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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May 11. 2024

대만 여행지원금에 당첨되다

2024년 4월에 아내와 대만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얼마 만에 대만을 다시 방문하게 되었는지는 조금 기억을 더듬어 보아야겠네요. 한 10년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나중에 찾아보니 11년 전에 대만을 다녀왔더군요.)     


대만으로 여행을 가기 전에 우연찮게 대만관광청에서 대만으로 여행을 오는 단체관광이 아닌 해외관광객들에게 여행 장려차원에서 여행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2023년 5월부터 2025년 6월까지 3년간 시행한다고 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전에 혹시 모르니 신청을 해보자고 해서 우리 부부도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서 여행지원금을 신청했습니다. 되면 좋고 아님 말고 하는 심정으로.     


일주일 후 대만에 도착을 해서 입국심사와 세관을 통과하고 난 후 도착 층에 위치한 부스에서 미리 준비해 간 큐알코드로 당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각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 뒤로 우리 차례가 되기를 기다리며 서서 사람들이 당첨여부를 확인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로또라는 것이 그렇듯 거의 대다수는 당첨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가끔씩 터져 나오는 함성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행운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고개를 쭉 내밀고 부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곧 우리 차례가 되어 먼저 아내가 해당 화면에 미리 준비해 간 큐알코드를 대고서 당첨확인을 위해 10초를 기다리는데 한 2초 정도 남았을 때 화면에 당첨이 되었다는 안내 멘트가 떴습니다. 믿기지가 않았던 것일까요? 우리 두 사람 모두 입이 벌어졌을 뿐 크게 놀라서 함성을 지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살짝 전율이 일어난 정도?     


아내에 이어 저도 준비해 간 큐알코드를 화면에 대고서 당첨여부를 기다리는데 이게 웬일인가요? 저도 당첨이 된 겁니다. 한 사람도 아니고 우리 두 사람 모두 여행지원금에 당첨이 된 거예요. 정말 헐, 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뭔가에 당첨되는 일이 거의 없던 우리에게 이게 무슨 일인지.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믿기지가 않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우리는 여행지원금을 받기 위해 옆 부스로 이동을 했습니다. 당첨된 큐알코드, 여권, 출국 항공편이 인쇄된 종이를 보여주고 5000 대만달러가 적립된 이지카드라는 카드를 받았습니다. 그것도 한 장이 아닌 두 장이나 말이죠. 5000 대만달러는 원화로 약 21만 원 정도 되더군요.     


사실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 착륙한 후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여 아내와 얼굴을 찡그리며 다투었는지라 분위기가 조금 좋지 않았습니다.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긴 줄에 서서 기다릴 때에 대화도 없이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도 않았어요. 거울을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제 얼굴표정은 말을 걸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찌푸려 있는 채로 상당히 굳어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여행지원금에 당첨이 되다니. 그것도 한 사람만 당첨이 돼도 감사할 일인데 두 사람 모두가 당첨이 되다니.

5000 대만달러가 적립된 두 장의 카드를 받고 나니 굳었던 입술이 스르르 풀리더군요. 

이 시점에 인정을 해야겠네요. 공짜에 약한 인간이 바로 저, 자작가랍니다.      


대만여행을 위해 미리 대만 돈으로 환전을 해 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환전을 해 가지 않았어도 되었을 뻔했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항에서 타이베이 중앙역으로 가기 위해 급행열차에 탑승을 한 우리는, 붙어있는 좌석이 없어 따로따로 앉은 우리는 서로의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를 어쩌지 못했습니다. 

급작스럽게 반전이 된 우리 두 사람의 분위기를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다면 쯧쯧쯧, 하는 소리를 내지 않았을까 싶네요.     


저희가 받은 이지카드가 모든 곳에서 사용이 가능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보니 사용이 가능한 곳을 찾아서 사용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써야 했지만 그래도 참 감사할 일이었습니다.     

 

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여행기간 내내 충분히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여행지원금 당첨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어쩌다 보니 지급받은 지원금을 다 사용하지 못하고 조금 남긴 채 여행에서 돌아왔습니다.  

    

참, 당첨금을 수령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90일이라고 알려주더군요.      


혹시 이 얘기를 듣고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네요. 

왜 다 사용하지 않고 남겨서 왔을까? 공짜로 준 돈인데 어떻게든 다 사용하고 돌아와야지.

혹시 돈을 다 쓰지 않고 돌아온 것은 남은 돈을 핑계로 90일 내에 또 가기 위한 빅픽처 아니야?라고.     


흠, 글쎄요. 제 머리가 그렇게 잘 돌아가는 편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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