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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리 Feb 03. 2021

장보고가 성공할 수 있었던 두가지 이유

환경을 이용하고 장점을 극대화한다면. <역사의 쓸모>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소파에 앉아서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휴식을 하면서 편안하게 읽어갈 수 있는 또, 그러면서 약간의 인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발견한 책이 바로 최태성 작가의 <역사의 쓸모>다. 결과적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책을 읽는 모든 순간은 순수한 휴식 그 자체였다. 


역사라는 건 결국 나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다. 최근 몇 년간 읽었던 책의 리스트를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책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볼 기회를 가졌었다. 과거에 했던 나의 선택을 되돌아봤고, 그 선택으로 인해 이후 나의 삶에 미친 영향들을 살펴보니, 어떤 부분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행동들도 보였고 비슷한 상황이 와도 예전과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은 순간들도 보였다. 결국 나의 과거 역시 나라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 근대사랄까?


작가는 <역사의 쓸모>를 통해서 삶을 살아가다 해답이 필요할 때 역사에서 답을 구하라고 줄기차게 이야기한다. 그는 “혁신, “협상,” “창조”와 같은 테마를 통해서, 정도전이나 장보고와 같은 인물의 삶을 재조명하며 지금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당장 적용 가능한 삶의 해법들을 제시해준다. <역사의 쓸모>에 담겼던 다양한 이야기 꾸러미 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장보고에 대한 이야기다. 


신라시대에 이름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평민으로 태어난 장보고는 활을 잘 쏘아서 활보로 불렸다. 이후 그는 당나라로 건너갔는데, 그곳에서 외군 부대에 들어가 군인이 되었다. 활도 잘 쏘고 창도 잘 휘둘렀던 그는 외국인 용병으로 시작해 병사를 지휘하는 관직까지 얻게 된다. 파란만장한 장보고 커리어의 시작이었다. 당나라를 위협하던 반란군이 다 진압되자 할 일이 없어진 그는 돌연 국제 무역을 시작한다. 장보고는 당나라 동해안에 있었던 신라방이라는 신라와의 교역을 하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장사를 하게 된다. 그는 그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돈을 벌고 재력가가 된다. 군인으로 시작해 비즈니스맨으로 탈바꿈한 장보고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고국인 신라로 다시 되돌아 가게 된다. 그의 눈에 해적들에게 끌려가 노예로 팔리는 신라 사람들이 보였던 것이다. 그는 서라벌로 가서 신라의 왕 흥덕왕에게 권한을 주면 해적을 소탕해 보겠다고 제안한다. 그렇게 장보고는 자신이 갖춘 무력과 재력을 통해 완도 앞바다에 청해진을 건설하고 해적을 소탕하게 된다. 


신분상승이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던 그 시대에 장보고는 자신의 힘으로 무력과 재력을 쌓아 올릴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의 문제까지 해결하는데 일조한다. 그의 커리어를 21세기 형으로 말한다면 군인으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백만장자 CEO가 된 후, 사회혁신가로 거듭났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이런 커리어를 세가지 영역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고민해봐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빌게이츠도 CEO와 성공적인 사회혁신가는 되었지만 군인은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만약 장보고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신분적 불리함 속에 갇혀 살았더라면, 또 환경으로 인해 자신을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더라면 결코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장보고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환경을 탓하지 않았고 (아니 탓했을 수도 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고) 환경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서 그다음, 또 그다음으로 나아갔다. 


우리 누구에게나 선택할 수 없는 채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되는 환경이 존재한다. 우리의 사회가, 가족이, 부모가 그런 환경에 해당된다. 환경은 목표에 보다 쉽게 다다르게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끝없는 장애물로서 앞으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럴 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내가 갖고 있는 환경을 인지하고, 환경을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장보고는 당나라로 건너감으로써 자신의 환경을 180도 바꾸었다. 당시 당나라에서도 신분이 있었겠지만 외국인의 신분은 그 사회가 갖고 있는 고유한 신분적 차별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두 번째 시도는 바로 자신의 장점을 파악하고 이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장보고는 그가 가장 잘할 수 있었던 활쏘기를 통해 활약하게 된다. 당시 그는 분명 당나라에서 사용하던 언어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진 장점을 깊게 파고들었기에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고 활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활보에서 장보고로, 일개 외국인 노동자에서 장교로 활약하며 이후 그가 살린 또 다른 장점은 바로 네트워크의 활용이다. 그는 신라방을 통해 당나라와 신라를 잊는 무역의 창구이자 연결고리가 되었다. 당나라에만 있었던 사람보다, 신라에만 있었던 사람보다 두 나라를 모두 경험한 장보고는 누구보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고 이는 결국 그에게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최태성 작가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보고가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장보고는 다른 사람보다 부족한 단점을 메꾸려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었습니다.” 


작가가 말한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나는 조금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장보고는 어쩌면 비교할만한 다른 사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보통 비교는 비슷한 환경을 갖고 있거나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 속에서 더 쉽게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나와 같은 학교를 나온 동창 혹은 나와 같은 나이의 직장 동료를 비교하는 것이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 이를테면, 오바마 대통령이나 빌 게이츠와 비교하는 것보다 더 쉽고 더 와 닿는다. 하지만 장보고에게는 자신과 비슷한 환경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그가 당나라로 간 순간부터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오직 어제의 장보고와 오늘의 장보고만이 비교대상으로 남았을 것이다.


장보고의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환경을 극복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데로 주변 환경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신분 때문에 이름조차 가질 수 없었던 신라가 아닌, 누구나 기술이 있고 용맹하다면 관직을 얻을 수 있었던 당나라가 그에게는 성공할 수 있는 더 적절한 환경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그가 잘하는 활쏘기와 이미 갖고 있었던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갖는 것보다 이미 갖고 있는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를 성공할 수 있게 해 준 두 가지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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