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잠시 멈칫하시다가 곧 크게 웃으셨는데, 하시던 일을 마저 하러 움직여 가시면서도 풋 웃으셨다. 나는 뭔가 찜찜하면서도 효도한 느낌이었다.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일이 효도라고 하던데, 저렇게 웃으시는데 효도가 맞다’
…라고 생각했다.
잠시 뒤 오빠와 마주쳤다. 오빠는 본론부터 말했다.
“엄마가 물어봤어?”
“응”
“그래서?”
“오빠가 로보트 갖고 싶다고 말했어.”
“잘했어. 너는?”
상황을 잘 모르는 8살이긴 했다. 그래도 뭔가 좀 잘못되고 있음은 인지했기에 머뭇머뭇 말했다.
“나는 말 안 했어.”
“왜?”
“산타 없는 거 안다고 했어. 그래서 선물 안 사주실 것 같아.”
“ 내 로보트 이야기는 한 거 맞아?”
“했어.”
“내가 산타 없는 거 안다는 거 말했어?”
“아니.”
“음…. 그래….”
“…엄마한테 오빠가 나 여섯 살 때 산타 없다고 말해줬다고 했어.”
내 머릿속 논리상으로는 ‘오빠가 산타 없음을 아는 것’과 ‘오빠가 내게 산타 없는 걸 말해줬다는 것’은… 정확하게 구분은 안 되지만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사실 그게 그거니까, 오빠는 내 머리에 알밤을 꿍 박았다.
“왜 말했어?”
자못 화가 난 표정이었다.
“엄마가 오빠가 산타 없는 거 알면 속상할까 봐 걱정하잖아. 오빠는 알고 있는데!”
나도 울화가 났던 것 같다. 소리쳐 이어 말했다.
“그리고 나도 화나, 다른 애들은 아직도 산타있는 줄 알고 막 신나 하는데, 나는 한 번도 그래보지 못했잖아!”
6살에 산타의 존재를 알았는데 6살에 깨져버린 판타지…정말 나는 슬펐다. 오빠도 일말의 미안함이 있었던 것인지 따져 말하거나 더 이상 알밤을 박지는 않더라.
이제와 오빠에게 덧없는 변명을 하자면 2타석 연속 숨김말은 잘 못하는 나이였기 때문에, 그래도 첫 타석에선 약속을 지켜서 잘 숨겼었음을 강조하고 싶다. 2타석에서도 나는 숨겼으나, 흠흠… 다른지 몰랐던 거다.
아무튼, 그리고 그해부터 오빠와 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했다.
도저히 성탄절이 희망에 차거나 경건하거나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히 다음 해부터 겨울이면 미술 시간에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드는 재미를 들이게 되면서, 쫀쫀 양말의 기억이 희미해지긴 했다.
-6-
나는 학생 때도, 직장인 시기도 지났다.
성탄절은 아이들의 두 번째 생일이자 연인들의 데이트 날쯤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나는 진작에 두 번째 생일은 없었고, 아…. 생각하니 다시금 서글프다… 6살 이전엔 몰랐고 6살엔 쫀쫀 양말로 기억되고, 7살부터는 없는 걸 확실히 알았고… 오빠가 웬수다.
젊은 날엔 거의 친구들, 지인들과의 데이트가 있었을 뿐이었다.
가끔 겨울철에 방송을 보다 보면, 산타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들이 펑펑 우는 모습이 나오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이 귀여운 나머지 살갑게 달래고 어르더라.
나도 보면서 귀여워서 웃곤 했지만, 한편으로는,
‘요즘 아이들은 영악하다던데 믿고 있는 게 신기하군.’
…라고 생각하며…나 어릴 적을 떠올리니…흠… 선물도 못 받는데… 이젠 원래대로 울까보다.
12월이면 산타의 존재에 대해서, 의심 없는 순수한 아이들과 고뇌 끝에 깨친(?) 아이들로 분류가 가능하다.
산타의 양말은 산뜻한 붉은 색이 아니다.
일찍 깨친 어린이 출신으로 말하건대, 크리스마스의 양말은, 면과 나일론 혼방 재질의 쫀쫀한 남색이다.
그렇지만!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이길 기원한다.
-끝-