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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리 May 12. 2018

열심히 살자는 친구에게

새벽에 눈을 뜨고 옆에서 곤히 자고 있던 너를 두고 정원에 나와 차가운 공기를 마시니 문득 너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와 내가 이 곳까지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나누었던 대화처럼 우리가 서른 줄에 들어서면서 참 많은 것들이 알게 모르게 달라진 것 같아. 우리가 생각이라는 것을 하면서 살기 시작한 순간부터 선택했던 일들이 그 당시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몰랐었는데 어느덧 서른 줄에 접어드니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 삶의 조각들이 하나하나 맞추어지면서 형태를 이루는 게 신기하다고 너는 말했지.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고.  


그런 너를 보면서 열심히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해봤어. 하루하루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면서 사는 삶일지도 모르겠고, 순간순간을 즐겁게 사는 것이 열심히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그저 우리가 선택한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열심히 사는 게 아닌가 싶어. 어제 우리가 느꼈던 것처럼, 삶의 조각들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어느 순간 그 조각들이 짠하고 제자리를 찾아 하나의 형태를 이룰 때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작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라는 말로 완벽해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어. 우리는 그 조각들이 항상 아름다웠으면 좋겠기에 늘 어려움을 느끼고.  


인생의 반이 넘는 시간 동안 너를 보면서 늘 너 만의 삶의 조각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는 가장 어려운 순간마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이게 너의 길이 맞는지 물어봤고, 결국 너를 가장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어. 용기내야 하는 일에 과감하게 용기 내었고 모두가 가지 않는 길을 대범하게 선택해서 최선을 다해 그 길을 걸었지. 네가 프랑스에서 아무 말이 통하지 않을 때 도자기를 배우겠다며 먼길을 걸어서 공방으로 향할 때 나는 너의 굳은 의지를 보았고, 말 한마디 통하지 않지만 독립하기 위해 낯 썬 도시에서 이력서를 돌리며 다니는 너를 보며 용기는 이런 것이 아닐까 하며 말만 하며 행동하지 않았던 나를 되돌아봤지. 수많은 선택지들 사이에서 네가 선택했던 길은 늘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아니었어.  


너는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기와의 싸움을 했었고 그 싸움에서 승리자는 항상 너였던것 같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안정적인 것에 안주하지 않는 너를 보며 사람들은 쉽게 포기한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포기가 아닌 용기 있는 선택이었고, 사람들이 너에게 소심하다고 말할 때 나는 늘 확신했어, 그건 소심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한 배려였고, 좀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신중함이었지.   


열심히 살자는 너의 말을 들으면서 너는 지금 이대로도 최고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 조용하게 침묵하고 있는 시간이 긴 너지만, 너의 내면에서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수많은 질문과 고민과 싸우고 있다는 게 느껴지거든. 그렇게 질문하고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서 우리는 또 다른 삶의 조각들을 만들어 갈 거고, 우리 삶의 어느 순간이 되면 서로가 어깨를 두드려주며, ‘우린 참 아름다운 조각을 만들어 왔어'라고 말하는 날이 오겠지. 


봄은 일 년 중 자연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분출하는 시기래. 겨우내 비축했던 에너지를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오늘도 자연은 하고 있는 거야. 오늘은 봄 비가 내린다고 하니 나무와 꽃들은 무척 행복할 것 같아. 요즘 많이 지쳐 보이는 네가 자연으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듬뿍 받고 너만의 아름다운 삶을 계속해서 만들어갔으면 좋겠어.  


함께 숲을 거닐 수 있어서,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삶의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무엇보다도 너라는 존재가 있음에 나는 오늘도 무한한 감사를 느껴.  


 내가 존경하는 작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1904년 11월 20일에 한 젊은 아가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쓴 내용을 나눌게,  “젊은이들에게 나는 언제나 이것만은 말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흔들림 없이 확신하고 있는 하나는, 우리들은 언제나 어려움에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어려운 쪽이 바로 우리들의 몫입니다. 우리들은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그 삶이 우리 것이 되고 우리의 무게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  


어려움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너를 응원해. 사랑한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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