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터기

그에게 지금 필요한 건 4화

by 자자카 JaJaKa

주문한 와인이 나오자 그가 와인을 직접 따라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하는 그가 화장실에 다녀오나 싶어 와인을 홀짝거리며 기다리다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길래 화장실에 가서 빠져 죽었나? 하고 생각할 시점에 그에게서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술을 너무 과하게 먹은 것 같아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는데 우리가 간 술집이 어디인지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네요. 아무래도 오늘은 그냥 이대로 가야 할 것 같아요. 미안하지만 다음에 보는 걸로 하죠.


주하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바로 전화를 했다.


“지금 어디예요? 내가 데리러 갈게요. 여기를 못 찾는다고 하니 내가 데리러 가죠. 지금 어디예요?”


그는 지금 자기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낯선 동네라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겠다며 오늘은 이쯤에서 헤어지는 것이 낫겠다고 하면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는지 “택시”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주하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주하는 통화종료가 뜬 화면을 보다가 점점 끓어오르는 감정에 표정이 굳어지면서 낮게 욕지거리를 뱉어냈다.


“이런 개자식이 다 있어.”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잠시 휴대폰을 쳐다보던 그녀가 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기분만 더 더러워질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 와인 바를 나가려고 하는데 가게 주인이 주하를 불러 세우더니 아직 계산이 되지 않았다며 계산을 요구했다.


그러고 보니 그 자식이 계산도 하지 않은 채로 그냥 나가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일부러 그랬는지 마지막에 시킨 와인이 상당히 비싼 거였다. 정말이지 주하의 입에서 자동적으로 욕설이 튀어나올 만큼.


주하는 그냥 나가려고 하다가 아직 다 마시지 않은 비싼 와인을 그대로 두고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사실 그것보다 너무나 기분이 상해서, 다시 자리로 돌아가 테이블 위에 놓인 반이나 남은 그 비싼 와인을 손에 들고 와인 바를 나왔다.


계산을 한 영수증과 남은 와인이 든 병을 들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그 개자식한테 제대로 덤터기를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피식, 하고 한번 웃었다고.


주하는 그때 일이 떠올라서 자신도 모르게 “이런 개자식”하고 낮게 중얼거렸다. 그때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주하가 한 말이 자신에게 말한 거라고 생각했는지 “네? 뭐라고요?”하며 놀란 눈으로 주하를 쳐다보았다.


문득 상념에서 깨어난 주하가 당황한 표정으로 옆에 있는 남자에게 아니라고 손을 흔들면서 급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딴생각을 하다가 저도 모르게...... 크게 들렸나요?”


아직도 놀란 얼굴의 남자가 주하를 멀뚱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아뇨.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욕을 하셔서.”


“예전에 정말이지 너무나 열받는 일이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저도 모르게...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