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지금 필요한 건 6화
주하의 갑작스러운 말에 나영도 기주도 놀란 얼굴로 마치 누군가가 얼음이라고 말한 것처럼 잠깐 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나영이가 주하를 쳐다보며 얘가 갑자기 왜 이래? 하는 표정으로 그냥 우리 둘이 가자, 하는 눈짓을 보냈지만 주하는 알아채지 못했다. 나영은 어쩔 수 없이 그냥 지나가는 말로 형식적인 멘트를 했다.
“바쁘지 않으시면 같이?”
그 말을 하는 나영의 표정에서는 싫다, 고 말해달라는 눈빛이 역력했다. 그러나 기주는 나영의 기대와는 달리 “두 분이 오랜만에 만나시는 자리인 것 같은데 제가 껴도 될지......”라고 말하면서 주하와 나영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럼요. 같이 가세요. 이대로 집에 들어가는 것보다야 낫죠.”
주하의 긍정적인 대답과는 달리 나영은 같이 가는 것은 좀 내키지 않는다는 듯 주하의 옆구리를 슬며시 찔렀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그럼 염치 불고하고 같이 가겠습니다. 제가 본의 아니게 두 분이 만나는데 끼는 것이니 계산은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머, 정말요? 그럼 양껏 먹어야겠네요.”
“네, 많이 드셔도 됩니다.”
주하와 기주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나영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 것을 주하는 눈치채지 못했다.
“저, 가기 전에 잠시 화장실 좀.”
“네, 다녀오세요. 저희는 여기서 기다릴게요.”
기주가 화장실에 가고 두 사람만 남자 나영이가 주하에게 짜증이 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야, 너 왜 그래?”
“어? 뭐?”
“안과장님하고 같이 가자는 말을 왜 하냐고. 너 안과장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니, 그게 아까 같이 옆에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전화통화를 엿듣게 되었지 뭐야. 근데 오늘 모처럼 친구와 약속하고 나왔는데 약속이 깨져서 힘이 빠진 모습을 보았더니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네. 나도 약속이 깨져서 혼자 쓸쓸하게 집으로 돌아가던 때가 떠올라서.”
나영이가 답답하다는 듯이 주하에게 말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
나영의 곤혹스러운 얼굴을 본 주하가 황급히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때문에 그래? 내가 같이 가자고 하면 안 되었던 거야?”
“아유, 정말 내가 미쳐.”
“......?”
“너 저번에 내가 거래처 사람 얘기한 거 기억나?”
“누구?”
“평상시에는 정말 나무랄 데 없이 좋아서 내가 관심을 가졌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남자가 있었다고 했잖아.”
주하가 생각이 났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는 말했다.
“그게 안과장님이야? 술을 마시면 주사가 있다는 그 사람이?”
“그래, 그 사람이 안과장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