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지원 전에 알아야 할 몇 가지 기부 원칙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전쟁의 참혹성은 공포를 넘어 그들이 마주해야 하는 고통, 민주주의와 독재주의 간 대결, 나아가 전 세계에 미칠 영향까지 무척 우려스럽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어떻게 내가 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반전활동, 전쟁반대 시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도울 수 있다. 그중에서 기부는 우리가 가장 빠르게 또 쉽게 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우리의 소중한 기부금이 꼭 필요한 곳에 갈 수 있도록 기부하기 전 몇 가지 살펴보아야 할 점이 있다.
1. 무엇을 돕고 싶은가?
유엔 난민기구가 집계한 최근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 동안 약 66만 명의 난민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이웃 국가로 이주했다. 대규모 피난이 이어지면서 많은 어른과 아동이 굶주림과 추위, 질병 등에 노출되고 있다. 이들에게 당장 그러니까 중단기적으로 필요한 것은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따뜻한 식사, 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동절기 물품 및 담요나 취침용 매트와 같은 숙박 용품과 위생용품이 있을 수 있다. 또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긴급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현금지급은 각 가정이 식료품이나 의약품, 차량 주유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이웃 국가에 난민 신분으로 입국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각종 법률 서비스도 긴급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도움의 일부이다.
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에는 폭격과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고통을 겪은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필요한 심리적 지원 및 교육, 그리고 파괴된 삶의 터전을 복구할 수 있는 복구 비용과 더불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다시금 삶을 꾸릴 수 있는 긴급 지원금이 있을 수 있다. 나아가 다시금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전 세계 사람들과 연대하고 전쟁을 일으킨 국가의 모든 행위자들의 적대적 행위를 규탄하고 중단할 수 있게 만드는 로비활동이나 옹호, 연대, 시위 등을 할 수 있는 일도 장기적 지원에 포함된다.
2. 어떤 단체에 기부를 해야 하는가?
자연재해나 전쟁과 같이 긴급 지원을 하기 위해서 따라야 하는 효과적은 기부의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로, 위기 이전부터 현장에 존재했던 조직과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단체들이 위기를 기금 마련의 '기회'로 활용하지만, 실제적으로 피해당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이나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펀드를 잔뜩 모아 놓았지만 그것을 실제로 전쟁지역인 우크라이나에 송금할 수 있는 것조차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반드시, 기금을 모집하는 조직 자체가 기금을 제대로 전달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백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원칙은 광범위하게 현지 파트너 네트워크를 보유한 국제기구와 협력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야 한다. 많은 구호 단체들이 국제적이지만 지역 사회와 시스템에 얽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광범위한 현지 파트너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단체를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우크라이나 현지의 단체를 포함하여 주변국에 진출해 있는 단체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지금 우크라이나 난민 100만 명은 폴란드(28만 명), 헝가리 (8만 5천 명), 슬로바키아(3만 명), 루마니아 (3만 3천 명), 몰도바 (3만 6천 명), 러시아 (12만 9천 명)에 흩어져있다. 우크라이나 자체에 있는 단체에 지원금을 보내는것이 어렵다면, 주변국가에 있는 협력 단체에 지원금을 보내는 것이 더욱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
네 번째는 긴급 대응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재건 노력에 집중하는 협력단체인지를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위기가 시작될 때 우리는 연대를 느끼며 기부를 하고 관심을 기울이지만 고작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 그 관심은 사그라든다. 우리의 관심은 사그라들 수 있지만, 우리의 기부금이 향한 단체의 노력은 절대 사그라들면 안 된다. 장기적으로 재건 노력을 다할 수 있는 단체만이 기부금을 현명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단체는 단기적으로 생겨난 곳 보다는 오랜시간동안 지속적으로 봉사나 구호활동을 해온 조직중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기부를 위해 우리가 참고하면 좋을 단체와 기부 방법 몇 개를 소개했다.
1. 우크라이나와 주변 이웃국가 지역 긴급구호 단체:
Kidsave: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20년 넘게 아이들을 돕고 있는 단체이다. 현재 난민들이 빠르게 대피하기 위한 차량, 연료, 음식, 셸터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에서 하고 있다.
SmartAid: 몰도바와 폴란드 국경지역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 단체로서 국경으로 넘어오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필요한 식수와 식량을 제공하고 있다.
World Central Kitchen: 긴급구호 식량 배급 단체로서 현재 우크라이나 도시 Odessa와 Lviv의 지역 등지에서 난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루마니아, 몰도바, 슬로바키아 그리고 헝가리 국경을 통해서 들어오는 난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실시간으로 어떻게 식량을 제공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right to protection: 우크라이나 수도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 난민과 긴급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법적 지원을 하고 있는 단체로서 유엔 난민기구와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IsraAid: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비정부 인도주의 구호단체로서 몰도바에서 긴급구호를 펼치고 있으며 구호물품과 장단기적인 정신건강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우크라이나 유대인 커뮤니티를 돕는 활동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United Hatzalah: 현재 몰도바 지역에 서른 여명의 긴급 구호 봉사자들을 보내서 의약품을 전달하고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2. 국제구호단체 : 이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처럼 국제적인 난민 위기가 생겼을 때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국제구호단체는 각국 정부와 지역 사회가 국경을 개방하고 난민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제공한다. 유엔 난민기구나 유니세프 같은 국제 조직은 그 어떤 단체보다 지역사회에서 협력할 수 있는 비영리/비정부 조직들을 다각도로 알고 있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단체이다. 한국이나 미국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 운영되는 국제 구호 기구들은 대부분 펀드레이징 조직으로 기능하며 한국인이 기부한 후원금을 모아서 각종 프로그램에 맞게 분배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처럼 지정 후원금 (Designated fund) 방식으로 운영이 되는 경우, 기금은 우크라이나 사태만을 위해 사용되니 기금이 기부자가 원하지 않는 곳에 사용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 조직을 갖고 있는 기구에 한국에서 기부하게 될 경우 세제 혜택 감면이 있을 수 있다.
유엔 난민기구(UNHCR): 유엔 난민기구는 현재 폴란드, 헝가리, 몰도바, 슬로바키아, 루마니아를 포함한 주변 국가에 오랜 기간 동안 주둔해왔으며 많은 사람들이 다른 유엔 기구 및 비영리/비정부 협력 단체 네트워크화 공조하며 난민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투입할 자원, 인력, 구호 물품을 긴급하게 보내고, 긴급 핫라인 구축을 통한 지원, 법률 자원과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유니세프 우크라이나 (UNICEF),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UNICEF Korea): 유니세프는 우크라이나 국경지역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식수와 긴급구호 물품 와 식수 공급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Save the Children 우크라이나 긴급 구호 펀드 (미국)
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 우크라이나 펀드 (미국)
3. 우크라이나 정부에 직접 기부: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 2개의 암호 화폐 지갑 주소를 올렸다. 이들 지갑을 통해서 지금까지 약 1000만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가 기부되었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자금을 막고 있는 다양한 금융기관들을 우회하는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우크라이나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통해 직접적으로 정부에 후원금을 보내는 방식도 있다.
4. Go fund me를 통한 우크라이나 피해 국민에게 직접 기부: Go fund me는 개인과 단체 등 펀드레이징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플랫폼이다. 여기서는 현재 우크라이나 유저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유럽 국가의 펀드레이저들이 우크라이나를 도와주기 위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어떤 펀드들은 실제로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매일 사진을 통해서 업데이트 하기도 하지만 모든 펀드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 각자의 판단에 따라서 기부결정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