자가 미국으로 귀화하는 것은 매우 쉬운 편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한달도 안걸립니다. 팔레스타인 지지시위가 정치적 행위가 아니고 '반전평화시위' 라고 생각했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미국입장에서 적성단체인 하마스 로고를 달고 시위를 하면 뭐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죠.
사실 트럼프는 투표권 없는 영주권자나 기타비자 소지자들을 잠재적 민주당원으로 생각하고 굉장히 홀대하기는 합니다. 그래서 비판도 많이 받고 하다보니 저런 극단적인 케이스를 표적으로 반이민정서에 땔감을 넣으려고 하기도 하죠. 그런 의도에 대놓고 먹잇감을 주지 않는게 좋겠죠 아무래도.
평생 관광비자나 사업비자들을 잘 받던 사람들이 뭐 하나 꼬여서 비자발급이 거부되면 그 때 상당한 충격을 받습니다. 그 거부된 사유로 인해 다음 비자신청이 물먹기 일쑤고요. 그리고 깨닫게 됩니다. 비자라는 것은 외국인에 대한 자의적 '특혜' 를 부여하는 것 이지 '권리' 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해외에 살고 계신 동포 여러분들도 잘 아시면 좋겠습니다. 뭐 잘 아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