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스토리 7 - 018 - 멍울 5개 - 01

by 배져니







1


임파선에 멍울이 있어서 초음파 검사를 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5개의 멍울이 보였고 그중 제일 큰 것은 1.28cm가 되어서 조직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검사를 예약하고 이날은 그냥 집으로 돌아왔는데 기분이 착잡했다.




2


아프지도 않고 만져지는 것뿐인데 일이 커진다 싶기도 하고 살짝 겁이 나서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검색해 봤다.

그러고 나니 겁이 나다 못해 세상이 흙빛으로 보였다.

내가 클릭해 눌러보는 모든 정보가, 임파선 암일 경우와 암이 애초에 다른 데서 임파선으로 전이되어 온 것일 수도 있다는 등...

완전 무시무시... 한가득 겁을 집어먹었다.

나 죽는 거야?




3


그 다음날이 대통령 선거투표일이었다.

마땅하게 지지하는 후보가 없어서 차선의 인물에 투표하고 잊고 있었다.

새벽이 되니 대충 당선자의 가닥이 잡혔고 '저분이구나, 그렇구나...'하고 담담해했다.


근데 문득 5년 후 대선은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정치에 일면식도 없고 정치 무지렁이, 정치 무관심자라는 게 나의 정확한 성향인데 왜? 5년 후 대선이 궁금할까?

정말 뭔가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5년 후까지 살고 싶다는 바램이 5년 후 대선이 궁금하다고 속여 생각하게 한 게 아닐까?




4


지난주 CT 촬영과 조직 검사를 했고 오늘 결과가 나온다.

10시간 뒤면 병원 대기실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날을 위해서 온갖 음료수 쇼핑을 멈추고 기다렸다.


올여름 맥사토를 만들어 마시려고 각각의 음료를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구매 순간만 기다렸다.

암이라고 진단받으면 술을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일단 보류다.

타피오카 펄도 일단 장바구니에 있어야 한다.

부모님께 맛있게 흑당 커피에 펄 넣어서 만들어드리려고 하는데, 내가 혹시나 녹다운되어 있으면 방치하게만 될까 봐 아직 구매하지 않았다.


10시간 뒤, 안심되는 결과를 들으면 가차 없이 구입. 택배로 도착하는 즉시 맥사토 두 잔, 흑당펄 라테 한잔 만들어서 부모님과 한잔할까 한다.


그러나 만약 아니라면....


내가 너무 겁을 많이 집어먹고 있는 건 아는데, 아무튼 심리적으로 '암'이라는 단어는 아직 극복된 대상이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인 것 같다.




5


친구는


"암 아닐 거야. 혹시라도 암이라면 그래도 뭐, 요즘은 의료 기술이 발달해서 암 완치율도 높고,

의료보험도 잘 되어 있어서 비용도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으니까."


...라며 현실적인 위로를 해주었다.


에라, 모르겠다.

지금부터 고민해 봐야 뭐 하나. 결과 듣고 나서 고민해도 늦지 않을 터.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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