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제부터인지 삶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는데,
그와 함께 괴로움도 커졌다.
그 언제부터인지, 가 아마 기억이 떠오르거나,
기억이 상기되거나 할 때였다.
2
나에게 기억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내가 잃은 기억들은 좋은 혹은 불쾌한,
그런 두 가지 이상의 양가감정이 얽힌 성향의 것들이라서
떠오르면 재미있고 상기되면 괴로워진다.
근데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이 기억의 감정을 선택하는 데에도 해당되더라.
한 가지 사건을 다초점으로 볼 수 있어서
그로 인한 다각도의 감정이 느껴지는데,
이걸 일시에 또렷한 한 가지 초점으로
모아서 정리하는 법이 있는 것 같다.
너무 민감하게 다 느끼기 보다,
중요한 한 가지 견지로 눈동자에 힘을 주는 거다.
그럼 보려는 쪽으로 감정이 모아진다.
3
그걸 알긴 아는데....
단호하고 또렷한 사람이 되자고,
민감하고 사려 깊은 감정들을 놓치기는 아깝다.
그래서 세상에는 많은 안경이 있나 보다.
별을 볼 땐 망원경,
미생물을 볼 땐 현미경,
세상을 볼 땐 안경,
물속에선 수경,
나를 볼 땐 경(거울).
4
무조건 좋은 점만 본다고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너그러울 때가 있으면 깐깐할 때도 있어야 하고,
모른 척 넘어가도 될 때가 있지만,
절대 간과해서는 안되는 때도 있는 것이다.
바라보고 생각하고, 바라보고 판단하고, 바라보고 견지를 정하고,
다시 바라보고 입장에 대한 표현을 해야 한다.
5
다 좋고, 다 예쁘고, 다 사랑하고, 다 용서하고...
그렇게 살라고 하면 성인군자도 화낼 것이다.
"너무 하구만! 나도 사람이오!"
...라고 화내다가 급기야
"나, 성인군자 안 해!"
...라고 토라지는 귀여운 성인군자도 있을 거다.
성인군자가 토라지면 이상한가? 어허!
'성인군자는 왜 토라지면 안 돼? 그럼 나 안 해!'
...라고 할 수도 있다니깐.
성인군자에게 자연스러운 감정을 허락하고 싶다.
비록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어서 처절하게
싫고, 밉고, 더러워하고, 신경질 낼 거지만...
성인군자에게 허락된 감정들이라면
나도 이참에 분노와 적개심을 상기시켜 바라볼 생각이다.
물론 져니도 반은 선비이기 때문에 마이너스 감정으로
스스로를 오염시키지는 않으려 노력할 것은 당연하고 말이다.
적시에 터뜨리지 못한 감정이 병이 되고 있다.
불발탄도 결국 터뜨려서 처리하더라.
나도 안전하게 터뜨리는 법을 알아봐야겠다.
6
생각 같아서는 '방법'으로 노래방 가서 한껏 지르고 싶지만...
예전에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제는 콧노래도 잘 안 부른다.
요즘 노래들 중 즐겁고 좋은 멜로디가 들려오건만,
굳이 알아보려는 노력을 안 한다.
-아니,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노래를 찾아서 부르고 외워야지,
그걸 안 하면서 왜 노래를 부르고 싶대? 웃긴다.-
...라고 하지는 마시라.
선비가 토라질 수 있다.
7
아무튼... 콜라를 박스로 들여놨다.
탄산수가 살짝 가슴을 화하게 만들어줄 것 같아서 샀는데,
차가운 날씨에 찬 음료를 연이어 마시니 좋지 않더라.
들입다 글이나 써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