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언니가 폰 앱 하나를 알려줬다.
여러 외국어와 음악에 대한 학습 앱이었다.
나는 그중 폰 화면으로 건반을 눌러서
음계에 대한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아 보였다.
당장 앱을 깔고 실행시켰다.
간단하게 '도레미'부터 피아노 건반 자리와
오선지 음계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되더라.
너무 단순해서 재미있기가 힘들 것 같았는데,
나는 완전 너무 재미있는 거다.
심지어 '도, 레, 미' 세 음계로 이루어진 멜로디일 뿐인데,
그걸 박자에 맞춰 따라치는 걸 60% 적중했다.
분명 쉬운 것 같은데 틀리니까, 앱도 참 친절하지,
60점이 아니라 60% 적중이래, 앱도 사람 마음을 다독이네,
아무튼 쉬운 것 같은데 썩 잘하지는 못하지만,
왠지 해볼 만한 것 같고, 의욕이 솟아서 더 해보고 싶다.
2
어머니가 미스터 트롯 우승자의 신곡을 외우셨다며,
노래가 좋다 시면서 읊조려 부르셨다.
어머니가 어제 외우셔서 복기하시며 노래를 하시느라
한 소절 부르신 뒤에, 자꾸 부르신 길이만큼 쉬셨다.
그래서 그런 김에 어머니가 한 소절 부르시면
복기하시는 동안, 부르셨던 한 소절을 내가 따라 불렀다.
어머니는 그렇게 노래를 부르시고,
내가 목소리로 따라 부르고,
새언니는 상대 음감 소유자라서 노래가 들리면 몇 소절을,
위에 언급한 그 악기 앱으로 멜로디를 연주해냈다.
음성 멜로디와 전자음의 멜로디까지, 거실이 음악 소리로 복작였다.
3
학창 시절 때, 나이 지긋하신 음악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크리스마스가 되면 내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나머지 가족들은 악기를 연주하고,
어린 손주들은 모여서 노래를 부르곤 한다."라고 하셨는데,
뭔가 되게 화목하고 따뜻한 성탄절의 음악 가족 느낌이 나더라.
그 선생님의 작고하신 부친분도 음악계에 계셨던 분으로,
정말 '음악 혈통' 가족이라고 지칭해도 무리가 없던 느낌이었다.
4
오늘 우리 가족 중 남자분들은 오수를 즐기시고,
여자 셋이 모여서 목소리를 뽑아내고 폰 악기를 띵똥 연주했을 뿐이지만,
그 잠시 잠깐이 나는 참 기분이 좋았다.
비록 참여는 안 했지만 남자분들도 노래를 잘하시고,
여자분들이 이렇듯 음악성이 좋으니,
그 옛날 그 선생님의 성탄절의 한때, 따듯하고 화목한 가족 느낌이...
오늘 우리 집에서는 오늘의 계절 같은,
다감하고 싱그러운 봄 같은, 다분히 '음악적' 가족 같은 느낌이 났다.
5
그래서.... 결말이 좀 싱겁지만....
설치한 폰 앱으로 열심히 공부해 볼 의욕이 생겼다.
그저 멜로디로 복작이는 가정집의 한낮이
아름답더라...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이 마음 안다면...핹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