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자작가 JaJaKa
Oct 28. 2024
이 얘기는 몇 년 전에 있었던 이야기로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를 오기 전에 살았던 곳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날 거실 등이 나가서 마트에 가서 새 등을 사다가 교체를 했지만 작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마땅히 밟고 올라갈 것이 없어 식탁을 이동시켜서 식탁 위에 올라가서 아내와 제가 협동을 하여 새 등으로 교체를 했지만 야속하게도 애쓴 보람도 없이 밝게 빛나는 등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새 등이 문제인가 싶어 다른 새 등으로 껴 보았지만 그래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아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서 관리사무소 직원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당장은 방문할 세대가 많아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내일이면 어떻겠냐고 해서 좋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약속시간을 잡고서 우리는 그분들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거실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오신 직원은 두 분이었습니다. 한 분은 공구함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분은 사다리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저희가 처음 보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이었어요. 저희가 관리사무소 직원 몇 분을 알기에 저희가 아는 직원 분이 오실까 하고 기대를 하고 있었거든요.
처음 보는 관리사무소 직원 분들이 거실에 사다리를 설치했습니다. 한 분은 사다리에 올라가서 세 개의 등 중에 작동을 하지 않는 가운데 등을 살펴보고 있었고 나머지 한 분은 밑에서 사다리를 잡고는 위를 쳐다보며 상태가 어떤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저랑 아내는 부엌에 서서 뭐가 문제인 건지 그분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떼어낸 거실 등을 쳐다보았습니다.
이것저것 살펴보던 직원이 등이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무슨 부품이 문제가 있어서 그것을 새것으로 갈아 끼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때 사다리 위에 있던 직원이 우리를 쳐다보며 갑자기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드님이 공대생이 아니신가 봐요. 보통 공대생이면 이런 일 정도는 알아서 하거든요. 이런 일을 못하시는 것으로 봐서는 공대생이 아니신가 보네.”
처음에는 저분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잘 이해를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 밑에서 사다리를 잡고 있던 다른 직원이 사다리 위에 있는 직원의 다리를 손으로 찌르면서 눈짓으로 뭐라고 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저와 아내는 관리사무소 직원의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하고 황당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습니다.
‘지금 저 사람이 뭔 소리를 하는 거지?’라는 표정으로.
그냥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우리를 지금 엄마와 아들 사이로 본 거야?
관리사무소 직원 분들이 나이가 조금 있어 보였지만 저와 몇 살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아 보였거든요.
집에서 편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서 어리게 보았던 것일까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 두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볼 수가 있지?
사다리 위에 있던 직원이 뭔가 잘 못 된 것을 느꼈는지 당황한 얼굴로 얼른 사과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여러 집을 방문해서 일처리를 하다 보니 그만... 다른 집하고 착각을 했나 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느긋하게 움직이던 손놀림이 갑자기 빨라진 두 직원은 서둘러 부품을 교체를 하고 거실 등을 원상복귀 시킨 뒤 잘 작동하는지 확인을 하고는 서둘러 공구함과 사다리를 집어 들고 현관문을 향해 쿵쿵쿵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본인의 실언했다는 것을 아는지 급하게 신발을 신는 그에게 제가 음료수를 내밀었습니다. 이미 그분들이 오기 전에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 놓았던 박*스 두 개를 각각 손에다가 쥐어 드렸습니다.
한사코 받지 않으려고 하던 두 분에게 음료수를 드리고는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거실 등을 고친 수고를 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고개를 꾸벅 숙이고 아주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닫고 나가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아내는 기분이 상했을지 모르지만 저는 기분이......
도대체 나를 얼마나 어리게 본 것인지......
신입사원도 아니고 대학생이라 고라고라고라......
이 글을 쓰면서 갑자기 드는 생각이
혹시 제가 어려 보인 것이 아니라 아내가 나이보다 많이 늙어 보인 건 아니었겠죠? 아닐 거예요...
그날 하루 아내와 저의 대화는 온통 부부사이가 아니라 모자사이로 본 관리사무소 직원의 얘기뿐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아내가 그리 기분 나빠하지 않고 그냥 어이없어 하면서 웃는 정도로 끝이 나서 다행이었다고 해야겠네요.
물론 한동안 제 어깨가 으쓱하다 못해 엄청 거만한 표정으로 다녔다는 것은 인정해야겠네요.
작은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관리사무소 직원이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봅니다. 아마도 그분은 아무 말 없이 어색한 분위기에서 작업을 하기보다는 입주민에게 말을 걸어서 조금은 분위기를 편하게 바꾸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불필요한 말로 이내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뻔 한 상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말을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일보다 말을 해서 후회하는 일이 훨씬 더 많다고 하는데 말실수를 한 그 직원이 신중을 기해서 그와 같은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엄마와 아들 사이로 보다니......
거, 참 헛웃음만 나오네요.
아무래도 그 직원은 안경을 새로 맞춰서 쓰셔야 할 것 같네요.
아, 그리고 이 얘기는 지금이 아니라 몇 년 전의 이야기였습니다.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