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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향적인 사람이 세일즈를 못하는 이유

다 그런건 아니지만.

by 제이니

회사를 다니다보면 굉장히 친화력이 높고, 아는 것도 많고 활동적인 친구들이 있죠. 그런데 이런 친구들에게 영업이나 협상을 시키면 뭐 잘 하는 친구도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은 생각외로 뻘쭘이들이 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오히려 대인관계가 좀 조용하고, 내성적인 친구들이 중장기적으로 세일즈 실력이 엄청나게 늘어서 최고의 세일즈가 되는 경우가 흔하죠. 외향적인 친구들을 영업할 때 같이 데려가면, 거의 한마디도 안하거나 부자연스럽게 오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두 경우 모두 방어적인 행동이죠.


우리는 흔히 친구 사이에서 활발하고, 아는 사람도 많고 한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아 저 친구는 사업하면 잘 할거야, 영업하면 영업왕이 될거야" 라고 자주 이야기합니다만, 현실은 정 반대입니다. 저런 친구들은 사실 회사 실적하고는 별로 상관들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실적은 내성적인 사람들이 냅니다. 제가 아는 대부분의 훌륭한 세일즈들은 전부 내성적인 사람들이었죠. 손님 만나서 활발하게 얘기하고 놀아주는 것은 그냥 배우면 됩니다. 실제로 일을 마치고 같이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면 손님하고는 그렇게 잘 놀던 사람이 꽤나 조용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죠. 그리고 손님들은 자기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결국 좋아합니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세일즈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회사 밖이나 동료그룹 또는,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과는 저렇게 잘 지내는데, 막상 갑/을 관계에서 을이 되어서는 내향적인 사람보다도 더 방어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동료그룹에서는 본인이 주도한다는 자신감으로 더 친화적이고 활동적인 경우가 많은데, 그 범위를 벗어나서 본인이 주도할 수 없게 되는 경우의 대응방법을 모릅니다. 사실 그런 상황 자체를 납득을 못하기도 하고요.


세일즈는 뭐 갑같은 세일즈도 있겠지만, 대부분 을의 입장에서 상대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집니다. 불합리한 요구도 많이 받게 되고, 아쉬운소리를 많이 해야하죠. 내향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듣다가 해줄 수 있는 일은 해주고, 안되는 것은 둘러대고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은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발끈 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럼 거래는 물 건너가는 거고요. 이런 상황들을 잘 극복하고, 결국 훌륭한 세일즈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꽤 오랜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외향적인 사람들은 갑의 위치에 있을 때는 본인에게 영업하러 오는 세일즈들에게 잘 해주는 편입니다. 인간적으로 대해주고, 실적도 잘 쌓게 해주죠. 좋은 갑이죠. 그래서 영업하는 회사에서 "저런 좋은 사람을 영입하면, 실적에 도움이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고액연봉으로 스카우트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데려다놓으면 실적이 안나옵니다. 조용히 왜 그런지 물어보면 "내가 갑일 때는 영업하는 사람들한테 안그랬는데, 내 고객들은 왜 저렇게 나를 하대하고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라고 합니다.


반면에 갑질의 화신들은, 상황이 180도 바뀌어서 본인이 영업을 하러다닐 때 평가가 엄청 좋습니다. 갑질의 화신이라 더 우울해지지 않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갑질의 화신들은 "갑은 원래 저래" 라는 것을 몸소(?) 알고 있기 때문이죠. 갑질 잘하는 사람은 을질도 잘하고요, 을질 잘하는 사람은 갑질도 찰지게 합니다. 그리고 갑질의 화신들은 대부분 내향적인 사람들입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어딘가 꼬여있거든요.


외향적인 사람들은 뭘 잘할까요? 커리어의 시작과 끝이 갑에서 갑 또는 을에서 갑으로 가야하는 일을 해야하겠죠. 대표적으로 연예인, 정치인, 예술가들입니다. 이름이 알려지기 전에는 가혹한 약자로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 어려움을 겪고 성공하면 더 이상 을이 되지 않는. 실제로 무슨 성격테스트를 하면 외향적인 케이스들이 대부분 배우들이나 정치인입니다. 갑에서 을이 되면 커리어가 끝나는 직업들이죠. 외향적이라 스트레스가 적을 것 같지만, 외향적인 사람들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헛소리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수긍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내향적인 사람은 뭘 해야하고 외향적인 사람은 뭘 해야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의 생각과는 사실 세상이 다르게 돌아가고, 그 세상에 우리를 맞추고 변화시킬 수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사업상 만나는 사람이 엄청나게 친화력이 좋고, 능수능란하게 일을 처리한다 해도 이 사람을 자세히 보면 굉장히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인 경우는 많습니다. 또는 회사에서는 엄청나게 조용한데, 친구들만 만나면 골목대장같이 노는 친구들도 있고요. 내가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의 일종의 새로운 인격이 필요하다면, 그 인격은 만들면 되고,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한다고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성향이 바뀌지도 않습니다. 내성적인 사람은 집에 돌아오면 읽던 책이나 읽는 것이고요, 외향적인 사람들은 집에 오면 친구들이랑 시끌벅적 노는 것이고요. 집에 돌아오면 어차피 다시 원상복귀합니다.


성격테스트니 혈액형이니 하는 것들은 저는 전혀 믿지 않습니다. 저는 가끔 제 혈액형 맞추면 100만원 준다고 하고 맞춰보라고 하면, 열이면 열 다 틀리고요, 열이면 아홉 제 진짜 혈액형을 네 번째 시도에 맞춥니다. 100만원을 준 적은 없었죠. 사회적 얼굴은 본인이 필요하고, 또 노력을 조금만 하면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외향적이니 이런 일을 할 수 없어, 라든지 내성적이라 그런일은 무리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스스로 한계를 두는 순간 성장은 멈추고, 내가 아는 세상은 고정됩니다. 그렇게 살아도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결정해 놓고 세상탓을 하거나 불만을 늘어놓을 수는 없는 것이죠.


또다른 노오력충인가요? 노력해서 1% 의 성공을 할 수 있다면, 한 200번 시도하면 거의 됩니다. 그런데 노력을 안하면 0% 잖아요. 노력했는데 안되면 뭐 실패담을 책으로 써서 '니들은 그러지마라' 라고라도 할 수 있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그냥 로또만 긁고 있는 거죠. 하지만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는, 변화시키겠다는 결심만 있으면 100%의 성공입니다. 빈부의 격차도 없고, 출발선상이 다를 이유도 없습니다. 외향적이니 내향적이니 하는 말도안되는 헛소리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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