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에 대한 기억

그에게 지금 필요한 건 2화

by 자자카 JaJaKa

옆에서 책을 살펴보는 남자는 주하의 상태가 어떤지도 모른 채 책장을 넘기면서 책을 천천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도 자신처럼 책의 내용이 마음에 들은 모양이었다.


왜 이 책을 골랐을까? 책의 제목 때문에? 누군가가 읽어보라고 추천을 해주었나? 그냥 무심결에 끌렸을까?


주하가 곁눈질로 옆에서 책을 읽는 남자를 살펴보니 회사에서 퇴근을 하고 나온 것 같지가 않은 캐주얼한 차림이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이거나 직장인인데 오늘 연차를 쓰고 쉬는 날에 서점에 볼일이 있어 나온 사람으로 보였다. 나이는 대략 30대 중반 정도로 보였고 키는 중키에 조금 마른 듯 체형이 호리호리해 보였다.


남색 면바지에 자주색과 흰색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그가 책장을 넘기면서 책을 살펴보다가 갑자기 한 손을 주머니에 넣더니 그 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어 들었다. 진동으로 맞추어 놓은 스마트폰이 부르르 떨면서 울리고 있었고 그가 통화버튼을 누르면서 상대방과 통화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하는 일부러 들으려고 들은 것이 아니고 옆에 서 있다 보니 그냥 자연스레 통화내용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의 귀가 자동으로 쫑긋 세워진 것은 그녀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어디야? 나는 지금 서점에 와 있지.”


“뭐?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야, 너네 부장은 왜 맨날 그런 다냐. 그러니깐 말이야. 꼭 일을 시켜도 퇴근 시간에 일을 시키냐.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그럼 오늘은 볼 수 없겠네. 간만에 보려고 했는데 아쉽게 됐다.”


“뭐 할 수 없잖아. 네가 일부러 바람 맞힌 것도 아닌데.”


“아무튼 수고하고, 미안하면 다음에 제대로 한 턱 쏘던가.”


“정말? 그럼 나 기대하고 있는다. 그래, 그래, 알았다.”


그는 통화를 끝내고 나서 스마트폰을 바로 주머니에 넣지 않고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오늘 저녁 일정이 어그러져서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처럼 잠시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화면을 톡톡 치던 그가 혼잣말로 “일찍 들어가서 캔 맥주나 한잔 하면서 쉬지 모.”라고 작게 웅얼거리고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친구와 약속이 있었는데 어그러졌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던 주하가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알림 소리에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확인했다. 그녀의 친구 나영이가 보낸 문자가 막 도착해 있었다.


-지금 어디야?


-서점에서 책 보고 있어.


-그래? 5분 후에 내려갈게. 근데 어디쯤에 있어?


-에세이 신간코너.


-ok. 좀 이따 봐.


주하가 핸드폰을 가방에 막 넣는데 문득 떠올랐다. 옆에 있는 남자에게서 풍겨오는 향수 냄새를 어디에서 맡았는지.


일 년 전쯤 주하는 별로 내키지 않는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 왜 별로 내키지 않았냐면 소개팅을 주선하는 사람과 그리 친하지 않았고 평상시에 그다지 호감이 가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소개팅을 해주겠다며 나섰기 때문이다.


“정말 괜찮은 녀석이 있어서 그래요. 내 친구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고 진짜 남자가 보기에도 끌린다니깐요.”


“그렇게 괜찮은 분이 왜 아직까지 싱글이래요?”


“걔가 보는 눈이 조금 까다로운 것도 있지만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한 거죠.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이 여자다 싶은 거, 그런 느낌의 여자를 아직 만나지 못한 거죠.”


“근데 왜 저한테 갑자기 소개팅을 주선하시겠다고 하시는 건지.”


“제가 보기에 두 사람이 만나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래요. 이런 사람들이 아직까지 싱글로 있다니...... 저라도 나서야겠다는 어떤 사명감이 들었다고나 할까.”


“저는 직장에서 아는 분이 해주시는 소개팅은 좀 그런데...... 나중에 잘 되지 않으면 괜히 사이가 어색해질 수가 있어서 좀 내키지가 않는데......”


“아유 그런 걱정은 하지 말아요. 분명히 잘 될 테니깐. 그리고 설사 잘 되지 않더라도 어색해하거나 그러지 않을 테니 괜한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래도 좀......”


“일단 만나 봐요. 정말 괜찮은 애라니까요. 직장도 괜찮고, 인물도 훤하고.”


주하는 내키지 않아서 몇 번이나 소개팅을 주선하겠다는 사람을 피해 다녔지만 결국 어떻게 해서 소개팅 자리에 나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