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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Jan 12. 2022

황도에서 망고의 맛을 느끼다

2021년 여름 온라인으로 복숭아를 주문하기 위해 살펴보다가 어떤 사람이 쓴 후기를 보았는데 황도 복숭아에서 망고의 맛이 느껴진다고 쓴 글을 보았다.

그 글을 보고 설마,라고 생각을 했다. 황도와 망고가 비슷한 맛이 나겠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백도 복숭아와 황도 복숭아를 온라인으로 한 박스씩 주문을 하고 하루 이틀 실온에서 숙성을 시킨 후 맛을 보았는데......

황도에서 진짜 망고의 맛이 느껴졌다. 나는 순간 당황을 했고 전에 보았던 그 후기가 떠올랐다.

그 후기를 쓴 사람의 말이 사실이었다. 완전히 똑같은 맛은 아닐지라도 망고를 떠올리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제대로 맛을 느끼고자 잘 익은 황도 한 조각을 입에다가 넣고 눈을 감고서 천천히 음미하며 먹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한 풍경이 떠올랐다.      


아침 햇살이 비추는 발리의 한 리조트 조식당의 풍경이......     


테이블에 앉아 고개를 돌리면 통유리 너머로 파란색 수영장이 보이고 수영장 너머로는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모래사장의 끝에 파도치는 바다가 있다.

한가로이 모래사장을 거니는 사람들도 있고 조깅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침부터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사람들도 더러 눈에 띈다.

수영장 양쪽에는 조각상이 늘어서 있는데 그 조각상 머리 위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 물이 수영장으로 떨어져 물보라가 일어난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즈넉한 이른 아침의 분위기를 한껏 즐긴다.

햇살이 통유리창을 통해 실내로 스며들어 내 발 언저리를 비추자 나는 슬며시 발을 뒤로 뺀다.

동남아에 와 있음을 비로소 느끼는 순간이다.     


내 앞에 앉은 아내는 턱을 괴고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아직은 조금 이른 시간이라 군데군데 자리가 비어 있다.

신혼여행을 온 부부 몇 쌍이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오고 전날 무리를 했는지 얼굴에 피로가 잔뜩 쌓인 얼굴로 부스스한 채 식사를 기다리는 커플도 보인다.   




그 커플을 보고 있자니 우리가 신혼여행을 왔던 때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우리도 발리의 한 리조트로 신혼여행을 왔더랬지.

그리고 저들처럼 뭘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해서 부스스한 몰골로 아침을 먹으러 갔었더랬지.

그래,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 따스한 햇살,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한적하고 평화로운 리조트의 아침을 깨우고 있다.

바쁠 일이 전혀 보이지 않는 휴양지의 한산한 아침에 포크와 나이프가 접시에 부딪치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리조트의 직원들마저 여유와 미소가 넘치는 모습이다.    

 

아내와 오늘은 무엇을 하며 보낼까?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그래 봤자 특별히 할 일이 없다는 데 우리는 동의를 한다.

그저 먹고 자고 책을 읽으며 쉴 뿐이다.

그게 우리에게는 휴가니깐.     


그렇게 기다리는 사이에 직원이 우리가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나온다.

그가 든 쟁반 위 음식들 사이로 가지런히 썰어져 있는 노랗게 익은 망고가 보인다.

내 앞에 놓인 망고를 쳐다보던 나는 포크를 내밀어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는다.

곧이어 달달함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황도를 먹다가 문득 나는 시간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황도에게서 망고의 맛과 향기를 느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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