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수업

시즌5-033

by 배져니
만다라-2016~2018.jpg





1


작년 하반기에 신청했던 강좌는 추첨에서 떨어졌었다.

그 강좌가 올해에도 시작하기에 다시 한번 신청했고 이번엔 추첨에 붙었다.

그 강좌 이름은 <핸드드립 커피 하우스>이다.




2


강사님은 자신 있게 말씀하셨다.


"A급 선생에게 배우면 수강생은 못해도 B급까지는 옵니다.

하지만 B급 선생에게 배우면 C급까지 밖에 못 옵니다.

그런 면에서 여러분들은 운이 좋습니다."


스스로 말하는 당당함에 호감과 신뢰감이 담긴 웃음이 났다.





3


이런 말씀도 하셨다.


"커피 믹스를 마시는 분들은 이 강좌가 끝날 때쯤이면 더 이상 믹스커피를 마시지 않게 될 것입니다.

좋은 원두커피의 맛을 알게 되면 저절로 그렇게 됩니다."


선생님은 40여 명의 수강생에게 준비해 온 원두를 직접 핸드드립 하여 마실 수 있게 나누어 주셨다.

나는 조원들과 잡담을 나누다가 커피를 한 모금 홀짝 마셨다.

그러고 나서 잡담을 멈추고 다시 홀짝 한 모금을 마셨다.

뜻하지 않은 훌륭한 맛에 놀랐다.






4


선생님은 수강생에게 드립 커피를 대접하기 위해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가져왔다고 하셨다.

커피는 로스팅한 뒤 7일 이내에 마셔야 맛있다면서 자신이 직접 로스팅하여 가져온 신선한 원두임을 거듭 말씀하셨지만 나는 속으로 '첫 시간인데.. 뭐 그리 대단한 커피를 가져오셨겠어?' 하는 생각을 했었다.

마지막 수업시간에 맛볼 커피가 최상의 맛이겠거니, 그러니 마지막 수업시간을 위해 첫 시간에 맛볼 커피는 그다지 훌륭하지 않겠거니...


그러나 너무 향기롭고 맛있었다.

첫 시간에 이렇게 좋은 향과 맛을 가진 커피를 내어 주시는 것은 반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흡족한 만족감에 놀라서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다른 수강생분들 중에는 이미 집에서 원두커피를 내려 마시는 분들도 제법 계셨는데, 그래서일까?

그분들은 별말씀 없이 조용히 마시고 계시더라.

나도 잠자코 마셨다. 혼자 놀라기엔 너무 촌스러운 거 같아서 아닌 척 말이다.





5


선생님은 40여 명의 수강생들을 7~8여 명씩으로 조를 나누어 만들고, 각 조별로 조장을 뽑으라고 하셨다.

우리 조는 7명이었는데 모두 여자였다. 조원들 중 활달하신 분들이 말씀하신다.


"제일 어린 사람이 조장해요."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았고 나이도 모르는 터였지만... 내가 보기에도 내가 제일 어려 보였다.

아무래도 눈치나 시선을 봐선 나보고 조장을 하라는 것이 거의 분명했지만, 나는 하고 싶지 않았다.

머리를 굴리다가 내 앞자리의 여자분, 7명 중 두 번째로 어려 보이는 그분을 가리키며,


"이분이 하시면 어떨까요? 이분이 야무지게 잘 하실 것 같은데... 이분이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실 수 있으시죠? 이분 어때요?"


설레발치며 추천하는 나의 손짓과 목소리에 조원들이 여자분을 한 번 살피시더니 대부분 끄덕이셨다.

여자분도 싫지는 않으셨는지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그분이 조장이 되셨다.

휴우~ 큰일 날 뻔했다. 다행이었다. .






6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우리 조의 한 분과 방향이 같아서 같이 걸어가게 되었다.

내가 수업받으러 멀리에서부터 온다는 것을 알게 된 그분은 내게 밥은 먹고 왔냐고 물었다.

시간이 애매해서 안 먹고 왔다고 하니까 그분은 밥을 사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머뭇거렸다.


"왜요? 배가 안고파요?"

"아니... 처음 만났는데..... 얻어먹기가... 좀...."

"동생 같아서 그래요. 어때서요. 여기 잘하는 쌀국수 집이 있어요. 쌀국수 좋아해요?"


그분은 웃으시며 나를 이끌고 음식점으로 들어가 쌀국수를 사주셨다.

국수를 먹으며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었다.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7


나, 처음 본 분에게 이렇게 대접받는 건 처음이다.

앞으로의 수업시간 동안 잘 지내보자는 제스처이시겠지만, 속으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 호감형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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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신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진한 커피, 아주 진한 커피야.

커피는 내게 따스함을 주고, 특이한 힘과 기쁨과 쾌락이 동반된 고통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지.


-나폴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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