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된 의류 브랜드가 있다.
저렴하고 좋다길래 한 번 사이트에 들어가 봤는데,
지나치게 저렴한 옷이 있어서 들여다 봤다.
타이트하게 붙는 형식의 자켓이었는데,
그 디자인의 S 사이즈는 일반적으로 SS 사이즈로 보였다.
2
딱 보자마자 어무니 생각이 났다.
가끔 의류 매장에서 작은 사이즈를 보면,
나도 모르게 들춰보는데,
하도 맞는 사이즈를 찾기 어려워서
일단 작으면 살펴보는 어머니의 습관적 쇼핑을
내가 배워서 하고 있더라.
그건 어머니가 당신 옷을 고를 때 그러시는 건데 말이다.
나는 내 옷 안 보고 어머니 옷으로 구입할 만한
작은 사이즈를 들춰보고 있던 것이다.
3
이번 사이트에서도
'저 옷은 작아 보이는데?'
...라고 생각한 순간 퍼뜩,
'울 어무니!'
...라고 생각하고는 열심히 색상 골라보고,
치수 확인하고 그랬다.
그리고 결제했다.
4
어찌나 저렴하던지 받아서 입어본 뒤
허탕이라고 생각되어도 많이 억울할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요즘은 교환 환불이 잘 되니, 함 구입해 볼만 했다.
택배가 도착 수령해서 어머니께 짜잔 내놓으니,
느닷없는 소비를 했다며 질책부터 하셔서,
"그냥 집에서 막 입으시라고 산 거예요.
가격도 착한데 사이즈가 맞으면 땡 잡은 거 잖아요.
입어보세요."
...라고 말하며 손으로는 부산스럽게 내부 포장을 뜯고
그런 후 입어보시라고 옷을 펼쳐 등 뒤로 가져가니
빠른 말과 눈앞에 휙휙 날리는 포장에 잠시 정신이 홀리신듯,
얼렁뚱땅 자켓을 입으셨다.
5
캬아~
이 디자인 자켓의 색상이 17종류가 있었는데,
많고 많은 색상 중에 어머니의 취향과 피부색을 고려해
과감하게 3가지 색상을 추리고 다시 최종 색상을 결정,
그 옷이 이렇게나 어머니에게 찰떡같이 잘 어울리다니....
이야~~ 우와~~~
내가 어머니께 옷이 잘 어울려서 감탄하는 게 아니다.
나, 한 때 컬러리스트 프리랜서,
일을 그만 두면서 감이 죽으면 어쩌나 신경이 쓰였는데!
어머니께 옷이 너무 잘 어울리다니!
내 감각 죽지 않았쓰!
이야~ 우와~~~ 이렇게 즐거울 수가!
6
얼마 전에 어머니가 홈쇼핑에서 나 입으라고 바지를 주문하셔서
받아서 입혀보고 기장 줄여서 옷장에 걸어주시는 것 까지.
잠시 잠깐,
'어머닌 아직도 인형놀이 하시듯 내게 옷을 사 입히시는 건가?'
...라는 생각에 좀 멋쩍고, 좋기는 한데, 뭔가 깔끔한 기분이 아니었다.
근데, 어머니께 딱 어울리고 잘 맞는 옷을 사드리고 나니,
어머니는 잘 맞는 옷이 생겨서 좋으실 테고,
나는 내 정확한 안목으로 탁월한 선택을 했다는 만족감에
기분이 여간 좋은 게 아닌 거다.
누군가에게 잘 맞고 잘 어울리는 옷을 선물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취향과 체형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그러니까 관심이 지대했다는 증거이고,
또한 선물한 이의 센스가 장난 아니게 극도로 미친 수준의 감각으로
가히 본능적으로 타고난, 예술적 경지라고 주장해 본다.
그게 누구? 나, 나, 나, 져니!
그 센스를 어디에 발휘? 울 어무니에게!
7
그게 무슨 의미?
어머니에게 관심이 지대한 져니라는 뜻.
에둘러 말하자면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의미.
근데 어머니가 져니에게 사준 홈쇼핑 바지 세 벌이 더 비쌌음.
져니에게 관심이 지대한 어머니는 돈을 팍팍 쓰신다는 뜻.
직설적으로 단언컨대 어머니가 져니를 사랑한다는 의미.
오늘 내 글의 논법이, 명쾌한지는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결론은 참 마음에 듦.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