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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에 가 보면 얼간이가 태반

서울대가 명함도 못 내미는 곳의 대장은 서울대출신

by 제이니


기업의 회장이니 사장이니, 임원들이니 다들 밖에서 보기에는 뭔가 근엄하고 세련되어 보이지만,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그냥 다른 사람들이랑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똑똑하다는 생각도 안 드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좀 더 교활하기는 하지만, 인간적으로는 그냥 동네 가게 아저씨들하고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세상 모든 인간은 대부분 당신보다 크게 더 대수롭지 않다.


한국은 학력사회라기 보다는 학벌사회였으나, 요새는 많이 바뀌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로 학벌주의는 그냥 몰래몰래 자기들끼리 유지되고 있기는 하다. 대놓고 불알 흔들고 다니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다. 물론 여전히 흔들고 다니는 학교 출신들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중장기적으로 자기들 후배 엿먹이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대 출신들이 많은 곳에 가서 활동하다보면, 서울대 출신들이 비교적 똑똑하고 눈치도 빠르다. 학습능력도 평균적으로는 높아서 맡긴 일을 완전히 망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망치지 않을 뿐이지, '잘' 하는것과는 상관이 없다. 뛰어난 교육이 가르치는 것은 '일을 망치지 않는' 방법이지, '일을 성공적으로 하는' 방법이 아니다. 창업자나 회사의 주인이 아닌 사람인 임원이나 중간관리직들이 신입 직원을 뽑을 때는 '사고 안치는' 사람이 필요하니까 당연히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을 우선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은 회사의 이익과는 상관없는 방식이기도 하다. 창업자나 회사의 주인은 사람을 그런기준으로 뽑지 않는다.


지금 돈을 많이 주거나 많이 벌 수 있는 직업들의 초창기 선구자들은 대개 좋은 학벌과 관련이 없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위험한 일들에 명문대생들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분야는 학벌이 보잘 것 없으나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들이 갔고, 그 사람들을 '관리'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하는 백오피스에 명문대생들이 많이 가 있었다. 그러다가 사업이 안정화되고, 리스크가 적어지는데 보상은 여전히 큰 경우에 갑자기 명문대생들이 몰려들어 몇년 지나면 서울대 판으로 바뀌게 된다. 서울대 출신이 한게 뭐 별로 없는데 그 동네에 서울대출신들이 잔뜩이니 사람들이 "아 서울대 애들이 저런 판을 만들어서 크게 된 거구나" 라고 착각들을 하지만, 그런 판들은 역사적으로 고졸들이 만들어왔다. 하는일들도 그럴듯해 보이지만, 중졸정도되는 사람을 서너달 교육시키면 다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유튜브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기고 나니, 어떤 명문대생이 "나보다 공부도 못하던 것들이 돈을 열배이상 버는게 말이 되냐" 라는 정말이라면 진짜 같잖은 글을 하나 쓴 것을 본 적이 있다. 공부라는게 뭔지 모르는 친구 같아 답답스럽다. 다시말하지만 공부는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전혀 아니다. 수많은 기술기업들은 뭐냐 라고 할 수 도 있는데, 연구와 공부는 매우 다른 것이다.



이름 있는 학교나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다보면, 하버드, MIT, 칼텍같은 곳 출신들과도 일을 하게 되는데, 그 사람들이 지적으로 '안 똑똑' 하지는 않다. 하지만 멍청한 친구들도 상당히 많다. 그냥 공부만 잘 한다. 정보도 빠르다. 근데 결과도 없고 같이 일하기도 썩 좋지 않다. 그런 사람들이 하버드니 서울대니 카이스트에 널리고 널려있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이 뒤에서 동문회 친목질들을 참 많이 한다. 현실에서 고졸에 밀리니, 뒤에서 정신승리하는 것들 되게 많다. 그래도 서울대는 양반이다. 거기 되지도 않는 모 대학교는 솔직히 경험해보면 아직도 추잡한 수준이다.


재미있는 것은, 서울대가 학벌사회의 최 하단에 위치하는 동네에 가 보면, 서울대 출신들이 그렇게 똑똑하고 리더쉽을 잘 발휘한다. 동문회나 하다보면 글로벌 경쟁력은 포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세상에 특별한 사람은 많다. 하지만 학벌이니 어디 출신이니 하는 사람들 치고 특별한 사람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 직접 만나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처음에 만날 때만 신기하지, 그다음부터는 짜증만 나게 하는 존재들인 것처럼. 하버드니 서울대 출신들도 그냥 밥먹고 똥싸고 휴일에 뭐하고 놀지나 생각하는 존재들이지, 뭔가 특별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나는 평생에 걸쳐 상대방이 무슨 학교를 나왔는지, 전에 무슨 경력이 있었는지를 물어본 적이 없다. 사회에 나와서 만난 친한 친구가 어느 대학교를 나왔는지 만난지 10년만에 안 적도 있고, 친구가 아닌 지인들의 출신학교나 배경은 모르는 사람도 많다. 나는 호구조사를 매우 싫어해서, 이력서에 가족사항 안 적었다가 사장 면접때 한소리 들은 적도 있는데, 여전히 나는 가족사항은 이력서에 적지 않는다. 그딴 것좀 물어보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도 합격은 했었는데, 떨어졌어도 별로 상심이 크지 않았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상식적인' 사람이면 만날 가치가 있는 것 뿐이다. 명문대 나왔다고 사기 안치는 것 아니고, 학벌이나 학력이 안 좋다고 사기치고 다니는 것 아니다. 신뢰와는 절대 상관이 없다. 나한테 사기치려던 사람들은 대부분 명문대 출신들이었지, 내가 친하게 지내던 고졸출신들이 아니었다. 무슨 학벌이 좋으면 믿을 수 있으니 투자가 잘된다는데, 세상을 떠들썩 하게 한 조단위 사기들은 전부 그런사람들이 쳤다. 무슨 코인이니, 되도않는 진단기기니, 폰지사기니 하는 것들 중에 학력 낮은 사람들이 한 것이 있나? 계엄으로 나라를 사유화하려던 놈도 서울대 출신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한다. 이력서 한장가지고 그 사람이 대충 어떻겠구나 생각하는 것 처럼 위험한 것이 없다.



얀테의 법칙이라는게 있다. 스웨덴에서 통용되는 말이라는데 간단히 말해서 "너는 특별하지 않다" 라는 생각을 주입식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그런데 웃기게도, 혁신적이고 특별한 물건들은 아직도 스웨덴에서 많이 만들어진다. 스포티파이나 마인크래프트 등 '침체된 복지국가' 스웨덴 같지 않은 물건들이 튀어나온다.


전혀 특별하지 않은 것들을 가지고 "난 특별해" 또는 "넌 특별해" 라면서 동문회 하지 말고, 그냥 하고싶고 마음이 가는 일을 열심히 하면 남들이 "넌 특별해" 라고 해 줄 것이다. 스포티파이 창업자나 마인크래프트 제작자가 어느 대학교를 나왔는지 어떤 대기업을 다녔는지 아무도 모른다.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몇년이고 몇십년이고 하는 것이야말로 특별한 것이다. 그 외에 세상에 특별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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