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져니 Mar 09. 2024

자잘스토리 8 - 010 - 최선의 팔찌  






1


어머니는 액세서리를 좋아하신다.

반지, 목걸이, 팔찌 다 좋아하신다.

귀는 뚫지 않으셔서 귀걸이에는 별 욕심 없으시다.




2


어머니는 옥상 텃밭에서 맨손으로 채소를 키우시기 때문에

한창 여름에는 태양볕에 손과 팔이 많이 그을리신다.

그렇다 보니 어두운 피부색 위에 밝은 색으로 빛나는 유색 보석 장신구가

딱히 피부와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보석만 튀고 피부는 더 어둡게 보인다는 게 어머니의 말씀이시다.

어느 순간 어머니는 액세서리를 안 하시고 계시더라.




3


어머니께 액세서리 하나 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컸는데 

피부색과 어우러지는 알맞은 장신구를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반지와 목걸이는 외출 시에만 착용 하시고,

또 값이 나가는 장신구는 데일리로 착용하시지 않기 때문에,

구입해 드리려고 해도, 해결해야 할 조건이 많아져서 어려운 것이었다.


그 조건 첫째, 데일리 착용하시기에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을 것.

이건 나도 원하는 바. 

하지만 또 너무 저렴하면 선물을 드리고도 생색을 못 낸다.

가격이 적정 선에서 너무 저렴하지 않으면서 

약간 괜찮은 거구나 싶은 정도의 가격이어야 했다.


둘째, 반지와 팔찌 중 어느 것으로 할 지 선택할 것.

이건 어느 정도 마음이 정해졌다. 

반지는 살림하는 손에는 잘 착용하지 않게 된다.

팔찌가 낫다고 본다.


셋째, 피부색과 어우러지는 어떤 유색 보석을 택할 것인가.

피부색을 어둡게 보이지 않게 하려면 보석이 상대적으로 진하면 된다.

오래도록 생각해 봤는데 보라색 자수정이나 

짙은 청색 라피스라줄리(청금석)가 괜찮을 것 같다.




4


근데 구슬 팔찌는 알의 색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고 

또 크기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일단 자수정의 색이 짙고 청금석의 색도 짙어서

피부색을 커버할 것 같다.

자주 가는 사이트에서 두 보석의 팔찌 상품을 찾아보니 

보석 알의 크기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어머니 팔목이 얇디 얇으시니 팔찌 알이 조금만 굵어도

'팔목이 막노동을 하고 계시네?'라고 생각될 것이다.

알이 작고 얇아야 했다.

마침 두 보석 모두 얇은 팔찌가 판매되고 있었다.


이제 자수정이냐 청금석이냐를 골라야 했다.




5


자수정의 자색 빛은 어머니 피부색과 어우러지면서도 

색이 짙어서 피부를 밝아 보이게 할 것 같았다.


청금석은 청남색의 짙음이 피부색을 상대적으로 붉고 

맑아 보이도록 할 것 같았다.




6


결정을 했고 주문을 했다.


어느 것이냐고?

의외로 마지막 선택은 쉬웠다.


어머니 연배의 분들은 청금석을 잘 모르신다.

자수정은 대번에 아시는 거에 비하면 말이다.


거기에다 자수정 알의 품질이 괜찮은 등급이었다.

첫 번째 요건이었던, '괜찮은 거구나 싶은 정도의 가격'이어서

어머니께 생색 내기가 좋을 것 같았다.

생판 첨 들으시는 청금석보다, 보석인 거 척 아시는 자수정이 낫지 않겠나.




7


이제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도착했는데.... 드렸는데... 마음에 안 들어 하시면?


...음....

난 최선을 다했고... 음...

그 다음은....난... 몰라.




-끝-






매거진의 이전글 자잘스토리 8 - 009 - 잠, 운동, 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