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미스테리 개츠비
나는 시즌제 드라마가 싫다. 그래도 시즌제 드라마들을 꾸역꾸역 보는 나 자신이 싫다. 아무튼 드라마든 영화든 전체 줄거리의 일부만을 영상화 했다고 해도, 시즌별 완결성은 최소한 있어야 관객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고 본다. 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든가, 일부러 3편을 완결로 하겠답시고 떡밥만 뿌려대는 영화나 드라마들은 마음에 상당히 안 든다.
세이렌의 노랫소리는 다음 시즌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완결성은 충분히 가지고 있고 위대한 개츠비 같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즐겁게 볼 수 있다. 드라마는 집나간 여동생을 찾아 고분군투하는 언니의 좌충우돌 경험을 그리고 있다.
중국 고사성어중에 "여도지죄" 라는 것이 있다. 남은 복숭아의 죄라는 것인데, 내용은 왕이 총애하던 동자가 어느날 복숭아 먹다가 왕이 보이자 "이거 드세요" 하면서 먹다남은 복숭아를 왕에게 주자 왕이 "어이쿠 나를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기뻐했다가, 동자가 좀 크고 왕의 총애가 사라지게 되자 왕이 "저놈은 먹다남은 복숭아를 나한테 주던놈이다." 라고 했다는 데서 나온 고사이다.
저 고사와 드라마는 직접적으로 상관은 없으나, 인간이 어떤 이유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변했기 때문에 이유를 찾아내는 것 뿐이라는 사실은 꽤 와닿을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아무리 우리끼리 고군분투하고 협력과 경쟁을 한다 해도, 어디선가 날아온 사건이나 그냥 낮잠이나 자던 누군가에게 모두가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드라마였다. 줄리안 무어의 연기는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줄리안무어와 케빈베이컨을 보면서, 내가 알던 아름답고 멋진 배우들도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구나 싶어 약간은 서글프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