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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리 May 01. 2018

오늘도 마음챙김

내면으로 돌아오다

그동안 몸과 마음이 쉬어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 있어 감히 쉬지 못했다. 하루도 집에 있지 않고 매일 사람 만나 일을 하고 일을 했다. 몸이 피곤하다고 말해도, 마음의 소리를 들어 달라고 지속적으로 외쳐도 또다시 바깥으로 외부로 사람에게로 향했다. 가끔씩 일부러 마주하기 위해 향하는 자연 속으로 갈 때면 아주 잠깐이지만 휴식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잠시 뿐이었다. 지속적으로 나와 너를 향해 쓰고 있는 감정은 고갈되어 갔고 차오르지 않는 샘처럼 메말라 갔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잠깐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일부러 잠을 청했다. 하지만 잠을 잤는데도 피곤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몸이 아프지 않았지는 않았지만 땅으로 몸이 꺼지는 것 같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 모든 것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슬프지 않은 글 하나를 읽었는데 복받치듯 감정이 올라와 눈물이 났다. 슬픈 감정에 빠져들어 나락으로 떨어져 버림을 느끼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그러면 한없이 감정의 늪으로 빠져 들어갈 것 같았다. 저녁을 먹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침대에 누우니 곧 잠이 왔다. 그렇게 한숨 자고 일어나니 겨우 새벽 한 시였다. 일어나서 못다 한 일을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다시 누워서 애써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새벽 여섯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거실로 나와 요가매트를 펴고 담요를 두른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숨을 내뱉었다.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니 몸이 뜨거워지고 등에 땀이 한 방울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뜨고 요가를 했다. 동작에 맞추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몸의 근육과 뼈마디 하나하나가 열리고 있음이 느껴졌다. 육체가 깨어나니 정신이 맑아졌다.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었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매트에 누워 숨을 다듬었다.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고 뜨거운 피가 온몸을 향해 뻗어 나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뜨거운 심장에 차가운 머리를 가지고 싶다는 나의 말에, 뜨거움을 심장에 간직하지 말라고 한 지인이 말했다. 너무 뜨거운 나의 가슴이 내 마음을 다 태워 버릴 거라고. 그 대신 그 불같은 뜨거움을 나의 배로 가져가 늘 배고프게 하라고 했다. 그 배고픔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거라며.


모든 일에 감정을 이입하고 그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나를 생각해서 했던 말일 것이다. 그래 왔던 것 같다. 어떤 일에 있어도, 누구에게나 나는 나의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행동했다. 그만큼 나의 마음이 그 일에 그 사람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 상호적이었다면 상대방의 마음이 내게 전달돼 나를 힘나게 했고 그렇지 않았을 땐 그 마음이 공허한 공기 속에서 사라져 버려 내 마음속 깊은 공간이 비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다시 차오르면 좋으련만, 아직 내면이 성숙하지 못한 나는 쓸 줄만 알았지 채울 줄은 몰랐다. 너무 많은 나의 에너지를 바깥으로 향하게 하면서 내면은 비워지고 다시 비워지고 결국 비워질 게 없을 만큼 비워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를 향해야 한다는 것을.


정신이 밖을 향해 있을 때면 나는 어김없이 그랬다. 말이 빨라지고 많아지며 톤이 한층 높아진다. 어김없이 두 가지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려고 하며 분주하게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잘 듣지 못하거나 방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숨은 얕고 빨리 쉬며 입이 잘 마른다. 물을 마시지 않고 커피나 차를 더 많이 마시게 되며 손발은 차가워지고 눈은 뻑뻑해진다. 피곤에 지쳐 잠이 들며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다. 피부는 거칠어지고 생기를 잃는다. 사람들에게 조금 더 차갑고 뾰족하게 이야기하게 되며 공감력이 한없이 떨어진다. 계속 무엇을 하고 있지만 그게 뭔지 잘 대답하지 못한다. 깊게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돈다. 무엇을 먹는지 모르게 배를 채우고 또 채우고 또 채운다.


하지만 내면으로 향하게 될 때는 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닫아걸고 조여오던 것들이 스르륵 풀리며 포옹하고 열린 에너지로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말이 느려지고 줄어들며 조용하게 이야기한다. 숨은 깊고 길게 쉬며 허리와 목은 일자로 핀 채 바른 자세로 앉거나 걷는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좋고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었는지가 또렷하게 기억이 나서 말, 상황, 감정을 오래도록 곱씹는다. 그러다 웃음이 나기도 하고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하다가 자연스럽게 그 감정을 흘려보내고 평온해진다. 채식 위주의 소식을 하고 내가 무엇을 먹는지 맛이 어떤지 순간순간 집중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내가 먹는 음식 이면의 것들에 대해서 조용히 생각해 보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영감이 떠오르면 그것을 실천에 바로바로 옮기기도 한다. 소리에 민감해지고 주변을 조용하게 만들거나 자연을 찾아간다. 글을 쓰고 명상을 하며 누군가에게 사랑을 담아 이야기한다. 매 순간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소음이 가득한 세상일수록 내면을 돌아보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어떻게 돌아오는지 그게 어떤 삶이었는지도 모르게 하루하루를 보내버리게 된다. 너무 많은 시일이 흘러 잃은 것들을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될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릴지도 모른다. 몸이 하는 소리를 듣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의 내면이 따뜻한 봄의 햇살과 상쾌한 바람으로 가득 차면 바깥으로 향하는 시선도 따뜻하고 부드러울 것이다. 그런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나와 내 주위를 그리고 나아가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것이다.


힘들어서 다행이다. 다시 내가 나로 돌아올 수 있었으니.

그래서 오늘도 Mindful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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