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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같은 재벌의 재갈물림

재벌 무서워서 글도 못쓰는 대한민국

by 제이니

최근 모 통신사가 대형사고를 쳐놓고는, 거기에 비판적인 글을 쓰거나 오너의 개인 사생활과 연계된 풍자글들을 대형 로펌을 동원해서 무차별적으로 막고 있고, 은근슬쩍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등을 이유로 법적 공격을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일들이 사실 한두번이 아니라서 놀랍지는 않은데, 오히려 일반 국민들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법 조항을 들고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거나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처럼 에둘러서 해당 오너를 비꼬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다보면, 아 우리나라는 정부비판은 가능한데 재벌비판은 불가능하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재벌 오너들이 마치 독재정권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몇년 전에 모 언론사를 조사하다가 회장의 '이미 알려진' 이혼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미 새로운 뉴스도 아니고, 각 신문사에서 수십차례이상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서 썼을 뿐인데, 해당 그룹 법무팀에서 블라인드 요청이 왔더군요. 블라인드 요청내용이야 뻔 합니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니 글을 지워라, 아니면 블로그 운영사가 강제 삭제조치를 하게 하겠다. 사실 법원으로 가면 명예훼손이 인용될 확률은 매우 낮지만, 본인 개인 사건에 법인 법무팀을 앞세워 협박하던 그 회사의 전략은 주효했습니다. 글은 사라지게 되었죠.


본인들이 편할 때는 자기들은 '공인' 이고 경제발전에 노력하는 기업인이라고 홍보하면서, 이런 풍자와 비판들에는 나는 '사인' 이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고 싶으면 은둔을 하던가, 상장기업의 총수가 되지 말아야죠. 아버지들 잘 만나서 남들보다 훨씬 쉽게 기회를 얻었으면서, 그 댓가를 치르는 것은 싫고 그 과실만 먹으려고 하면 잘못된 것 아닙니까? 오히려 창업주인 본인들의 아버지, 할아버지들의 자세가 훨씬 공익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이 자신을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개인적 일에 소유법인의 법무팀을 들이밀고 공금을 횡령하는 짓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자행합니다.



한국에서 유력 정치인, 심지어 대통령을 비판하고 풍자한다해서 검사가 출동해 사람들을 겁박하는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습니다만, 이제는 별 같잖은 재벌들이 국민들을 겁박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습니다. 거짓된 정보로 기업을 매도하고 기업인을 매도하면 당연히 안되지만, 사고쳐서 비판받아야 할 기업이 단순히 오너가 개인적 모욕감을 느꼈다고 해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을 들고 사람들을 은근 겁박하는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미국식 자본주의를 그렇게 좋아하는 한국의 재벌들은, 미국에서는 웬만해서는 명예훼손죄, 심지어 허위사실이나 가혹한 풍자라 할지라도, 가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은가 봅니다. 더 이상 '한국에서는 그래도 돼' 라는 말이 돌아다니는 사회에서는 살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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