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 자신을 알라."
저 말이 정말 어려운 말이다.
2
자신을 알기 위해 총체적인 사고력과 판단력,
그 외에도 충분한 경험치가 얼마나 많이 쌓여야 하는지를 안다면
저 명언의 실현이 어려움을 알 것이다.
3
어릴 적에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나 자신을 모르겠더라.
지금도 썩 잘 알지는 않지만 조금은 안다.
어릴 적에 나 자신을 잘 모르겠던 이유는, 내가 어린애여서,
말갛고 천진난만한 어린애였기 때문에,
딱히 형성된 개성이나 취향 등이 없었기에 정의 내릴 뭔가가 없었다.
4
이제는 개성도 있고 나름의 세계관이나 가치관도 있다.
그뿐 아니라 취향과 행동 양식도 있다.
그러한 것들이 내가 나를 아는 데에 도움이 되지만,
아무래도 신들 중 한 분에게 페널티를 받았나 싶은, 나름 애로점이 있다.
5
말이 애로점이지 약점이다.
소심함, 낯가림.... 이런 성향으로 꽤 고생을 하지만,
그래도 그건 내 성향이라고 생각하지 애로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말 못하는 애로점은... 약점이다.
말해 보라고?
그럴 수는 없다.
그래도 말해 보라고?
싸우자!
6
애로점으로 생긴 문제를 풀기 위해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낯가리고 소심해서 어렵게 요청했는데, 무언의 거절을 당한 상태다.
소심해서 고심 끝에 요청했었다. 그런데 거절당하니 소심해서 내상을 입은 것 같다.
7
사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사는 데에는 지장을 받지 않는다.
글을 쓰는 사람은 정확한 걸 좋아하게 된다는데,
그래서인지 나도 자꾸 정확하게 파악해서
내가 그걸 어떻게 정의를 내리는지 살핀 후,
스스로를 정확하게 아는데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다.
자아성찰과 성장을 위한,
신의 페널티를 극복하고자 하는 나의 가상한 노력은,
지인에겐 가상해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으니... 그러니 거절당한 거겠지... .
신은 내게 페널티만 주고 '지인에게 흔쾌히 도움받을 수 있는 1회용 쿠폰'
같은 것은 안 주셨다, 흐음....
속상한 마음을 추스르고 다른 방법으로 나를 알아가 봐야겠다.
8
------------------------------------------------
신은 우리를 채찍으로 길들이지 않고 시간으로 길들인다.
“시간과 나는 또 다른 시간, 그리고 또 다른 나와 겨루고 있다"라는
위대한 말이 있다.
- 발타자르 그라시안, [세상을 보는 지혜] -
------------------------------------------------
어릴 적에 나는 나를 안다는 것이 불가능했고, 성인이 되어서야 스스로를 얼핏 알 수 있었다.
나는 용케 시간을 살아냈고, 성장했고, 그래서 나 자신을 좀 알게 된 것 같다.
어쩌면 스스로를 더 알아내기 위해선,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신이 시간으로 길들이신다면,
그렇다면 또, 뭐, 별 수 있나, 살아내야지.
다만 억울한 건,
페널티는 왜 주신 거래? 흥.
더 기분 나쁜 건,
쿠폰은 왜 안 주신 거래? 쳇.
9
'나는 누구인가?'를 화두로 두고 있는데, 화두가 하나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신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도 나의 화두 중에 하나이다.
사색적인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한 번쯤 물을 것이다.
또한 신을 찾으려고 하는 사색적인 사람들은,
신의 뜻을 알고 싶어서, 혹은 신이라는 큰 존재를 인식하고 싶어서,
또는 신에게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묻고 싶어서.... 등등 이유가 많을 것이다.
나도 신을 찾으면 물어보고 싶다.
"...쿠폰.. 어따 뒀어요? 빨리 주세요, 나 바빠요."
10
신은 마음이 넓으실 거다, 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