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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서 가장 짜증나는 리스크

존버해도 안없어지는 리스크가 세상 제일 짜증나는법

by 제이니

투자를 하다보면 가끔 "중위험 중수익" 이라면서 약을 파는 사람들이 꽤 많다. 특히 투자를 머리로만 한다든가, 규제기관에만 있어서 아는 건 많은데 뭐가 뭔지는 모르는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


투자리스크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인 투자자가 감수하는 위험은 크게 세 가지인데, 시장리스크, 신용리스크, 그리고 유동성리스크이다.


시장리스크는 간단히 말해 신용위험을 고정으로 뒀을 때 "가격변동 위험" 이다. 물론 가격변동은 해당 자산의 전망이나 신용의 변화, 규제의 변화 모든 것의 총합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 하면 사실 다른 리스크 모두가 시장리스크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리스크 분리차원에서 그냥 일반적인 그 자산의 시장가격의 움직임에 해당하는 리스크라고 생각하면 될 것같다.


신용리스크는 내돈을 떼어먹힐 확률이다. 대부분 채권의 리스크가 신용리스크이다. 주식의 경우 법적으로는 신용리스크가 없다. 투자 받은 회사가 돈을 갚을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신용리스크는 내가 아주 큰 기관이 아닌 이상 관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나는 절대로 개인투자자에게 회사채나 기타 사채에 투자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기관은 채권을 다 풀링해서 관리하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크레딧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리스크만 감수할 수 있지만, 개인은 그렇게 풀링을 못하기 때문에, 모아니면 도 같은 투자가 되기 때문이다. 정 하고 싶으면 회사채 ETF 같이 풀링된 자산에 투자하면 되지만, 일반적으로 회사채 ETF 는 프리미엄이 좀 높고, 채권투자에서 10~20bp (0.1%~0.2%) 는 상당히 큰 손실이기 때문에 조건이 좋지 않으면 권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유동성리스크가 있는데, 이것도 세부적으로 가면 꽤 많은 리스크들이 있다. 국가간 거래에서는 외환규제와 같이 결제가 안될 수 있는 리스크도 유동성리스크이고, 단지 거래량이 적어서 원할 때 팔려면 디스카운트 해야하는 리스크도 유동성리스크이다. 그리고 기관 포함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가장 잘 감수하지만, 대부분 금융사고를 일으키고 막대한 손실을 일으키는 리스크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한때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랍시고 해외 부동산 펀드, 대체자산 펀드등 수 많은 별 거지같은 상품들이 날개돋힌듯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심지어 금감원장이라는 사람이 '주식같은 고위험 상품 하지말고, 중위험 중수익상품을 보급해라' 라고 헛소리를 지껄이던 시절이다.


소위 대체투자라는 것인데, 얼핏 투자설명서를 보면 굉장히 매력적이다. 금리보다 4~5 퍼센트는 더 주고, 실물자산이 있으니 담보력도 있다. 게다가 가격변동이 안보이니, 매년 실적발표때마다 배당만 보고하고, 자산평가는 장부가 또는 평가사 평가액으로 하니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냥 마음이 너무 편한 효자같은 상품이기 떄문이다.


여기서 중요한게 시장에서 거래가 잘 안되니, 장부평가나 평가사 평가를 하는 것이다. 금융사 투자담당자들은 매주/매월/매분기/매년 실적보고를 하는데, 이게 미친듯이 짜증난다. 일반 주식이나 채권은 매초마다 평가손익이 결정되고, 매일매일 평가를 하다보니 돈을 벌면 괜찮은데, 까먹으면 실현손익도 아닌데 윗사람에게 엄청 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체투자는 그런게 없다. 게다가 투자한것 중에 대부분은 다른 손님들에게 다시 마진 붙여 팔아먹고, 좋은부분은 스무스한 시장가격(그냥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 이지만) 과 때맞춰 들어오는 배당금을 먹으며 연중 해피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친듯이 대체투자를 하다가, 어느순간 약간 시장이 휘청거리면 팔고싶어도 보유자산을 팔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렇게 되면 헐값에 매각하거나, 미친듯이 존버하는 수 밖에 없게 된다. 시장리스크나 신용리스크와 달리 유동성리스크는 한번 경색되면 회복하는데 연단위로 걸린다. 회복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투자 리스크중 가장 짜증나는 리스크가 유동성리스크이다. "들어올 때는 네 맘대로였지만 나갈때는 아니란다" 인 것이다. 사실 들어갈때도 네 맘대로는 아니란다. 투자시점이 아닌 '시장이 좋을때'는 윗사람들이 대체투자하라고 등 떠밀지만, 오히려 투자시점인 '시장이 개떡같을 때' 에는 윗사람들이 다 쫑크를 놓기 때문이다. 대체투자하는 사람들도 이걸 모를까? 다 안다. 그래서 대체투자는 오래 한 사람들이 없고, 대개 몇년간 엄청 땡겨서 보너스 챙겨서 도망가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 똥은 남들 또는 고객들이 치우니까. 그걸 하라고 등떠밀던 금감원장이라니, 지금생각해도 웃긴다.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시장에서 가장 좋은 자산은 아주 위험하든지 아주 지루하든지 간에 상관없이 매우 유동성이 많은 자산이다. 투자를 오래하다보면 가격같은건 보지 않는다. 다만 유동성부터 체크하고 들어간다. 주식의 경우에는 '거래량' 이 되겠다. 한국의 아파트가 인기가 높은 이유는 특유의 표준화로 화폐같은 유동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해외의 개인주택들은 건별로 모두 다 다르니 어떤 경우에는 하루도 안걸려 팔리지만, 많은 경우엔 몇달을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 돈이 급하면 10~20%씩 깎아팔아야하는 경우도 많다.


중위험 중수익은 그냥 초등학교 6학년 수학인 '비례식' 만 알면 만들 수 있다. 주식이랑 채권 비율만 맞춰놓으면 고위험 고수익부터 저위험 저수익 사이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 근데 뭐하러 굳이 유동성 프리미엄이 크지도 않은 대체투자를 했을까. 그건 그냥 회계적 장난이었다고 본다.


유동성 프리미엄은 대략적으로 연율로 시장금리 (본인이 조달할 수 있는 금리) 에 2% 정도를 더하면 되는데, 당연히 최종수익률은 기본 무위험수익률에 시장 리스크프리미엄, 그리고 있다면 신용리스크를 더하고 거기다 최종적으로 유동성프리미엄을 저만큼 더해야한다. 유동성프리미엄은 사실상 조달금리가 두배 이상이 되어야 투자할 최소한의 명분이 생기는 것인데, 걍 1~2프로 더준다고 오 땡큐하면서 받아먹으면 국제시장에서 호구병신취급당하기 딱 좋은 물건이다. 그리고 뭐 그렇게 자주 당했고.



모두들 시장리스크에 열광하고 좌절하는데, 시장리스크는 리스크의 세계에서는 사실 전혀 리스키하지 않은 물건이다. 나는 한번도 시장리스크를 리스크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조절할 수 있으니까. 신용리스크는 풀링해서 통계적으로 리스크를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유동성리스크는 조절할 수 없다. 내가 조절할 수 없는 리스크를 떠 안는것은 천수답식 투자와 다를바가 없다. 몇가지 예외가 있지만, 개인수준에서 하는 방법들은 아니니 논외로 하겠다.


이런 글은 재미없는 글이다. 나도 재미없다. 하지만 투자할 때 유동성관리의 중요성 또는 위험성을 잘 알고 투자하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투자라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포지티브 섬 게임이지만, 중단기적으로는 제로섬게임이다. 제로섬게임의 승자는 많이 따는 사람이 아니라, 게임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이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포지티브 섬 게임이 된다. 이것만 이해해도 투자해서 말아먹을 확률은 극적으로 낮아진다. 죽은자의 피와 살을 뜯어먹는 게임, 그것이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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