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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기

내가 옆으로 걷는데 애들 보고 앞으로 걸으라고?

by 제이니

나는 애들 교육에 별로 관심이 없다. 하지만 내가 애들에게 강제로 시키는 것은 책 읽기와 운동인데, 사람이 태어났으면 글은 좀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스스로 건강해질 수 있게 어려서부터 습관을 들여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애들을 가르치기는 사실 어렵다. 말도 안 듣고, 자식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이 자주 분노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러지 않았던 것은 아니고, 오히려 "이걸 왜 몰라"의 대명사인 나한테 공부를 배우던 아이들이 불쌍하게 느껴진다. 많이 반성하고 있다. 나는 성인들 상대로도 "이걸 왜 몰라"라는 말을 달고 사는 것으로 유명한 비공감형 인간의 대명사다.



"내가 읽어야 애들도 읽는다"


책 읽기와 운동은 "이걸 왜 몰라"를 할 필요가 없는 활동이다. 나는 내 책 읽으면 되고, 애들은 애들 책, 또는 지정된 책을 매일 한 시간씩 같이 음악 들으며 읽으면 된다. 자기 전에 읽어도 되고, 여유가 있으면 방과 후에 바로 읽어도 된다. 하루에 한 시간씩만 계속 읽다 보면 한 달에 꽤 많은 책을 읽을 수 있고, 중요한 것은 '조용하게' 가만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나는 컴퓨터게임은 물론이고 온갖 자극적인 콘텐츠나 활동을 매우 많이 하는 편이다. 일도 내가 뭔가를 하면 바로 결과가 나오는 일들을 거의 해 와서 인내심이나 차분함과는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생활을 많이 해왔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하면, 내 행동에 대한 결과가 바로 나온다. 하지만 인생은 내가 무슨 일을 열심히 한다고, 그 결과가 하루이틀 만에 나오지 않는다. 짧으면 며칠, 길면 몇 년이 지나서야 그 결과가 나오게 되는데 너무 단기적인 자극을 많이 받다 보면 모든 일에 쉽게 지치고 짜증이 나서 계속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도박이나 쇼츠같은 것들에 쉽게 중독되는 것이다.


내가 책을 한 시간쯤 읽었다고 그 내용의 결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몇 시간이든 또는 몇십 시간이든 꾸준히 읽어야 비로소 책의 내용이 완결되고, 내용을 이해하게 되는 결과를 얻게 된다. 하루에 한 시간이면 긴 책은 한 달 내내 읽어야 되는 것이다. 책 한 권 읽었다고 인생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책 한 권을 읽는 그 수십 시간 사이의 상상과 사고가 인생을 바꾸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익숙해지면, 아이들은 게임을 할 때처럼 조바심을 내지 않게 된다. 나는 게임을 사달라는 것은 사주고, 좀 더 복잡한 게임도 해보라고 권하는 편이다. 네트워크로 같이 게임을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게임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컴퓨터게임이든 보드게임이든 스스로 머리를 쓰고 주어진 환경에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을 배우는 데에 게임만 한 것은 없다. 다만 행동에 대한 보상이 너무 즉각적으로 많이 나오는 게임들을 하게 되면 애들이 다른 활동을 할 때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제하는 것뿐이다. 통제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교육이다. 다 큰 성인인 나는 그 누구도 나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칙을 몇 번 양보하면, 아이들은 원칙을 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매일 책을 읽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당연히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일도 있고, 해야 하는 바쁜 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도 바쁘고 때로는 건너뛰어야 할 일도 생긴다. 그러다 보면 애들도 "꼭 매일 할 필요는 없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고, 부모가 잊으면 본인들도 잊고 하지 않게 된다.


나는 아이가 감기정도 걸린 것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 정도면 당연히 책을 읽을 수 있고, 매일 읽어야 하는 분량은 읽어야 한다. 이렇게 한 달 정도 원칙을 지켜나가면, 아이들도 원칙이 정해지면 그것을 지키려 노력하게 된다. 꾀병이든 징징대든 화를 내든 '읍참마속'의 마음으로 원칙을 지키면 그다음부터는 내가 없어도 알아서 읽게 된다. 어떤 상황이든 불가항력이 아닌 한 원칙을 지키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다. 내 앞에 놓인 잔은, 내가 비워야 하는 것이다. 자식 앞에 놓인 잔은, 자식이 비워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이 매일 책을 읽는 원칙을 어기면, 자식에 대한 교육은 물 건너가게 된다. 나 스스로 원칙을 지켜야 자식들도 지키는 법이고, 예외는 없다.



뛰어난 장교는 전쟁에서 누구보다도 앞에 선다. 최소한 잠깐이라도 앞에 서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누가 그가 죽으러 뛰어나가라고 할 때 쉽게 뛰어나갈 수 있을까. 이성적으로 말이 안 되는 행동이지만, 사람마음이란 그렇다. 아이들도 부모가 하는 행동을 보고 배우는 것이지, 부모가 하는 말을 듣고 배우는 것이 아니다.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라는 한석봉의 어머니야말로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부족하거나 나쁜 부모라 할지라도, 자녀들과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10년 이상 하기 힘든 일이니까. 직장상사와 술자리 같은 건 인생에 아무짝에 쓸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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