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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은 무장해야 하는가?

왜 몽골은 식칼조차 소유하지 못하게 했는가

by 제이니

미국의 총기소유는 다들 알다시피 헌법상 권리인데, 정확히는 무장 민병대를 만들 수 있다 라는 취지이다. 이건 순전히 독립전쟁 때문인데, 미국 독립전쟁에서 가장 활약한 것은 민병대와 프랑스군이기 때문이다. 사냥으로 다져진 민간인들의 사격실력으로 수 많은 영국 장교들이 저격당했고, 중국 공산당처럼 주구장창 도망다니며 게릴라전을 하다가 프랑스 참전으로 독립한 것이 미국이다.


지금은 독립이 되었으니 개인의 총기소유나 무장민병대를 조직하지 않아도 될까?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총기에 대한 일정 규제는 필요하지만, 인민의 무장 자체를 막는 것은 지나친 통제라고 생각한다.


몽골은 반란을 걱정해서 식칼조차 마을에 몇개만 두고 '빌려다' 쓰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몇백년 되지도 않고 (원나라는 가장 수명이 짧은 중국 제국중 하나이다), 무장반란만 잘 일어나서 멸망해 버렸다. 현대 중국도 장난감 총 하나만 잘못 구입해도, 그것도 수출용 중국산을, 5년에서 10년에 가까운 징역을 보낸다. 인민의 무력봉기로 집권한 나라가, 인민의 무장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도 중국이 민주주의 라든가 인권이 잘 보호되는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중국이 총기가 없어 안전한가? 중국의 대도시를 제외한 곳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미국은 총 구입하기가 매우 쉽다. 하지만 구입이 쉽다고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고, 미국 대도시들에서는 총기사용이나 휴대자체가 매우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그렇게 생각만큼 사람들이 미친듯이 총 차고 돌아다니지는 않는다. 그리고 전과자의 총기 구입이나 휴대 자체는 다시 중범죄라서, 전과자들이 총 가지고 다니다가는 범죄 여부와 상관 없이 감옥을 수시로 들락거려야 한다. 그리고 정식으로 구매한 총들이 범죄에 사용되는 비율은 전체 총기범죄중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범죄 총기는 불법유통 총기라는 이야기.


총기가 '실질' 적으로 유통이 되는 상황에서 총기 소지 제한을 걸면 범죄자들은 총을 가지고 있고,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은 총이 없는 아이러니 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런 상황의 극단적인 케이스가 학교 총기난사 사건들이다. 학교들이나 관공서는 총기휴대가 불법인 곳이라 법을 지킬생각이 없는 범죄자나 싸이코들 외에는 방어용 화기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총기 난사 사건들이 일어난 장소들이 꽤 많은 곳은 명시적으로 총기휴대를 금지한 장소들이다. 그래서 피해가 더 커지게 된다.



한국에서 총기소지를 합법화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내 개인적인 생각은 합법화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뭐 꼭 하지 않아도 된다. 나라가 작아서 치안기관이 매우 쉽게 여기저기 투입될 수 있기도 하고, 나라가 작아서 군사 쿠데타 외에는 반란이 성공하기도 쉽지 않아서 현실적 의미가 없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총기를 가지고 휴대할 수 있게 되면 상호간 더 예의를 갖추리라 본다. 미국 남부 시골에서는 운전하다가 경적을 울리는 사람이 극히 적다.


재미있는 것은, 총기를 민간인이 가지는 것에 대해서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총기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볼 때 신체적으로 강인한 병사들이 몰락한 계기였다. 총기의 발전으로 훈련이 필요한 냉병기 병사나 장군들이 전부 몰락하고, 훈련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화기를 가진 병사가 빠르게 충원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말인 즉슨 힘센놈이 총을 쏘나, 힘 약한 노인이 총을 쏘나 효과가 똑같다는 것이다.


총기 합법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상대적 약자인데, 오히려 그러한 약자들이 총기소유 반대에 더욱 앞장서는 것이 아이러니 한 것이다.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이면 3대 500을 들든 3대 100도 못들든 평등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여성에게는 정당방위가 더 광범위하게 인정된다. 그래서 여성에게 총이 더 필요한 것이다. 한국에서 만약에 여성에게만 총기휴대를 합법화한다면, 나는 찬성이다. 사실 한국에서 총기를 합법화 해도 나는 찬성이기는 하다.



모두들 하는 말 들이 있다.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신체적으로 죽일 수도 있고, 정신적으로 죽일 수도 있다. 결국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신체적으로 죽이는 것은 법의 테두리안에서 구체적으로 처벌 할 수 있다, 물론 피해자는 이미 죽어있지만.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자살' 이다. 자살은 어느사회나 있고, 정신질환에 의한것도 많지만, 세계 평균을 초과하는 자살은 '정신적 살인' 에 의한 것이다. 정신적 살인이 왜 일어날까?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총이 그 배려를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정신적 살인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 본다. 총은 발사되기 전까지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미국도 대도시에서 총기를 '합법적으로' 휴대하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한국은 미국의 대도시가 하나의 나라처럼 되어있다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합법적으로 휴대할 필요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리고 대도시에서 총기사고가 나면 거의 백퍼센트 찾아낼 수 있다. 특히 한국처럼 CCTV 가 도시를 뒤덮고 있으면 총쏘고 어디가서 숨는건 불가능하다. 그런상황에서 범죄자든 민간인이든 총을 뭐 난사하고 다닐 수 있을까? 사람들은 범죄자든 보통사람이든 대부분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다.




국토가 큰 나라들은 대도시와 시골의 차이가 같은나라라고 볼 수 없을 만큼 크다. 미국이나 러시아가 사람이 많이 살지않는 주들의 총기규제가 적은 이유이다. 살아보면 안다. 왜 필요한지. 미국의 총기 반대론자들은 대부분 대도시나 치안이 좋은 중규모 이상 도시에 살지, 시골에 살지 않는다. 그래서 매번 총기규제관련 토론을 하면 학력높은 총기규제론자들이 동네 아저씨 같은 총기규제 반대론자들에게 쳐 발리는 것이다. 현실을 압도하는 이상같은 것은 없는 것이다.


총기가 없는 '작은' 나라에 굳이 총기를 공급할 필요는 없다. 전반적인 치안상태가 올라갈일은 없으니까.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사회적 약자가 스스로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공리주이의 원칙에 의해 몇몇 피해자가 발생하더라도 권리를 제한 해 전체적인 사회적 이익을 높일 것인가. 인간의 자유를 좀 더 중요시하는 나라에서는 총기가 허용될 것이고, 전체의 질서를 좀 더 중요시하는 나라에서는 총기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약간의 위험을 추가하더라도, 나의 자유와 방어권이 더 중요한 사람과 그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나의 자유보다 안전이 더 중요한 사람의 차이인 것이다. 뭐가 더 중요한 지는 시대에 따라 바뀌고, 선거에 따라 바뀌게 되는 것일 뿐이다.




한국이 민간에 총기를 합법화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국은 총기사고시 군이나 특수부대가 개입하기 때문에 실제 총이 존재해도 쏠 수 가 없는 것이다. 한국에 불법적인 총기는 많이 돌아다닌다. 그리고 이런 비슷한 상황에서 가장 열등한 정책을 펴는 것이 일본이다. 일본은 야쿠자 등 범죄단체들은 총을 쏴제끼는데, 민간인은 방어수단이 아무것도 없다. 야쿠자 폭망법에 의해 야쿠자들이 많이 몰락했지만 그 자리에 전 폭주족같은 한구레들이 어차피 들어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나쁜놈들은 총들고 설치는데, 민간인들은 대항수단이 전혀 없는 상태. 우리나라라고 그렇게 안될 것 같은가? 조금만 삐끗해도 일본국민들처럼 죽은 국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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