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5-032
1
지난주엔 어머니가 나를 위해 감사한 선물을 해주셨다.
그 선물을 주시기까지의 준비 기간과 마음이 너무나 감사한 선물이었다.
엎드려서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 나는 짜증을 내버리고 말았다. 어머니가 생색을 내신 것도 아니고 그냥 같이 가자는 것 뿐이셨는데 말이다. 변명하자면 그 당시 만사가 귀찮고 힘들 때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지은 죄를 알다 보니 그날 저녁부터 계속 죄송했다.
어제 슬며시 어머니가 계시는 안방으로 갔다.
어머니는 저녁 일일 드라마를 보고 계셨다. 내가 안방에 들어서자 "왜?"라고 물으셨지만 드라마 보시느라 크게 신경을 쓰시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사죄라는 것은 받는 사람이 받아들여야 마무리되는 것이리라.
어머니께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을 올리며 나는 어머니의 기분을 살폈다.
어머니는 드라마 보시느라 정신이 없으셨는지 "뭘, 됐어."라고 하신다.
아무래도 정말 됐다기 보다 드라마를 빨리 보시고 싶어서 그러신 것 같았다.
어쨌든 나는 내 마음이 편하고자 사죄를 한 것이라 "됐어."라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는 마음이 당장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며 즐거운 마음(?)으로 내 방으로 돌아왔다. 속으로 '낙장 불입, 됐다고 하셨으니까 나중에 섭섭하다고 하시진 않겠지.'하는 간사한 자기 안위의 마음이었다.
2
하지만 죄송한 마음에 나도 선물을 해드리고 싶었다.
어머니께서 늦겨울에서 초봄에 입을 만한 바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전에 어머니가 염두에 두셨던 천을 찾아 꺼내어 방바닥에 펼쳤다.
쪼그리고 앉아서 천에 옷본을 대고 핀을 꽂고, 다시 더 수그려서 자와 초크로 재단선을 그렸다. 그게 참 힘들다. 마지막의 가위질은 그래도 편했지 싶다.
어쨌든 옷본대로 잘라낸 천을 가지런히 개켜서 주방 식탁 위에 놓아두었다.
아침에 주방에 나오실 어머니가 잘 보실 수 있게, 그냥 천 쪼가리가 아니라 재단한 천이라는 것을 아실 수 있게, 식서를 표시한 초크 자국이 잘 보이도록 말이다.
3
지금 이 시기에 입을 법한 천이라서 당장에 만드시고 싶으셨나 보다.
오늘 오후에 어머니는 그 천들을 수선실에 가져가 오버로크를 박아오셨다.
내일은 내가 외출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머니의 재봉을 봐드릴 수가 없고, 아마 토요일이나 일요일쯤 만들게 되실 것 같다.
내 죄를 알기에 아주 친절하게 어머니의 재봉을 코칭 해 드릴 생각이다.
4
...... 그래도... 나...... 아주 나쁜 딸은 아니지 않을까?
5
그렇다고 말해주오....
안 그럼 죽을 꺼 같으임.
6
....제발 ... 플리즈... 간절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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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단순한 가족의 일원이 아닙니다.
한 가정의 해님과 같습니다.
해님이 없으면 우주 만물이 다 빛을 잃듯이 어머니의 존재는 그러합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미소 속에 신비가 있는 까닭은
바로 어머니의 사랑 속에 희생이 있는 까닭입니다.
-정호승의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